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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4 (토)

[이베이코리아 매각설이 몰고 온 유통빅뱅] 이커머스 지각변동 시나리오 ‘5選’ 롯데·소뱅(소프트뱅크), 지마켓 인수 검토…CJ도 복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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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초부터 이베이코리아 매각설이 분분하다. ‘매각가격이 5조원대다, 롯데그룹이 사간다’ 등등 각종 소문도 무성하다. 이베이 측이 공식 부인했음에도 이런 얘기가 나도는 이유는 이베이코리아 이익 규모가 계속 줄어들고 있고 미국 본사도 아마존에 밀리면서 대규모 현금이 필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베이코리아가 유한회사로 전환하고 글로벌 본사가 2년 연속 거액의 배당을 받아간 것도 이런 추측에 힘을 싣는다. 꼭 이베이코리아가 아니더라도 이커머스(전자상거래) 업계의 재편 바람은 언제든 불게 돼 있다는 게 정설이다. 코로나19 사태로 온라인·모바일 쇼핑이 보다 활성화되고 있는데 문제는 영업이익을 내는 곳이 그리 많지 않다는 사실. ‘주문 많이 받을수록 손실도 커진다’는 의혹을 받는 업체도 존재한다. 이전까지는 손실이 나는 업체라 하더라도 국내외 투자 유치로 자금 사정이 나쁘지 않았다. 지금은 사정이 다르다. 대공황급 글로벌 위기가 도래한 상황이라 IB(투자) 시장도 이익이 나는 곳 중심으로 투자하는 분위기다.

상황이 이렇자 종전 오프라인 기반 유통 대기업이 본격적으로 M&A에 나설 가능성은 물론 네이버, 카카오 등 쇼핑 부문 후발주자의 급부상 분위기도 감지된다. 이커머스 업계가 어떻게 재편될지, 관련 전문가와 함께 상황별 시나리오 형태로 분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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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롯데가 이베이코리아 인수?

▶가능성 높지만 문제는 인수금액

롯데그룹은 비효율 점포 30%를 정리하겠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2020년 운영 전략’을 발표했다. 롯데백화점과 롯데마트, 롯데슈퍼, 롭스 등 현재 운영 중인 오프라인 매장 700여개 중 실적이 부진한 점포 200여곳은 3~5년 내 정리하겠다는 것이다. 1979년 창사 이래 처음 있는 대규모 구조조정이다.

롯데그룹은 해외 이커머스 사업도 모두 정리하는 분위기다.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현지 이커머스 법인을 청산하고 지분 매각 작업에 나선 것이 대표적이다. 이렇게 마련한 실탄으로 온라인 사업 강화에 공을 들일 공산이 높다. 이때 꺼내들 수 있는 카드가 M&A다. 특히 이익이 나는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는 인식이 팽배하다.

“이베이의 장점은 아주 정교한 맞춤형 고객 대응이다. 라인 사업자들은 소비자에게 많은 쿠폰을 발행해 클릭을 유도하는데 소비자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구매 전환율을 높여온 노하우 덕에 이익을 계속 냈다. 롯데가 오프라인 점포를 반으로 줄여 물류센터화하면서 이베이코리아까지 인수하면 제대로 시너지 효과가 날 수 있다. 옥션과 지마켓이 각각 가전·의류 등 ‘비식품’ 부문이 강한데 여기에 롯데가 가세해, 식품 부문 온라인 사업까지 확대하면 ‘윈윈’ 그림이 나올 수 있다.”

최소영 T-PLUS 대표의 분석이다.

김석집 네모파트너즈POC 대표도 “ ‘종합몰(롯데닷컴)+오픈마켓(이베이코리아)’ 모델은 시너지 효과가 클 수 있다”고 뒷받침했다.

오린아 이베스트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롯데의 경우 이커머스 쪽으로 강화하겠다고 발표한 것이 2018년 하반기였고 그 뒤로 ‘롯데 ON’ 등 여러 가지를 시도했으나 딱히 성과를 내지 못했다. 티몬 인수설도 있었다 보니 이커머스 분야로 다양한 방안을 고민하고 있는 것 같고, 그중에 하나가 이베이코리아 인수가 되지 않을까라는 추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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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그룹은 200여개 오프라인 매장 철수를 비롯한 유통 부문 재편을 추진하고 있다. <이충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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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소프트뱅크가 움직인다?

