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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4 (토)

최전선서 싸우는 의료진도 ‘한계’ 도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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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간호사 등 1194명 대구 남아 일해 / 불편한 방호복 입고 한 달 넘게 ‘사투’ / 감염도 잇달아… 대구서만 121명 달해 / 병원도 경영난… 정부 “충원·보상 준비”

세계일보

지난 31일 서울 송파구 잠실종합운동장에 설치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드라이브 스루 선별진료소에서 의료진이 준비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최전선에서 코로나19와 싸우는 의료진과 병원들의 피로도가 한계에 달한 상황이다. 이전보다 줄었다고는 하지만 대구지역에서는 여전히 2000명 넘게 입원해 있는데, 활동 의료인력은 이전보다 줄었다. 감염병 전담병원들은 일반 진료를 보기 어려워 경영상 애로를 호소한다. 정부는 인력 충원, 병원 보상 등 준비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2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대구지역에서 활동한 의료진은 2151명으로, 지난달 24일 기준 1194명이 아직 대구에 남아 있다. 의사는 910명 중 235명, 간호인력은 1144명 중 889명이 남아서 일을 하고 있다. 의료기사 등도 84명 참여해 70명이 계속 근무 중이다. 그동안 대구에 파견됐던 의료인과 자원봉사자들로 대응을 해왔지만, 44%가량이 현업으로 복귀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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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무 교대 이동 코로나19 지역거점병원인 대구 중구 계명대 대구동산병원에서 지난 1일 의료진이 근무 교대를 위해 격리병동으로 걸어가고 있다. 대구=뉴스1


그러나 대구에는 여전히 전국에서 가장 많은 2325명의 코로나19 환자가 입원해 치료를 받고 있고, 중환자도 30명이 넘는다. 검체 채취도 하루 2000∼3000건씩 이뤄지고 있다. 이들은 불편한 방호복을 입고, 감염 두려움과 싸우며 한 달 넘게 초과근무를 해온 상황이다.

코로나19 환자가 전국에서 나타나고 있어 대구에만 자원을 집중할 수만도 없는 일이다. 최근 수도권에는 해외입국자들이 늘어 선별진료소의 검체 채취 업무가 크게 늘었다. 선별진료소에서 의료봉사를 하고 있다는 한 의사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해외입국자가 쏟아지다 보니 일하는 동안 잠시도 의자에 앉아 쉬지 못했다”고 상황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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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대구시 중구 계명대학교 대구동산병원에서 음압병실 근무 투입을 앞둔 수간호사가 두 손을 모으고 기도하는 듯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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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지역거점병원인 대구 중구 계명대 대구동산병원에서 격리병동 중환자실 근무 교대를 앞두고 PAPR(전동식 공기 정화 호흡기)를 착용한 의료진이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뉴스1


이렇다 보니 의료진의 코로나19 감염도 적지 않다. 지난달 24일 기준으로 대구지역에서 코로나19에 감염된 의료진은 121명이다. 의사 14명, 간호사 56명, 간호조무사 51명 등이다. 그나마 환자가 폭증한 대구지역이라 의료진 감염이 집계됐을 뿐 다른 지역에서의 의료진 감염은 파악조차 되지 않고 있다.

병원도 어려운 건 마찬가지다. 각 지역에 지정된 감염병 전담병원은 코로나19 환자만 입원시키다 보니 적자 운영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신규 코로나19 환자가 줄어도 병상을 비우고 대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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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1일 서울 송파구 잠실종합운동장에 설치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드라이브 스루 선별진료소에서 의료진이 준비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의료계 지적이 이어지자 정부는 대구에 인력을 계속 배치하고, 병원에는 조만간 보상액 등을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김강립 중대본 1총괄조정관은 “오는 6일 대구지역에 신규 공중보건의사 60명과 기존 인력 중 더 일하겠다고 밝힌 21명을 배치할 것”이라며 “지금 확보된 인력 외에 필요하다면 추가 공고를 통해 민간의사를 배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병원에 대해서는 늦어도 오는 10일 이전에는 적어도 이만큼의 손해는 분명히 발생했을 것으로 인정되는 범위 내에서 우선적으로 소위 계산급을 지급할 계획”이라며 “감염병 전담병원도 비어있는 병상에 대한 손실과 운영비용 등을 추후 정산해 다 보상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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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대구시 중구 계명대학교 대구동산병원에서 음압병실 근무를 마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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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대구시 중구 계명대학교 대구동산병원에서 음압병실 근무를 마친 의료진이 얼굴에 붙은 테이프를 떼고 있다. 연합뉴스


정재수 보건의료노조 정책실장은 “병원에서 일하는 기존 인력, 파견인력, 병원에 대한 충분한 보상이 필요하다. 의료인과 병원이 헌신하는 만큼 인정을 받을 수 있다는 신뢰를 줘야 한다”며 “그래야 코로나19 사태를 헤쳐가고, 새로운 감염병이 왔을 때 의료진이 일선에서 뛸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진경 기자 l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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