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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중학생 도난 차량 질주에 스러진 대학 새내기 알바생 숨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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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지난달 29일 오전 0시쯤 대전 동구의 한 네거리에서 중학생들이 훔친 렌터카에 이륜차를 운전하던 대학 신입생이 치인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 이륜차가 현장에 심하게 부서져있다. 대전=뉴스1


대전에서 10대 중학생들이 훔쳐 몰던 렌터카에 치인 이륜차(오토바이) 운전자가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결국 숨졌다.

지난달 29일 A(13)군 등 또래 10대 8명은 서울의 한 렌터카 주차장에서 차량을 훔쳐 대전까지 무면허로 몰았다. 이들은 경찰의 추격을 피해 달아나던 중 대전시 동구 성남네거리에서 이륜차와 충돌했다.

이륜차를 운전하던 B(18)씨는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숨졌다.

B씨는 대전의 한 대학교 자동차학과에 입학해 개강을 기다리고 있었다. 코로나19 확산에 개강이 연기되자 월세와 생활비 등을 벌기 위해 이륜차를 몰고 배달 일을 하던 중 사고를 당했다.

대학 합격 전 거주해온 김천에서 식당 홀서빙 일을 했던 경험으로 대전에서도 식당 일을 하려 했으나, 코로나19로 일자리를 구하기 어려워 이륜차 퀵서비스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B씨는 경북 김천에서 검정고시를 본 후 대학 입시에 합격했다. 어려운 가정 형편에서도 어머니와 여동생을 챙기는 등 책임감 높은 장남이었다고 주변 사람들은 기억했다. 평소 “졸업하면 카센터를 차린 후 가족들의 자가용도 고쳐주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륜차 퀵서비스 일을 시작한지 한 달여 지난 그는 하루 15만원 정도를 받았고, 이날 마지막 배달을 마치고 귀가하던 중이었다.

B씨의 지인은 “아직도 그의 집에는 여동생에게 용돈을 주려고 계좌번호를 적어놓은 종이가 놓여있다”라며 “그 정도로 착하고 좋은 친구”라고 뉴스1과 인터뷰에서 말했다.

가해자들은 만 14세 미만인 ‘형사미성년자’여서 처벌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운전자 A군은 소년원에 입소했다. 형사미성년자여도 ‘촉법소년’(만 10세∼14세)에게는 소년원 송치나 사회봉사명령 등 보호 처분이 가능하다.

장혜원 온라인뉴스 기자 hoduja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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