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이 2일 발표한 ‘3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05.54(2015년=100)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1% 올랐다. 사진은 이날 서울 서초구 농협 하나로마트 양재점에서 장을 보는 시민. 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지난달 소비자 물가상승률이 1%에 턱걸이했다. 상승 폭은 2개월째 줄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서비스업종이 가격이 낮아졌다. 반면 ‘사회적 거리두기’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며 가공식품과 축산물 가격은 올랐다. 품목별 등락이 혼재하며 1%대 상승률은 유지했다. 하지만 코로나19에 따른 경기 부진이 심화하는 가운데, 국제유가도 큰 폭으로 떨어지며 향후 지난해와 같은 0%대 물가로 회귀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저성장·저물가 흐름이 굳어지는 디플레이션의 초입에 온 게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소비자 물가 석달째 1%대 올랐지만....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
코로나19 소비패턴 물가에 반영
통계청이 2일 발표한 ‘3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05.54(2015년=100)를 기록했다. 1월 이후 3개월째 1%대 상승률을 기록했지만, 상승 폭은 둔화했다. 소비자물가지수는 지난해 8월 0% 상승률을 찍은 뒤 9월 사상 처음으로 감소(-0.4%)했다. 올해 1월(1.5%) 반등했지만 2월(1.1%)과 지난달은 연속 하락세다.
코로나19 여파로 직격탄을 맞은 주요 서비스업 가격이 내렸다. 호텔숙박료는 5.2% 하락해 2010년 8월(-9.4%) 이후 가장 많이 내려갔다. 콘도 이용료도 3.1% 하락했다. 정부의 개별소비세 인하 영향으로 소형승용차와 대형승용차 가격은 각각 2.3%, 1.1% 떨어졌다. 반면 ‘집밥 수요’가 늘며 식재료 가격은 올랐다. 축산물이 6.7% 올랐고, 가공식품도 1.7% 상승했다. 달걀은 20.3%, 돼지고기는 9.9% 올랐다.
안형준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소비패턴의 변화가 물가에 영향을 미쳤다”며 “국제적으로는 경기가 안 좋아 유가가 하락한 점이 국내 유가에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근원물가, 외환위기 이후 최소 증가.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다시 0% 물가로 갈수도…‘코로나 디플레이션’ 올까
코로나 19에 따른 경기 부진과 급락한 국제 유가가 본격적으로 반영되는 이달 이후에는 다시 0%대 물가상승률을 기록할 거라는 전망이 나온다. 안형준 심의관은 “지난해 물가가 낮았던 기저 효과가 있어서 향후 물가가 마이너스(-)로 가긴 어렵다”며 “국제유가 하락 등으로 물가가 추가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일시적 요소를 제외하고 장기적인 물가 흐름을 볼 수 있는 근원물가는 이미 바닥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 근원물가인 ‘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지수’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0.4% 증가하는 데 그쳤다.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를 겪었던 1999년 12월(0.1%) 이후 가장 작은 증가 폭이다.
급락한 국제 유가가 본격적으로 국내에 반영되면 4월부터는 전반적인 물가가 낮아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 서비스 오피넷에 따르면 주간 단위 휘발유 가격은 지난주까지 9주 연속 하락했다. 주유소 경유 가격은 1204원으로 지난 2016년 10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뉴스1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올해 1분기 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할 거라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0%대 물가 가능성까지 커지며 디플레이션 진입 우려도 나온다. 디플레이션은 수요 부진으로 물가가 떨어지며 경제가 활력을 잃고 장기 저성장의 늪에 빠지는 상황이다. 물가가 오르지 않을 거라고 예상하는 기업과 가계가 소비를 줄여 경기가 나빠지고 물가는 또다시 낮아지는 악순환이 벌어진다. 일본이 ‘잃어버린 20년’간 겪은 일이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지금의 경기 침체는 코로나19라는 변수 때문에 이전에 겪었던 침체기보다 상황이 더 복잡하다”며 “석유와 같은 원자재 가격이 지난해보다 하락했는데 경제 주체는 소비·투자를 하지 않아 수요는 계속 낮아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김 교수는 “긴급재난지원금 등 정부의 소비 진작 대책이 낮아지는 물가 상승률의 낮아지는 속도를 늦출 수는 있지만, 다시 반등시킬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통계청은 3월 마스크 가격이 오프라인에서 평균 1800원, 온라인에선 4000원 선을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진은 지난달 서울 종로구의 한 약국 앞에서 시민이 구입한 마스크를 손에 들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
마스크 가격은 최고점 찍었나
품귀 현상으로 급등했던 마스크 가격은 2월과 큰 차이가 없었다. 온라인에서는 코로나19가 전국으로 확산하기 전보다 5배가량 오른 4000원 선에서 유지되고 있지만, ‘공적 마스크’ 물량이 풀린 약국 등 오프라인에서는 평균 1800원대로 안정세를 보였다. 마스크는 소비자물가조사 정규품목은 아니지만, 코로나19 사태가 시작된 지난 1월부터 통계청은 마스크를 예비 조사 품목에 넣어 가격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
세종=임성빈 기자 im.soungbin@joongang.co.kr
▶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중앙일보(https://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