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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확산 비상]소상공인 대출 확대 첫날…“월세 내야 하는데” 깜깜한 앞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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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8시 도착해도 허탕 ‘병목현상 여전’

경향신문

소상공인 대출 확대 첫날인 1일 오전 종로구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서울중부센터 입구에서 상담 마감으로 입장을 못한 소상공인이 폭언과 욕설을 삼가달라는 호소문을 읽고 있다. 권호욱 선임기자 bigg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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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구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최모씨(59)는 소상공인 대상 1000만원 직접 대출이 시작된 지난달 25일부터 일주일째 번번이 허탕을 치고 있다. 첫날 오후 종로구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서울 중부센터를 찾아갔지만 신청은 이미 마감된 상태였다. 다음날 새벽에 서둘러 가도 마찬가지였다. 온라인 신청이 열린 지난달 30일에는 ‘소상공인 정책자금’ 사이트에 접속했지만 1분 만에 접수가 마감됐다. 그다음 날 온라인 접수도 눈 깜짝할 새에 마감됐다. 갑갑해진 최씨는 1일 다시 센터를 찾았다. 홀짝제 시행에 따라 1961년생인 최씨가 신청 가능한 날이다.

오전 8시, 센터 입구에는 ‘선착순 현장예약 마감’이라는 안내가 붙어 있었다. 센터 직원은 “오전 6시30분에 이미 하루 신청 정원인 30명을 넘었다”고 설명했다. 최씨를 비롯해서 10여명이 허탈하게 발걸음을 돌렸다. “코로나19 타격으로 매출이 줄면서 가게 임대료 낼 돈은 물론이고 생활비도 부족해졌다”는 최씨는 “언제쯤 대출을 받을 수 있을지 막막하다”고 말했다.

정부가 2조7000억원을 투입해 코로나19로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 초저금리 대출을 시작했으나 폭발하는 수요를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 이날부터 시중은행과 기업은행으로 대출 창구가 확대됐지만 ‘소진공 병목현상’은 단시간에 해결하기 어려워 보인다. 이날 처음 대출 신청을 받기 시작한 시중은행으로 신청이 얼마나 분산되느냐가 관건이다. 이날 국민은행 영등포지점은 3개 창구 칸막이마다 ‘코로나19 대출’이라는 코팅지를 붙이고 오전 9시 개점과 동시에 상담에 나섰다. 대기순번표를 손에 쥔 소상공인들이 적지 않았다. 영등포에서 인쇄업을 하고 있는 김모씨(54)는 소진공센터에서 40분간 줄 서서 기다리다가 다행히 은행 대출이 가능한 신용등급이라는 것을 확인하고 바로 찾아온 경우였다. 그는 “지난달 말에 받았어야 하는 지난해 11월치 대금을 아직도 못 받았다”며 “어제 월말이라 직원들 월급을 줬고 이제 월세도 내야 해서 자금사정이 빠듯하다”고 말했다.

소진공의 대출 병목현상을 해결하려면 시중은행·기업은행으로 수요가 분산돼야 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소상공인이 많은 경기 수원·포천, 벤처기업이 많은 판교 주변 식당 등에서 문의가 많다”고 말했다. 소진공 관계자는 “신용등급 1~3등급인 분들이 50% 정도로, 이 수요가 시중은행으로 흡수되면 병목현상이 점차 해소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당장 급한데 은행 못 가저신용자, 더 피 마른다

문제는 소진공밖에 갈 곳이 없는 저신용자들이다. 시중은행은 1~3등급, 기업은행은 1~6등급까지만 신청할 수 있다. 이에 해당하지 않는 최씨는 “이미 있는 대출은 만기 연장도 어려운 상황인데 소진공 대출이라도 빨리 받아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가 운영하는 카페는 코로나19가 본격화하면서 작년 동기 대비 매출이 반토막 났다. 최씨는 “어젯밤에 센터 앞에서 밤을 지새운 사람이 오늘 1등으로 접수했다는데 나도 내일 밤에 다시 와야겠다”고 말했다.

소상공인 대출도 ‘부익부 빈익빈’으로 갈린다. 신용등급이 높으면 시중은행에서 신청 후 5일 안팎에 대출을 받을 수 있지만 등급이 낮고 자금이 급한 사람일수록 대출이 늦어질 수 있다. 정작 신용등급이 낮은 사람들이 사각지대에 놓이게 되는 것이다. 신용등급이 낮은 이들을 위한 햇살론, 미소금융 등 정부 대출 프로그램이 있지만 금리가 10%대이거나 신청 조건이 까다롭다.

애초에 소진공 인력으로는 소상공인 대출 수요를 감당할 수 없는데 정부 정책이 정밀하지 못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전국 62개 소진공 센터에서 일하는 600여명의 직원들은 새벽에 나와 신청을 받고 밤까지 대출 서류 정리하는 작업을 한 달 반 넘게 하고 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자영업자들에게 코로나19 사태는 시간과의 싸움인데 1.5% 초저금리 대출이 정말 필요한 사람한테 전달될지 의문스럽다”며 “먼저 시장금리로 빌려주고 코로나가 잠잠해지는 6개월~1년 뒤에 심사를 해서 저금리로 대환해주거나 이자 차액을 정부가 내주는 방식이 나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임아영·윤승민 기자 laykn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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