▶알리바바·라자다 앞세워 인수 추진

의외로 해외 이커머스 강자가 한국 유통 시장을 재편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미 소프트뱅크는 쿠팡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며 한국 시장에 대한 이해도를 키워왔다. 추가로 시장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이베이코리아 인수에도 나설 수 있다는 얘기가 솔솔 흘러나온다.

오세조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는 “이베이는 아마존에 경쟁력이 밀리고 있어 좋은 가격으로 매각하고 싶을 것이다. 온라인 업체 중 자금력 있는 업체가 관심을 보일 수 있는데 소프트뱅크가 대주주인 알리바바도 한 곳이다. 쿠팡과 이베이코리아는 경쟁관계지만 한 지붕 아래 있으면 좀 더 각자 특화하며 시너지가 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 알리바바는 2016년 동남아 최대 쇼핑몰인 라자다를 인수하면서 동남아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해 성공을 거둔 바 있다. 더불어 IB 시장 관계자에 따르면 라자다는 지난해 국내 이커머스 시장 분석은 물론 특정 업체 투자 타진도 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충분히 가능성 있는 시나리오인 셈이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자금 여력이나 규모, 운영 경험 등을 놓고 봤을 때 소프트뱅크 계열 이커머스 회사가 유통 시장 재편에 나서는 것 이외에 뾰족한 대안은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물론 반론도 있다. 소프트뱅크가 실적 우려로 알리바바 지분과 여러 자산을 매각할 계획이 있다 보니 자금사정이 좋지 않다. 쿠팡 자체적으로 상장해 실탄을 마련해야 하는데 위워크 상장 무산으로 지금 같은 시장 상황에서는 인수자금 마련이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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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티몬-11번가 연합설?

▶KKR 등 사모펀드가 직접투자 가능성도

한때 롯데그룹이 티몬을 인수한다는 소문이 돌았다. 다만 최근에서야 간신히 월단위 흑자를 기록 했다지만 티몬의 1200억원(2018년 기준)이나 되는 영업손실이 발목을 잡았다. 티몬 대주주 KKR과 앵커PE는 티몬에 대규모 투자를 했음에도 퇴로가 보이지 않는다는 측면에서 고민이 많았다. 해결책을 고민해온 KKR과 앵커PE가 대안으로 구상하는 그림중 하나는 아예 11번가를 사들여 티몬과 합치는 것도 포함될 수 있다. 마침 11번가는 지난해 드디어 흑자전환에 성공했고 계속 앱 사용률이 높아지는 등(아이지에이웍스 모바일인덱스 쇼핑 부문 1~2월 2위) 상승세를 자랑한다. 게다가 SK그룹은 여러 차례 11번가 매각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플랫폼의 생각법’의 저자 이승훈 가천대 교수(전 인터파크 대표)는 “SK그룹은 11번가를 크게 키울 생각이 없다. 11번가가 SK텔레콤 연결재무제표에 잡히는데 적자가 되면 모회사 SK텔레콤 주가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재무관리를 하는 수준일 뿐이다. 언제든 조건만 맞으면 매각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라고 예상했다.

방식은 두 가지다. 티몬이 대주주인 사모펀드로부터 추가 투자를 받아 그 돈으로 11번가를 인수하는 게 하나다. 아니면 티몬의 대주주 사모펀드가 직접 11번가를 인수하는 시나리오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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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그룹은 CJ푸드빌 매각을 비롯, 대규모 구조조정으로 실탄을 마련하고 있다. <매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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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체력 쌓은 위메프 M&A 도전

▶넥슨·IMM서 3700억원 투자 유치

지난해 위메프는 넥슨과 IMM인베스트먼트로부터 3700억원의 투자금을 유치했다. 이를 바탕으로 1000명의 신규 인력 채용에 나서는 등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위메프 측은 “물류나 마케팅 등에 막대한 돈을 쏟지 않아 최근 몇 년간 영업활동 현금흐름이 플러스(+)를 기록하는 등 투자 여력이 충분하다. 인적 투자뿐 아니라 다양한 투자에도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급성장세를 유지하면서 영업적자 폭을 줄인다면 올해 이후부터는 유통 시장 재편의 선봉장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뒤따른다. 여기에 위메프가 IPO에라도 성공한다면 상황은 급변할 수 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내년에 주목해야 할 기업은 단연 위메프다. IPO에 성공할 경우 위메프 주도로 대형 M&A가 일어나는 식의 산업 재편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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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의외의 다크호스는 CJ?

