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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코로나19 세계 부동산 시장으로 전염 “올 봄 대재앙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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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세계 부동산 시장이 흔들리고 있다. 주요국 중앙은행에서 기준금리를 ‘제로(0)’ 수준으로 낮췄지만 소용이 없다. 매달 이자나 임대료를 내야하는 이들이 코로나19로 실직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상점·기업과 금융회사의 ‘돈줄’까지 말라가며 부동산 위기를 부추기고 있다.

미국 주택담보대출 회사 칼리브 홈론스의 최고경영자(CEO) 산지브 다스는 1일(현지시간) 미국 경제전문방송 CNBC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일요일(3월 29일) 하루에만 대출 원리금 상환 연기와 관련해 8000건에 이르는 고객 문의가 있었는데 엄청난 상황 급변”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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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 위기가 닥쳤던 2007년 매물로 나온 미국 뉴욕 퀸즈 지역의 한 주택.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가 10여 년 전 서브프라임모기지 때보다 더한 부동산 위기를 불러올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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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리브 홈론스는 75만 건의 정부 보증 주택담보대출을 취급하고 있다. 대부분 대출의 원리금 상환일은 매월 1일에 몰려있다. 예정된 상환일이 코앞에 다가오자 원금ㆍ이자 납입을 미루고 싶다는 고객 문의가 폭증했다.

다스는 “일각에서 예상하는 것처럼 실업난이 점점 더 심해진다면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보다 더 심각한 위기가 닥칠 수 있다”며 “서브프라임모기지 위기가 절정에 달했던 2009년 3개월 이상 연체율은 9%였는데, (코로나19 위기로) 이 수치가 40~50%까지 충분히 치솟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10여 년 전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 때는 원금과 대출이자를 갚을 능력이 없는 사람에게 무차별적으로 집을 판 게 문제였다. 지금은 그때와 상황이 다르다. 최근 미국 내 코로나19 환자 수가 2만 명을 넘어가면서 경제 ‘셧다운(shut down·폐쇄)’은 장기화하는 분위기다. 이 때문에 큰 문제가 없던 가구도 수입이 끊겨 당장 대출이자나 임대료를 내지 못할 처지가 되고 있다.

미국 경제ㆍ사회연구소인 어반 인스티튜트는 지난달 27일 블로그에 올린 연구보고서를 통해 정부 지원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면 미국 내 수천만 가구가 집을 잃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2018년 통계에 따르면 미국에선 약 9200만 가구가 주택 임대료나 대출이자를 내고 있다. 대출 없이 집을 소유한 가구는 3000만 가구에 불과하다.

어반 인스티튜트는 실업률이 40%까지 치솟는 최악의 상황이 닥친다면 2920만 가구가 정부 지원 없이는 살고 있는 집을 유지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했다. 이들 가구가 집을 유지하려면 6개월간 1620억 달러(약 200조원)가 필요하다고 추정했다. 어반 인스티튜트는 “정부에서 2조 달러 규모의 경기부양책을 실시했지만, 시민들이 살고 있는 집을 장기간 유지하는 데는 부족한 조치”라고 보고서에 적었다.

미국이 아닌 전 세계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영국ㆍ호주ㆍ홍콩 등 그동안 부동산 가격 상승세가 가팔랐던 지역을 중심으로 시장 붕괴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호주 공영방송 ABC는 “코로나19로 인해 시드니ㆍ멜버른 지역의 주택 가격이 10~20% 하락할 전망”이라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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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현지시간) 코로나19 확산으로 폐쇄된 메이시 백화점 정문. 코로나19 사태는 주택시장뿐 아니라 상업용 부동산 시장도 위기로 몰아넣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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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뿐 아니라 상업용 시장에도 경보가 울렸다. 2일 파이낸셜타임스(FT)는 “코로나19로 상점과 음식점이 문을 닫으면서 임대료를 못 내게 된 세입자와 임대사업자 간 충돌이 영국ㆍ미국ㆍ홍콩 등지에서 확대되고 있다”며 이런 현상이 상업용 부동산 시장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부동산 위기는 금융시장으로도 바로 전염되고 있다. 부동산 파생금융상품을 통해서다. 1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영국에서만 블랙록ㆍ슈로더 등 대형 자산운용사가 취급하는 250억 달러 규모 부동산 펀드가 거래 정지됐다. 코로나19로 인해 부동산 가치 평가, 이에 따른 수익금 책정이 어려워졌다는 이유에서다.

부동산투자신탁(REIT) 모기지증권 가치도 급락 중이다. 모건스탠리 캐피탈 인터내셔널(MSCI) 미국 부동산 리츠 지수는 올해 들어 지난 1일까지 33% 추락했다. 같은 기간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가 하락 폭(26.4%)보다 컸다. 투자자들이 주식시장보다 부동산 시장 전망을 더 어둡게 보고 있다는 의미다. 이와 관련해 2일 뉴욕타임스(NYT)는 “올봄 부동산 시장엔 대재앙(catastrophic)이 닥칠 수 있다”고 예고했다.

조현숙 기자 newe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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