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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한미연합과 주한미군

美 “방위비 협상 안 끝났다”는데…‘김칫국’ 논란 자초한 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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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관급 협의에서도 방위비 이견 못 좁혀

靑고위급 인사 언론에 흘려 …美 “사실 아니야”

주한미군 사령관은 “김칫국 마신다” 조롱도

헤럴드경제

제11차 한미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SMA) 체결이 불발된 상황에서 로버트 에이브럼스 주한미군 사령관이 지난 2일 오후 트위터에 "김칫국 마시다"를 리트윗했다. 이는 우리 정부의 ‘잠정 타결’ 발표를 에둘러 비판한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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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강문규·유오상 기자] 올해 주한미군의 방위비 분담액 설정을 위한 제11차 한미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 협상이 한미간 진실 공방으로 번지는 모양새다. 정부 최고위급 관계자가 ‘잠정 타결’을 언급한 데 이어 청와대 관계자도 ‘최종 타결이 임박했다’는 내용을 비공식적으로 언론에 흘렸다. 하지만 외교부는 하루만에 “협상 중”이라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미국 측은 “협상은 끝나지 않았다”며 공개적으로 불만을 드러낸 상황이다. 한반도 안보와 직결되면서 수 조원의 예산이 투입되는 중대한 협상 과정에서 정부의 오락가락 메시지가 ‘국제적인 망신’을 자초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클라크 쿠퍼 미국 국무부 정치·군사 담당 차관보는 2일(현지시간) 언론과의 화상 브리핑에서 SMA 협상은 끝나지 않았다며 한국의 분담액 추가 인상을 다시 압박했다. 쿠퍼 차관보는 이날 방위비 협상 진행 상황을 묻는 말에 “나는 협상이 계속돼 왔고, 절대 끝나지 않았다고 단언할 수 있다”며 “지금 당장 말해줄 수 있는 것은 우리는 여전히 서로 소통하고 있다는 점”이라고 답했다.

사실상 협상이 잠정 타결됐다는 우리 정부의 메시지를 부정하는 발언이다. 쿠퍼 차관보는 “담당 부서와 장관, 그 이상에서 한미 간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며 청와대와 백악관 사이에서도 관련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는 점을 언급했다. 또 “미국은 대면 협상을 선호한다”며 8차 협상 가능성도 시사했다.

논란은 우리 정부의 여러 경로에서 나온 메시지에서 키운 것을 보인다. 지난달 31일 한국 협상 대표인 정은보 방위비분담금 협상대사는 협상에 대해 ‘막바지 조율’을 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타결이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관측이 나왔다. 청와대 최고위급 관계자도 ‘이르면 1일 협상 타결이 발표될 수 있다’고 일부 언론에 흘린 것으로 알려져 논란을 자초한 측면이 강했다. 특히 지난달 24일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화를 하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에 협력하기로 한 뒤로 협상이 급물살을 탄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10% 안팎의 인상’과 ‘5년 다년 협정’을 골자로 하는 협정안이 잠정 타결됐다는 이야기가 정부 고위급 관계자의 입에서 전해지기도 했다.

하지만 정부 입장이 “아직 합의하지 못했다”로 바뀐 건 채 하루가 지나 않았다. 1일 청와대와 외교부는 협상상황에 진전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은 계속 협상 중이라고 말했다. 2일에는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직접 나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 협의를 진행했지만 여전히 협상타결 소식은 들리지 않았다.

미국 정부도 협정 잠정 타결 소식을 공식적으로 부인했고, 로버트 에이브럼스 주한미군사령관은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김칫국 마시다’라는 문구를 올렸다. 이같은 언급은 상당히 이례적으로, 우리 정부의 SMA 협상 상황 발표를 에둘러 비판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때문에 외교가는 물론 정부 내에서조차 “성급하게 내용을 발표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정 대사의 공식적인 발표에 이어 청와대 최고위급 관계자가 불필요한 발언을 흘리면서, 오히려 막판 협상에 악영향을 끼쳤다는 것이다. 일각에서 정부가 외교를 정치 현안에 이용하려 했다는 논란을 자초했다고 비난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정부 고위 관계자는 “협정 타결까지 이견이 남은 상황에서 최고위급 관계자가 너무 성급하게 발언한 것 같다”며 “상대방이 공개적으로 우리 정부를 조롱하는 등 중요한 외교 협상에서 최악의 결과가 나왔다”고 비판했다.

외교당국은 지난 1일부터 주한미군 내 한국인 근로자의 무급휴직이 현실화된 상황에서 강경화 외교부 장관까지 나서 협정 타결을 위한 협상을 진행 중이다. 장관급 협의에서도 미국 측과의 이견 좁히기에 실패한 것으로 알려지며 실제 협정 타결까지는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osy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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