▶구조조정 마련한 실탄으로 인수 추진

CJ그룹은 지난해 CJ헬로와 투썸플레이스를 매각해 1조1800억원에 달하는 자금을 확보했다. 올해도 CJ푸드빌의 외식사업부와 CJ제일제당이 관리하던 다이닝 브랜드를 모두 정리하기로 했다. 서울 강서구 가양동 부지와 구로공장 부지, CJ인재원까지 팔아치웠다.

일각에서는 CJ그룹이 유동성 위기를 사전에 막기 위해서라고 진단하지만, CJ그룹이 유동화 등에 쓸 수 있는 유형자산은 지난해 기준 13조5173억원에 달해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튼실한 편이다. IB업계에서는 CJ그룹이 사업 재편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구조조정으로 마련한 실탄을 이커머스 업체 인수에 쓰는 것 아니냐고 예상한다.

이 사안을 주도할 업체로는 CJ대한통운이 거론된다. CJ대한통운은 온라인 쇼핑 판매 증가에 따른 수혜주로 분류된다. 미래에셋대우는 최근 보고서에서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더라도 대한통운 매출액은 크게 줄어들지 않을 전망이다. 더불어 곤지암 메가허브터미널이 원활하게 가동되면서 원가 절감도 순조롭게 이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증권가 보고서는 CJ대한통운 올해 영업이익만 2000억원 이상을 내다본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여세를 몰아 이커머스 선두권 업체를 인수해 물류와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 보고 최고경영진이 관련 시나리오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

변수는?

▶M&A 시장 장기전…‘현금왕’에 유리

문제는 가격이다. 이베이코리아만 해도 현재 IB업계에서 거론되는 시세는 5조원에 달한다. 그런데 글로벌 위기 여파로 자본시장이 경직돼 있어 쉽게 인수전에 나서기 힘들 수 있다.

이승훈 교수는 “한 업체를 인수하는 데 수조원을 들여야 한다면 이익이 나는 곳에 관심 가질 수밖에 없다. 다만 현금 유동성이 힘이 되는 시대에 굳이 급하게 움직일 필요는 없어 보인다. 롯데그룹이 위메프, 티몬 등 소셜커머스 회사 인수를 검토하다 중단한 것도 이런 이유”라고 말했다. 따라서 여러 M&A설이 난무하지만 의외로 규모가 큰 거래는 좀 더 시간이 걸릴 것이란 의견도 나온다.

서용구 교수는 “코로나19 사태로 해당 산업 매출 증가폭이 예상보다 커져 올해는 관망 버티기(현상 유지)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전망했다.

이 사이에 검색 포털, 모바일 메신저 선두주자인 네이버와 카카오의 커머스 시장 확대로 자연스레 시장 재편이 될 것이란 분석도 있다. 일부 업체가 계속 적자로 추가 투자 유치에 실패하면서 자연 도태가 되는 자리를 네이버, 카카오가 차지할 공산이 크다는 시각이 그것이다.

김연희 보스턴컨설팅그룹(BCG) 대표는 대놓고 네이버가 가전, 생필품 시장의 절대 강자가 될 것이란 예상도 내놨다. 그는 “미국에서 제품 검색을 아마존에서 하면서 아마존이 1등 기업이 됐듯이 국내에서는 네이버에서 제품 검색을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자연스레 네이버가 시장을 주도하는 위치를 차지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와이즈앱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네이버에서 발생한 결제액은 20조9249억원으로 쿠팡(17조771억원)보다 높았다.

물론 유통 시장 재편에는 관건이 있다. “누가 어디를 인수하든 그 업체가 향후 트래픽, 총 거래액(GMV)에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어떻게 겹치지 않고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느냐가 M&A의 화두가 될 것”이라는 오린아 애널리스트의 분석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박수호 기자 suhoz@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 2052호 (2020.04.01~2020.04.07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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