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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현금 비축, 미국 회사채 발행 사상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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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주일새 신규 회사채 731억 달러

돈 몰리며 금리 3.70%까지 급락

투기등급 추락 위기 회사채 늘어

UBS “1조 달러 규모 디폴트 위험”

중앙일보

메이시스 백화점은 12만5000여명의 직원 중 대부분이 무급휴직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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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기업이 회사채 발행을 통한 대대적인 현금 확보에 나섰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가 지난달 23일 사상 처음으로 ‘투자등급’ 회사채 매입 방침을 밝히면서 회사채 시장이 후끈 달아올랐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지난주(3월 23~27일) 미국에서 발행된 투자등급 회사채는 731억3000만 달러(약 90조원)에 달했다. 주간 기준으로 역대 최대치다. 우량회사로 꼽히는 나이키와 홈디포 등이 채권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했다.

회사채는 신용도에 따라 투자등급, 투기등급 크게 2가지로 나뉜다.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를 기준으로 하면 Aaa에서 Baa3까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피치 등급으로 치면 AAA에서 BBB-까지가 투자(적격)등급이다. Fed의 든든한 지원 속에 ‘물 들어올 때 노 젓자’는 전략으로 기업들이 자금 확보에 나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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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투자등급 회사채 발행규모.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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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업계도 환호했다. 자금이 몰리며 회사채 금리는 급락했다(채권가격 급등). 블룸버그 바클레이즈 지수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미국 투자등급 회사채 금리는 3.70%를 기록했다. 한 주 전인 20일(4.58%)보다 0.88%포인트 떨어졌다.

주식 시장이 폭락하며 갈 곳을 잃은 신규 자금이 회사채 시장에 대거 유입됐다. 투자은행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주식·비우량채권·부실채권 등 위험자산 위주로 투자하던 이들이 투자등급 회사채 시장에 몰려 왔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경영 환경이 악화하는 상황에서 우량 회사채라고 안심할 수는 없다. 특히 투자등급 가장 아랫단에 있는 기업들은 연쇄적으로 정크(투기) 등급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가 지난달 31일 미국 비금융 회사채 전반의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낮췄다. 골드만삭스는 올해 들어 신용등급이 하향 조정된 회사채가 이미 7650억 달러(약 941조원)에 이른다고 분석했다. UBS증권은 코로나19 경기 침체로 1조 달러 규모의 회사채가 디폴트(채무불이행) 위험에 직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재닛 옐런 전 Fed 의장은 지난달 31일 “(코로나19 국면에 들어) 과도한 부채는 기업을 위기에 빠뜨리고 있다”며 “수개월 내에 잇단 디폴트를 보게 될까 두렵다”고 우려했다. 그는 “디폴트를 피하려는 기업은 투자와 고용을 줄일 것”이라며 “이는 경기 회복을 어렵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용시장은 이미 얼어붙었다. 3월 셋째 주 실업수당 청구자가 328만 명에 달한 데 이어, 의류업체 갭은 미국·캐나다 직원들의 급여 지급을 보류했고, 메이시스 백화점은 12만5000여 명의 직원 대부분이 무급휴직에 들어갔다. 블룸버그는 미국의 실업률은 두 자릿수로 치솟을 수 있고, 모기지 상환, 각종 공과금·신용카드 청구서가 날아오는 1일을 기점으로 실직자의 대규모 파산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슈퍼’ 경기부양책으로 기업이 맘 편히 직원을 해고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블룸버그는 코로나19로 미국에서 가장 먼저 실업 대란이 일어나는 이유로 부실한 사회보장 시스템과 트럼프의 재정 부양책을 꼽았다. 유럽은 업장 폐쇄 등의 조치에 근로자의 임금을 보전해 주는 방식으로 ‘일자리 지키기’에 나섰는데, 미국은 실업수당 기간과 범위를 확대해 오히려 실업자를 양산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배정원 기자 bae.jung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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