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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5 (일)

[정희모의창의적글쓰기] 구성과 논리적 흐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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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쓰기 평가에서 구성이라는 항목에 점수를 줘야 할 때 늘 당혹스럽다. 주제나 문장은 어떻게 평가해야 할지 대강 짐작은 할 수 있지만 구성은 도대체 무엇을 평가해야 할지 늘 막연하고 답답하기 때문이다. 글 한 편을 보면서 주제나 내용, 문장을 제외하고 구성만 쏙 뽑아서 잘했다 못했다 평가할 수 있을까. 예이츠가 자신의 시에서 누가 춤추는 사람에게서 춤과 사람을 구분할 수 있겠냐고 반문했다는데, 구성을 텍스트에서 쏙 뽑아내는 것도 이와 유사하다. 춤은 반드시 춤추는 사람을 통해 표현되듯이 구성은 스토리나 내용을 입어야 비로소 보이게 된다.

러시아 학자 프롭은 러시아 민담을 분석하면서 이야기의 요소를 분류하여 기본적인 구조를 설정한 바 있다. 예컨대 인물은 주인공, 악행자 등 7가지 유형으로, 이야기는 여러 행태로 31가지를 분류했다. 러시아 민담이나 동화는 이런 요소 중 하나씩 뽑아 조합하면 어쨌든 이야기가 된다. 서사적 이야기는 인물과 사건, 행위가 이끌어 가기 때문에 이런 요소를 분류하면 구조를 어느 정도 예견해 볼 수가 있다.

그렇지만 서사적 이야기가 아니라 일반적인 글이라면 어떻게 될까. 글의 목적도 다르고, 주제나 분량, 형식도 다양해서 거기서 일반적인 구성 법칙을 찾기는 어렵다. 우리가 흔히 학교에서 배우는 서론, 본론, 결론이나 기승전결 같은 것은 범위가 넓고 막연해서 글의 평가나 글의 작성에 도움이 될 수 없다. 아직도 구성 법칙을 제시하고 이에 맞추라고 한다면 이는 잘못된 교육 방법이다. 어쨌든 이런 것을 보면 구성을 평가 항목의 하나로 삼는 것은 그냥 익숙해진 관습이나 반복된 클리셰처럼 여겨진다.

나는 글을 작성할 때 기존의 구성 개념을 따르기보다 논리적 흐름을 따르라는 말을 곧잘 한다. 글은 발상 단계에서 구조와 형태를 결정한다. 나의 목적지가 어디인지, 어떻게 거기에 도달할지 대강의 길을 추정하면 글은 시작된다. 우리가 할 일은 세부 요소의 순서와 인과관계를 엮어 의미를 만들고 그것이 올바른 자리를 찾아가도록 만드는 것이다. 무엇이 옳고 그른지, 타당한지 부당한지 논리적 흐름을 꿰어 맞추는 일은 글을 구성하는 기본 원칙이다. 그래서 구성은 규칙이나 법칙이라고 말하지 말고, 내용 속에 감추어진 논리적 흐름이라고 말해야 한다.

정희모 연세대 교수·국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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