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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1 (화)

국내 공연계도 온라인 진출… 대세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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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의전당 등 인기 콘텐츠 조회수 높아 / 유튜브·네이버TV 등 통해 활로 모색

세계일보

극단 역사 최초로 인터넷에 전막이 공개된 국립창극단의 ‘패왕별희’. 국립극장 제공


‘코로나 팬데믹’ 이후 그동안 온라인 공연 중계에 소극적이었던 국내 공연계에도 변화의 싹이 트고 있다. 한동안 극장 문을 닫을 수밖에 없는 공연계가 유튜브와 네이버TV 등을 통한 온라인 중계에서 활로를 찾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국내 예술단체는 대체로 오프라인 공연의 온라인 스트리밍(중계)에 소극적이었다. 무대를 온라인에 옮기는 건 큰 예술단체도 감당하기 쉽지 않은 투자가 필요하다. 또 가상현실(VR) 등 아무리 기술이 좋아져도 영상이 벅찬 감동을 주는 실황을 대체하기는 불가능하다. 수익화가 중요한데 튼튼한 재원과 방대한 콘텐츠, 높은 명성을 모두 지닌 해외 유명 단체가 아니면 이 역시 쉽지 않다. 게다가 저작권 보호도 어렵고, 설령 극장이나 예술단체가 온라인 중계를 원해도 막상 무대에 오르는 연주자나 배우는 이를 꺼리거나 부담스러워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이유로 ‘유튜브 시대’에도 인기 공연을 짤막한 홍보 영상이 아니라 온전하게 온라인으로 안방에서 감상하기란 흔치 않은 일이었는데 상황이 바뀌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극장 문을 언제 열지 짐작도 할 수 없는 시간이 길어지자 그동안 온라인에서 보기 힘들었던 공연이 ‘풀버전’으로 풀리기 시작한 것이다. 물론 다시 극장 문이 열리면 이전으로 돌아갈 수도 있다. 그러나 “관객층이 좁은 공연은 영화와 달리 온라인 감상 수요가 크지 않다”던 일부 관계자 생각은 틀린 것으로 입증됐다. 경기아트센터의 연극 ‘브라보 엄사장’ 무관중 인터넷 생중계를 시작으로, 홍보가 널리 되지 않은 온라인 공연도 실시간 관람자 수가 만명대를 넘어서는 사례가 잇따르는 등 공연 온라인 중계의 가능성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뮤지컬 평론가인 원종원 순천향대 공연영상학과 교수는 “우리 사회가 코로나19 이전과 이후로 나뉠 것이라면서 뉴 노멀(New Normal·새로운 표준)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공연계에도 그런 변화가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원 교수는 “창작 콘텐츠가 각광을 받는데, 이 참에 공연의 영상화에 대한 중요성을 인지해야 한다. 공연 영상을 만드는 것은 절대 쉬운 일이 아니다. 어떻게 만드느냐 따라 질 차이가 많이 난다. 단순히 '공연을 멈춰라'라고 주문하기보다, 위기를 잘 활용해서 영상 제작, 유통, 보급을 전국민적으로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표적 사례가 서울 예술의전당의 ‘싹 온 스크린(SAC On Screen)’이다. 예당 무대에 오른 우수 공연을 영상화하겠다는 이 사업은 2013년 시작됐으나 그간 활약은 제한적이었다. 작품·제작 수준은 높았으나 저작권 문제 등으로 몇몇 지자체 산하 도서관, 문화회관 등에서 어쩌다 하루 상영되는 정도였다. 그러던 예당이 이번 코로나 팬데믹에선 인기 콘텐츠를 유튜브에 전면 공개했다. 지난달 20일부터 연극 ‘보물섬’, 유니버설발레단 ‘심청’, 클래식 연주회 ‘노부스 콰르텟’, ‘백건우 피아노 리사이틀’, 연극 ‘인형의 집’을 각각 두 차례씩 총 10차례 상영한 결과 총 조회 수 15만4621회, 실시간 동시 접속자 수 1만5589명을 기록했다. 이에 예당은 유튜브 공개 일정을 3일까지로 연장했다. 또 유니버설발레단 ‘심청’ 조회 수가 가장 높았던 만큼 신규 작품으로 유니버설발레단의 ‘지젤’을 추가했다.

국립극장 역시 사상 최초로 공연 실황 전막 온라인 공개에 나섰다. 그 첫 작품으로 2019년 4월 초연에서 호평받았던 국립창극단의 ‘패왕별희’를 8일까지 유튜브와 네이버TV에서 전막 공개한다. 국립극장은 이후에도 우수 레퍼토리 공연 실황 전막 영상을 추가로 선보일 예정이다.

세종문화회관도 지난해 기획공연 중 우수 공연을 매주 토요일과 일요일에 유튜브에서 선보이고 있다. 아울러 자체 기획 공연을 무관중 온라인 중계한다. ‘2020 세종 시즌’의 개막작 서울시 무용단의 ‘놋(No One There)’을 18일 공개한다. 특히 세종문화회관은 심사를 통해 코로나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예술단체 작품 5편을 뽑아 제작비 등을 지원하며 온라인 중계에도 나설 예정이다.

국립극단은 ‘무대는 잠시 멈췄어도, 여기 연극이 있습니다’라는 캠패인으로 온라인 연극 전막 상영회를 실시한다. 6일 오전 10시에 공개하는 첫 상영작은 박근형 각색·연출로 2018년 명동예술극장에서 선보인 연극 ‘페스트’. 페스트가 퍼지며 도시가 폐쇄되고 재앙 속에서 부조리가 극대화하는 상황이 마치 코로나19로 일상이 마비된 현재를 떠오르게 하는 작품이다.

8일에는 온 가족이 볼 수 있는 낭만 활극 '록산느를 위한 발라드'(연출 서충식,2017년 작), 9일에는 해방 직후 각자의 사연을 가지고 전재민 구재소로 모여든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운 '1945'(작 배삼식, 연출 류주연, 2017년 작), 10일에는 셰익스피어 코미디 '실수연발'(연출 서충식·남긍호, 2016년 작)을 상영한다.

모든 콘텐츠는 상영일 오전 10시부터 24시간 동안 국립극단 공식 유튜브 채널에서 무료로 시청할 수 있다. 상영일을 놓친 이들을 위해 13∼17일에도 같은 순서로 한 번 더 작품을 상영한다.

두 번째 프로그램은 '짧은 연극 낭독회'다. 공식 SNS 채널(인스타그램, 페이스북, 유튜브)에서 4∼5분 분량의 낭독 영상 6편을 공개한다. 배우 한 명이 지문을 포함해 대본을 낭독하는 이 영상은, 듣는 이들에게 연극의한 장면을 떠올리도록 상상력을 자극한다. 지난 27일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을 시작으로 순차적으로 공개되는 낭독 작품은 '만선' '파우스트 엔딩' '영지' '스카팽' '사랑의 변주곡' 등 국립극단의 올해 공연작품 중 6개다. 낭독자로는 국립극단 시즌단원 강현우, 고애리, 권은혜, 김명기, 박소연, 송석근이 참여했다.

박성준 기자 alex@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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