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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2 (일)

[총선 D-12] 정의당, "지역구 1석도 불안하다"…투표지 인쇄 사흘 남았는데 단일화 협상 난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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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상정(고양갑)⋅여영국(창원성산)⋅이정미(인천연수을)
汎與 단일화 없이 총선 승리 힘들어
단일화 협상에 시큰둥한 민주당에 속앓이
6일 투표용지 인쇄 전까지 이틀이 고비

조선비즈

정의당 심상정 대표가 31일 오후 서울 강남역 사거리 철탑에서 고공농성 중인 삼성 해고 노동자 김용희 씨와 대화를 마치고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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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역 의원이 단 한 명이라도 살아 돌아와야 하는데, 상황이 녹록지 않다"

4⋅15 국회의원 총선을 열흘여 앞둔 3일 정의당에서 나오는 말이다. 정의당은 작년 선거법 개정으로 10석 이상 비례 의석을 차지할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의 비례정당 추진으로 이번 총선에서 비례 의석으로 현 수준인 4석 확보도 어려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역구 의석 사정은 더 힘들다. 비례의석을 두고 민주당과 각을 세우다보니 이른바 '범여권 단일화'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다. 정의당이 진보진영 단일화 없이 국회의원 지역구 선거에 승리한 사례는 손에 꼽는다.

민주당·정의당은 19·20대 총선에서 단일후보를 냈다. 정의당은 이번 총선에서 민주당과 당 차원의 후보 단일화는 없다고 못 박았다. 하지만 최근 며칠 새 기류가 바뀌었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지난달 31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영남 지역과 같이 노동조합 후보의 특수성을 고려한 작은 규모의 단일화는 있을 수 있다"고 했고, 지난 1일 라디오에서는 "연수나 창원은 지역 논의를 지켜볼 생각"이라고 했다.

창원성산에 출마한 여영국 정의당 후보는 이미 민주당 이흥석 후보에게 단일화를 제안한 상태다. 전날 오전 라디오 인터뷰에서 두 후보는 "단일화를 위한 협상을 진행 중"이라고 했다. 다만 여 후보가 단일화 방식으로 제안한 주민 여론조사를 이 후보가 반대하고 있다. 고(故) 노회찬 의원의 지역구였던 이곳은 최근 5번의 국회의원 선거에서 범여권 단일화를 통해 4번 진보진영 후보가 당선됐다. 여 후보는 작년 보궐 선거에서도 범여권 단일 후보로 자유한국당(미래통합당 전신) 강기윤 후보에게 어렵게 이겼다.

여 후보는 전날 기자회견을 열고 "내일(3일) 정오까지 단일화 공식 답변을 해 달라"고 최후 통첩을 했다. 하지만 민주당 이 후보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이 후보는 "20년 동안 민주당이 양보만 했다. 선거 당락을 떠나서 당원들은 '민주당 후보에 투표 한 번 해보자' 열망이 있다"고 했다. 민주당 부산·울산·경남 선대위원장인 김두관 의원도 최근 인터뷰에서 창원성산과 관련 "민주당 후보를 찍어보고 싶다는 당원들의 마음도 이해해야 한다"고 했다.

인천 연수을은 정의당 이정미 후보와 민주당 정일영 후보와 단일화 이야기가 나온다. 지난 20대 총선에서 민주당과 국민의당 후보가 단일화를 추진했지만 불발됐다. 당시 민주당과 국민의당 후보 합산득표율은 55.6%였다. 이정미 후보는 최근 "정의당 이름으로 저를 시민 단일후보로 만들어달라"고 제안했다. 하지만 정일영 후보는 보도자료에서 "지역 발전을 위해선 힘 있는 여당 후보가 당선돼야 한다"며 단일화에 선을 그었다. 이 곳은 옛 친박계의 핵심인 황우여 의원이 16대 총선부터 내리 4선을 한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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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대 국회의원 후보자 등록이 시작된 지난달 26일 경남 창원시 성산구 선거관리위원회에서 각당 후보들이 공정한 선거를 다짐하고 있다. 왼쪽부터 미래통합당 강기윤, 정의당 여영국, 더불어민주당 이흥석, 민중당 석영철 후보.(위) 정의당 심상정(왼쪽) 대표와 제21대 총선 인천 연수을 이정미 후보가 2일 오전 인천시 연수구 송도국제도시 한 사거리에서 시민들에게 손을 흔들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아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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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당 심상정 대표가 출마한 경기 고양갑 지역구도 지난달 말 단일화 이야기가 나왔다. 하지만 성사될 가능성은 낮다. 심 대표는 라디오에서 "지난달 31일 지역 토론에서 문명순 민주당 후보가 단일화는 절대 없다고 말씀하셨다"며 "단일화 없이 제가 좀 승리할 수 있도록 노력을 해야 될 것 같다"고 했다.

지난달 31일 한국리서치가 KBS의 의뢰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심상정 후보는 34.5%, 민주당 문명순 후보는 33.5%, 미래통합당 이경환 후보는 20.7%로 나타났다.(자세한 여론조사 개요 및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정치권은 투표용지 인쇄일인 오는 6일 전까지 단일화를 마무리해야 효과가 있다고 본다. 단일화에 필요한 전화 여론조사 등을 감안하면 지금도 시간이 빠듯하다. 작년 창원성산 보궐선거 때는 투표용지 인쇄 나흘 전 합의해 이틀간 여론조사를 거쳐 투표용지 인쇄 전날 후보를 결정했다.

정의당 안팎에서는 "정의당이 올해 총선에서 지역구 1석을 확보하는 것도 쉽지 않다"는 말이 나온다. 정의당 한 관계자는 "심 대표가 출마하는 고양갑도 쉽지 않아 보인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후보 단일화가 거론되는 창원성산 인천연수을을 포함해 세 지역 모두 승리를 확신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원래 단일화는 선거에 임박해서 극적으로 이뤄졌고, 민주당과 정의당이 이해관계가 접점을 찾는 시점이 올 수도 있다"고 했다.

민주당의 반응은 미지근하다. 정의당은 지역구 1석도 아쉽지만, 정당득표에서 범여권 표 분산을 막아야 하는 민주당으로서는 단일화 명분을 찾기 어렵다. 민주당 관계자는 "정의당과 비례대표 선거 득표율을 경쟁해야 하는 상황에서 정의당 후보로 단일화가 되면 해당지역 비례선거 득표율이 낮아지고 지지층이 이탈할 것이란 우려가 있다"고 했다.

우한코로나(코로나19)사태에 따른 반사이익으로 민주당 지지율이 오르는 것도 변수다. 서울⋅수도권 등 경합 지역에서 민주당 후보자들이 미래통합당 후보들에 우세를 보이면서 당 내에서는 "굳이 정의당과 손잡을 필요가 있느냐"는 분위기가 있다고 한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정의당과의 관계가 예전 같지 않다"며 "우리가 야당이었을 때야 서로 의지할 유인이 있었을 지 몰라도, 지금은 힘있는 여당의 면모를 보여줄 때"라고 했다.

이슬기 기자(wisdom@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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