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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6 (월)

코로나 사태로 하늘길 끊기자 기내식 업체들 벼랑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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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기내식 센터 내 텅빈 작업장에는 쓰지 않는 자재들이 수북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대한항공 등 우리 국적기들의 발이 묶이자 지상에서 조업 중인 기내식 생산 업체도 위기에 처했다.

2일 찾은 인천공항 화물청사 인근의 대한항공 캐터링(기내식) 센터도 그중 하나다. 센터 관계자의 안내를 받아 위생복을 착용하고 소독 과정을 거쳐 기내식 작업장 안으로 들어갔다.

일하는 사람이 별로 눈에 띄지 않아 썰렁했다. 한쪽에서 작업 중인 여직원은 “미국 가는 비행기 때문에 출발 전 시간에 맞춰야 한다”며 열심히 기내식을 카트에 담았다.

이날 해외로 나가는 대한항공 여객기는 2편밖에 없었다. 냉장창고는 텅 비었고 식자재 등 보관할 게 없어 다른 용도로 쓰였다.

항공기에 실리지 못한 기내식용 카트만 주변 곳곳에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 카트 8500여개 중 5000개 이상이 작업장 자리만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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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시-업 작업장에서 직원들이 항공기에 실을 기내식을 포장하고 있다.


음식을 용기에 담는 ‘디시 업(Dish-up)’ 작업장에는 가동 중인 생산 라인이 2곳뿐이었고 작업자도 10여명에 그쳤다. 평소 같으면 생산 라인 20곳에서 150여명이 일해 북적거리는 곳이라고 한다.

그릇에 담긴 기내식을 1인용 쟁반에 모으는 ‘트레이(쟁반) 세팅’ 작업장도 평소에는 500여명 직원으로 꽉 찼으나 이날 근무자는 20명 정도에 그쳤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많은 직원이 일자리를 잃고 있다. 하루 평균 1300명이 기내식 센터로 출근했는데 지금은 350명가량으로 크게 줄었다. 1000명 정도가 출근을 못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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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종도 인천국제공항 주기장에 항공기들이 멈춰 서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3월 초 하루 8만식의 기내식을 만들던 대한항공 기내식 생산량은 요즘 95%나 준 하루 2900식에 그치고 있다.

대한항공 기내식기판사업본부 김세용 수석은 “기내식 센터는 김포공항 센터와 함께 대한항공은 물론 다른 외국 항공사 여객기에 기내식을 공급하는 생산기지”라며 “2001년 개항 이래 이런 위기는 한 번도 경험한 적이 없었는데 정확하게 지난 2월 3일부터 코로나19 영향을 받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어 “사스, 신종플루, 메르스 때도 일일 생산량이 3만식 아래로 내려간다는 것은 상상해본 적도 없었는데 지난달 말부터 1만식 이하로 깨지면서 연일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 수석은 “불가피하게 무유급 휴가와 권고사직 등 구조조정으로 이어져 직원들의 한숨만 깊어지고 있다”며 “코로나19로 항공업계는 그 충격을 고스란히 온몸으로 받고 있어 미국처럼 국가가 지원하지 않으면 앞으로 한두 달 안에 항공사는 물론 그 소속 기내식 기업들도 도산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미국은 항공사에 보조금 30조7000억원을, 협력업체에 3조7000억원을 각각 지원하며 항공산업을 살려내고 있듯이 우리 정부도 지원대상을 국적 항공사 전체로 확대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추영준 기자 yjcho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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