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21 (화)

서해대·동부산대 폐교 수순…대학 '줄도산' 직면했나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학령인구 감소로 올해 대학정원> 고졸자 '역전' 본격

"벚꽃 개화 순서대로 지방부터 폐교 속출" 우려 현실화

폐교대학 퇴로 '개정안' 국회 통과했지만 '청산인 지정'은 빠져

메트로신문사

[이현진 기자] 지방 사립 전문대학인 서해대와 동부산대가 사실상 폐교 수순에 들어가면서, 학령인구 감소로 인한 대학들의 존폐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두 대학이 결국 문을 닫을 경우, 2000년대 이후 폐교사태를 맞는 17·18번째 대학이 된다. 대학 '줄도산' 사태가 현실화할 경우 교직원 무더기 실직 등 사회적 문제가 부각될 수 있어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일 대학가에 따르면, 47년 역사의 서해대가 자진 폐교를 요청했다. 학령인구 감소로 인한 정원미달 사태가 직격탄으로 작용했다. 서해대는 올해 신입생 11명만이 등록했으나 학교 측이 이를 반려해 사실상 입학생은 전무하다.

국내 사립대들의 등록금 의존율은 2018년 교비회계 기준으로 54%로 정원을 채우지 못하면 곧바로 재정난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서해대는 2018년 대학기본역량진단평가에서 신입생 국가장학금과 학자금 대출이 제한되는 E등급을 받아 신입생이 급격히 감소하면서 재정 위기에 직면했다. 대학알리미에 따르면, 서해대는 2017년 548명이던 신입생 수는 2018년에는 387명으로 감소했고 2019년에는 100명에도 미치지 못했다.

동부산대도 마찬가지다. 교육부는 지난 2월 동부산대에 학교폐쇄를 계고했다. 동부산대는 2015년 당시 학교법인 이사장과 사무국장이 80여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파면된 뒤 임시이사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지난해 9월에는 일반상환 및 취업 후 상환 학자금 대출이 전면 제한되는 '재정지원 제한대학 Ⅱ유형'에 지정됐다. 상황이 좋지 않자 동부산대는 앞서 교육부에 자진 폐쇄 의사를 전달했지만, '횡령 등으로 사학 재산에 손해를 입힌 상황에서 법적으로 폐교할 수 없다'는 관련법에 따라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결국 교육부가 강제폐쇄 카드를 들었다. 학교폐쇄는 자진폐쇄와 강제폐쇄로 구분된다. 학교폐쇄 계고는 교육부가 학교를 강제로 폐쇄하기 위한 첫 단계다. 동부산대처럼 교육부의 강제폐쇄 결정에 따라 학교폐쇄 시정지시를 받으면 ▲학교폐쇄 방침 확정 ▲행정예고 및 청문 시행 ▲학교폐쇄 명령 및 결과 보고 등의 순서로 폐교가 진행된다. 동부산대는 학교폐쇄 계고 이후 교육부의 시정 명령 사항을 이행하지 못하면 학교폐쇄 방침이 확정된다.

사실상 두 대학의 폐교가 확정될 경우 각각 17·18번째 폐교대학이 된다. 2000년 이후 폐교된 대학은 16곳이다. 2002년 2월 광주예술대를 시작으로 개혁신학교(2008년 2월), 아시아대(2008년 2월), 명신대(2012년 2월), 성화대학(2012년 2월), 선교청대(2012년 8월), 국제문화대학원대학교(2014년 2월), 벽성대학(2014년 8월), 대구외국어대(2018년 2월), 서남대(2018년 2월), 한중대(2018년 2월)가 폐쇄 명령을 통해 퇴출당했다. 건동대(2013년 2월), 경북외국어대(2014년 2월), 한민학교(2014년 2월), 인제대학원대학교(2015년 8월), 대구미래대(2018년 2월)는 스스로 문을 닫았다.

교육계는 올해를 기점으로 대학의 미충원 사태가 본격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교육부에 따르면 고졸자 수는 △2021학년 45만9935명 △2023학년 45만2231명 △2024학년 41만9506명으로 급격히 감소한다. 교육부가 2021년까지 대학 38곳이 문을 닫게 될 것이라는 구체적인 수치를 내놓은 근거다. 특히, 교육부가 일반재정지원 대상을 선별하는 대학기본역량진단에서 학생 충원에 대한 평가를 대폭 강화하면서, 학생 모집에 난항을 겪고 있는 일부 지방 대학의 어려움은 더욱 심화할 것이라는 진단이 나온다.

문제는 대학 폐교 과정에서 구성원들이 입는 피해가 적지 않다는 점이다. 폐교 기로에 놓인 사립대학에 퇴로를 열어주는 '한국사학진흥재단법 개정안'이 발의된 지 1년 8개월만인 지난달 제376회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지만 '반쪽짜리' 법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개정안 통과로 한국사학진흥재단이 학교법인의 청산 절차 진행을 위해 행정적·재정적 지원을 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됐지만, 대학 폐교 과정에서 가장 난항을 겪는 단계인 '청산인 지정' 문제는 포함되지 않았다. 위기 대학이 문을 닫았을 때 그 피해를 고스란히 구성원들이 떠안게 되는 상황이 해결되지 않은 셈이다.

그간 한국사학진흥재단이 청산인 역할을 맡아 해결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과거 대학 폐교 과정에서는 청산인 지정이 늦어지거나, 청산인의 전문성 부족으로 임금체불 문제가 심각해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2000년 이후 폐교된 대학 16곳 중 잔여재산 청산을 완료한 곳은 경북외국어대 한 곳뿐이다. 이러한 탓에 폐교 대학 교직원들이 받지 못한 체불임금 규모도 800억원을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행법에 따라 대학 폐교 시 청산인은 현직 이사 중 한 명이 맡게 돼 있어 해당 법이 개정되지 않는 한 구성원들의 피해는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우려다. 임은희 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은 "과거 사례를 보면 지방의 열악한 대학일수록 대학 설립자나 이사장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사람이 이사진으로 들어와 있다 보니 전문성이 부족하고 청산에 적극적이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라면서 "앞으로도 폐교 대학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대학 폐교와 청산 관련 문제는 단편적으로 행정상 해결안을 마련하기보다는 정부 차원에서 종합적인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