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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8 (화)

[2020총선] 코로나19가 삼킨 총선…끝날 때까지 살얼음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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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부터 공식 선거운동 시작

여당 ‘코로나 방역’ 상승세에도

온라인 개학·재난지원금 리스크

‘조국 프레임’ 재부상도 부담으로


제21대 총선 공식 선거운동이 2일 시작된다. 최근 발표된 여론조사 결과들에선 집권여당의 상승세가 뚜렷하다. 하지만 역대 총선을 돌이켜보면, 선거운동 개시 시점의 여론지형이 투표일까지 이어진 적은 거의 없다. 정부가 온라인 개학과 재난지원금 지급 결정에서 나타날 초기 혼선을 최소화하면서 코로나19 확진자 증가세를 지금 수준에서 안정적으로 관리해나간다면 여당은 무난한 승리를 기대해볼 만하다. 문제는 정부와 청와대, 여야 정치권 모두 역대 어느 정부도 겪어보지 못한 초유의 상황에 직면해 있다는 사실이다. 집권 중반기 선거에서 부각되기 마련인 정권심판론이 ‘코로나 블랙홀’에 휘말려 힘을 받지 못하는 국면이지만, ‘조국 사태’로 상징되는 극심한 갈등 속에 누적된 균열의 에너지는 정부 여당의 리스크 관리에 조금의 틈새만 열려도 급속하게 분출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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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개학, 재난지원금…제2의 ‘마스크 대란’ 될까

코로나19는 여당에는 호재이자 위기 요인이다. 지금의 좋은 흐름은 ‘방역은 잘했다’는 나라 안팎의 평가 덕분이다. 하지만 공식 선거운동 기간에 여당이 맞닥뜨려야 할 ‘코로나 이슈’는 방역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온라인 개학과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등 코로나에서 파생된 ‘민생 이슈’가 방역 이슈를 능가하는 정치적 뇌관이 될 공산이 큰 탓이다. 이 파생 이슈 관리에 실패하면 ‘방역은 질병관리본부가 잘했는데, 정부 여당은 제 할 일을 못한다’는 프레임에 갇힐 수 있다.

9일 중학교 3학년과 고교 3학년을 시작으로 중고교 저학년과 초등학교로 확대되는 온라인 개학은 초중등 교육 시스템이 갖춰진 이래 처음 시도하는 실험인 만큼 일정한 시행착오를 피하기 어렵다. 신천지 사태 직후의 ‘마스크 대란’ 같은 혼란이 선거일이 임박한 시점까지 이어질 경우 민심이 들끓으면서 ‘정부 무능론’이 확산될 수 있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온라인 개학은 잘 준비가 안되어 있는 느낌이다. 깔끔하게 잘 처리한다면 ‘역시 잘한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여당이 탄력을 받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소득 하위 70%에게만 지급하기로 한 긴급재난지원금도 잠재적 위험요인이다. 지금까지 공개된 것은 ‘소득 하위 70%’라는 기준뿐이다. 월 소득을 기준으로 할지, 부동산 등 보유 재산까지 고려한 소득환산액을 기준으로 할지 등은 오리무중이다. 이관후 경남연구원 연구위원은 “혜택을 못 받는 하위 70~85%에 해당하는 이들은 민주당 핵심 지지층이다. 다음주 초께 선정 기준이 발표되면 ‘기준이 옳으냐’는 논쟁이 시작되면서 공정성 이슈로 돌변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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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로나 공포, 투표율 낮출까

코로나 국면 지속에 따른 투표율 변수도 무시할 수 없다. 코로나 정국 속에 펼쳐지는 이번 총선에서는 투표율이 큰 폭으로 하락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권장되는 분위기 속에서 투표장 감염에 대한 공포가 투표 참여 의욕을 떨어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의 통설은 투표율이 낮으면 보수가, 투표율이 높으면 진보가 유리하다는 것이다. 보수정당 지지층의 주력인 노인세대는 전체 투표율이 떨어지는 상황에서도 비교적 높은 투표율을 안정적으로 유지해왔기 때문이다. 2000년 16대 총선 이후 다섯 차례 총선에서 민주당 계열 정당이 이긴 두 번의 선거는 모두 60%에 근접하거나 뛰어넘는 높은 투표율을 보였다.

하지만 이런 통설이 이번 총선에서도 통할지는 의문이다. ‘코로나 공포’가 지속될 경우 감염병 취약층인 노인세대의 투표율이 다른 세대보다 큰 폭으로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미래통합당이 사전투표 독려 캠페인을 역대 최대 규모로 펼치기로 방침을 정한 것도 노인층 투표율 하락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코로나 밖에선 여전히 ‘조국’

코로나 이슈에 가려 있긴 하지만, ‘조국 사태’가 촉발했던 세대·계급 갈등은 여당이 부담스러워하는 대목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이슈 대응 논리’라는 대외비 문건에서 “찬성·반대의 입장을 말하거나 해석해 설명하지 않아야 한다. 질문을 전환해 답변하라”고 후보들에게 조언할 정도다.

문제는 민주당 위성정당을 자처하는 열린민주당이 ‘조국 수호’를 사실상 전면에 내걸고 있다는 점이다. 더불어민주당 관계자는 “정부 여당 흐름이 좋은 건 탈정치적이고 생활형 의제인 ‘코로나 19’ 이슈에 집중했기 때문이다. 열린민주당이 ‘검찰개혁’ ‘윤석열’을 자꾸 강조하면서 민주당의 선거 전략을 흩트리고 있다”고 불안감을 드러냈다. 열린민주당이 최근 정당투표 선호도 조사에서 잇따라 두자릿수 지지율을 기록한 것도 보수 야당에는 좋은 공격 포인트다.

김원철 황금비 이주빈 기자 wonch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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