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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1 (화)

日 정부는 왜 위안부 문제를 외면하는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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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교사, 수업현장 담은 책 출간 / 정치가들 망언과 위협 속 / 20년간 역사의 진실 전한 / 공립중 교사의 실천기록 / 김학순 할머니 등의 증언 / 전쟁의 폭력성 문제 제기 / “교과서에는 없는 역사…” / 학생들 반응 차분히 정리

세계일보

일본 대학생들이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일본군 위안부 문제해결을 위한 수요집회에 참석해 일본 정부의 사죄를 촉구하고 있다. 역사의 진실을 교육현장에서 제대로 알리는 것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2013년 5월, 당시 일본유신회 공동대표인 하시모토 도루 오사카 시장이 “위안부 제도가 필요한 것은 누구나 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오사카부공립중학교 교사인 히라이 미쓰코씨는 자신의 수업에서 이 문제를 다뤘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존재를 알린 김학순 할머니 등의 증언, 수요집회와 피해자들의 요구, 군이 관리하는 위안부는 일본과 독일밖에 없었다는 사실 등을 정리한 자료를 학생들에게 제시했다.

“전쟁 중이라 해도 용서받을 수 없는 일은 있어요.”

수업을 들은 한 학생의 반응이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줄기차게 이어지는 일본 주요 정치인들의 망언과 역사왜곡의 중심에 있다. 이들은 전쟁의 와중에 조직적으로 가한 참혹한 폭력을 한사코 부정하려 한다. 지금 당장 바로 잡아야 할 문제인 동시에 확대재생산되어 미래에도 반복될 수 있다는 점이 더욱 걱정되는 문제이기도 하다. 일선 학교에서의 제대로 된 교육은 그래서 중요하다.

세계일보

근간 ‘위안부 문제를 아이들에게 어떻게 가르칠까(일본편)’는 20년 넘게 이 문제를 수업에서 다뤄온 일본의 중학교 교사가 자신의 경험을 정리한 기록이다.

망언을 쏟아내는 거물 정치인들을 끊임없이 키워내는 일본 사회에서 위안부 문제를 제대로 알리는 이들은 소수이자, 약자일 수밖에 없으나 의미 있는 존재임을 보여준다. 체계적이고 깊이 있게 정리한 책은 아니지만 위안부 문제의 진실을 전하려는 노력들이 직면하는 현실, 학생들의 실제 반응을 엿볼 수 있어 흥미롭다.

히라이씨와 같은 교사들이 수업을 진행하려 할 때 우선 맞닥뜨리는 건 위협이다. 1997년 모든 중학교 교과서에 위안부에 관한 서술이 등장했을 때 일본의 우익은 교과서 회사를 위협했다. 관련 기술은 기껏해야 두 줄 정도밖에 없어 “어떻게 모으고, 어떤 장소에서 어떤 일을 강요했으며 어떤 피해를 입혔는지” 거의 알 수 없을 정도지만 그마저도 인정할 수 없는 것이다. 교사들은 또 “위안부 문제를 가르치는 일은 위험하다”는 학교 안팎의 분위기를 견뎌내야 한다. 교감은 히라이씨에게 “공격당할 위험이 있는 일은 안 하는 게 좋다”는 충고(?)를 들어야 했고, 한 시의원은 수업에 편향의 딱지를 붙혀 시의회에서 문제를 삼기도 했다.

이런 위협의 와중에도 수업은 진행되고, 자신들이 교육받지 못했던 내용을 알게 된 학생들은 혼란스러워하면서도 “역사를 제대로 알고, 계승해야 할 책임이 있다”는 반응을 보인다. 일단 “어째서 일본군은 위안부를 필요로 했는가”, “배상을 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 “왜 정치가 중에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 사람이 있는가” 등의 의문을 제기한다. 이 문제를 인정하고 싶지 않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는 학생들이 없지는 않지만 대체로 “(학교에서) 배우지 않았다면 몰랐을 일이다”, “이 문제를 똑바로 이해하고 조금이라도 협력하고 싶다”는 반응을 보인다. “가장 잔혹한 건 현재 일본 정부. 옛날에 일본이 저지른 일에 대해 눈을 감고 사죄도 하지 않는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하리이씨는 책 서문에서 “‘전쟁은 싫어’라고 말만 할 게 아니라, 전쟁이 일어나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역사의 진실을 통해 이해해 두어야 한다”며 “그것이 다시 전쟁이 일어나지 않도록 막는 힘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고 적었다.

강구열 기자 river910@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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