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총재, 2일 '한은법 80조'의거 대출 시사
연말까지 회사채·CP 만기도래 총 36조원 규모
"법률상 권한 벗어나거나 특정기업 특혜 안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사진=한은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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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혜미 기자] 한국은행이 23년 만에 증권사 등 비은행 금융기관에 대한 직접 대출 가능성을 시사했다. 최근 회사채 및 CP(기업어음) 시장이 불안한 흐름을 이어가는 가운데 신용경색 불안에 적극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는 분석이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2일 오후 주요 간부를 소집해 채권시장안정펀드(채안펀드) 가동 및 전액 공급방식 환매조건부채권(RP) 매입 제도 시행에 따른 금융시장 상황을 점검하면서 한은법 제 80조에 의거, 비은행 금융기관에 대출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한은법 제 80조는 금융기관으로부터의 자금조달에 중대한 애로가 발생하거나 발생 가능성이 높은 경우, 금융통화위원회 위원 4명 이상의 찬성 아래 비은행 금융기관 등 영리기업에 자금을 대출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한은은 지난 1997년 외환위기 당시 한은법 80조를 활용, 종금사 업무정지와 콜시장 경색에 따른 유동성 지원을 위해 한국증권금융과 신용관리기금에 각각 2조원과 1조원을 대출했다.
이 총재는 향후 코로나19 및 국제 금융시장 상황 변화에 따른 자금시장 신용경색 가능성을 우려했다. 한은에 따르면 올 2분기까지 일반기업 발행 회사채와 CP 만기도래 규모는 각각 8조9000억원, 11조4000억원으로 추산된다. 올 연말까지 만기가 돌아올 회사채와 CP는 각각 20조6000억원과 15조4000억원 규모에 달한다.
이 총재는 당분간 시장 자체 수요와 채안펀드 매입 등을 통해 이를 차환할 수 있겠지만 향후 신용경색 가능성에 대비해 안전장치를 마련해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그는 “다만 법에서 정한 한국은행 권한 범위를 벗어나거나 특정 기업에 대한 특혜성 지원은 안된다”고 선을 그었다.
한은은 이날 무제한 RP 매입을 처음 실시했으며 금리 상한선인 0.85%보다 낮은 0.78%에 총 5조2500억원 규모 RP를 모두 낙찰했다. 앞서 증권사 등을 대상으로 한 RP 매입을 포함해 지금까지 총 8조7500억원 규모의 RP를 사들였다. 한은은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금융시장 불안정이 지속되자 이달 초 기준금리 0.5%포인트 인하를 시작으로 600억달러 규모 한·미 통화스와프 계약 체결, 대출 적격담보증권 확대 등 유동성 공급 확대를 통한 시장안정 조치를 잇따라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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