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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7 (화)

[단독] 채안펀드, 매입금리 이견에 출발부터 삐거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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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코로나19 위기 대응책으로 내놓은 채권시장안정펀드(채안펀드)가 시작부터 삐거덕거리는 모양새다. 4월 2일 집행을 예고했지만 전날(1일) '여신전문금융회사채(여전채)' 매입 집행을 보류하고 나서 업계가 당황하고 있다.

카드·캐피털업계에 따르면, 집행 예정 하루 전날인 1일 오후 늦게 '여전채형 매입 보류'를 통보 받았다. 이 때문에 카드·캐피털사는 부랴부랴 예정했던 여전채 발행 스케줄을 조정해야 하는 일이 벌어졌다.

당초 업계는 채안펀드가 여전채를 민평금리(민간채권평가회사 평균금리) 수준에서 매입을 할 것으로 예상했다. 채안펀드 자체가 시장 안정화를 위해 설정된데다 2008년에도 시장 금리에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이 같은 방식으로 매입을 해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매입 시점을 앞두고 발행사(카드·캐피털사)와 매입금리를 두고 이견이 생겼고, 입찰 방식으로 선회했다. 발행사로부터 발행금액, 만기, 금리밴드 등을 받아 높은 금리순으로 입찰에 붙인다는 것. 여전채는 일반 회사채와 달리 수요예측을 하진 않는다. 대신 발행사와 인수를 하는 증권사가 금리를 대략 협의해 채권을 발행한다. 이 가운데 신규 여전채 발행물량 절반을 소화하기로 한 채안펀드가 민평금리보다 높은 금리를 요구하며 더 싼 가격에 여전채를 매입하기로 했다는 설명이다. 그러자 시장에서는 "이런 식으로 할 바에는 시장에 그냥 내놔도 충분히 수요가 있다"는 불만까지 터져 나왔다.

한 캐피털 업계 관계자는 "위기 국면에 금융시장 안정을 외친 채안펀드가 높은 금리로 매입하겠다는 점을 이해할 수가 없다"며 "또한 적어도 예고한 집행 일자를 맞춰줘야 하는데 이를 어기며 자금 조달 일정을 다시 잡고 있다"고 밝혔다. 또 다른 관계자는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상황이라 1년짜리 단기 수요만 있고, 장기물은 찾는 이가 없다"며 "채안펀드가 3년까지 받아주기로 해 관련 계획을 짰는데 차질이 생겼다"고 말했다.

실제 몇몇 카드·캐피탈 업체는 곧장 다음 주 여전채 발행을 보류했다. 발행 규모는 업체마다 다르지만 200억~600억원 수준이다. 현재 채안펀드 전체 운용은 IBK자산운용이 하는 가운데 여전채 자(子)펀드 운용은 KB운용과 하나UBS운용이 맡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시장 조달 노력이 선행돼야하는 만큼 정부 지원프로그램이 금리, 만기 등엥서 시장보다 좋은 조건을 제시하기는 어렵다"며 "채안펀드가 여전채 매입을 보류했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고 현재 금리 등 매입조건을 협의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캐피털 시장은 자금 조달 이상징후가 나온 상황이다. 지난 3월 15일 키움캐피털(신용등급 BBB+) 회사채 매수 주문 규모는 170억원으로 500억원에 한참 못미쳤다. 한 캐피털사 관계자는 "코로나19 피해자에게 원리금 상환을 유예하라는 정부 조치가 시행되면 캐피털사 실적 악화는 불 보듯 뻔하다"고 밝혔다. 정부가 채안펀드로 캐피털 업계 자금 조달 수단인 여전채를 사주겠다고 한 것도 이런 우려에서였다. 2009년 최초 조성된 5조원 채안펀드 중 5000억원을 여신전문회사에 투입했지만 업계 구조조정을 막지는 못했다.

[명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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