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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트위터 하는 노숙인'의 극한 생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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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살아내겠습니다' 번역 출간

(서울 = 연합뉴스) 추왕훈 기자 = '오늘도 살아내겠습니다'(김영사)는 폭력과 질병이 도사리는 거리에서 세 번의 겨울을 보낸 노숙인의 '밑바닥 생활기'다.

프랑스 유명 레스토랑의 소믈리에에서 별안간 노숙인이 된 저자는 파리 시청 직원이 노숙인을 내쫓기 위해 물뿌리개 호스로 물을 뿌린 데 화가 나 트위터에 글을 올렸고 마침내 파리 시장에게 직접 사과를 받은 뒤 '트위터 하는 노숙인'으로 불렸다.

프랑스 베르사유에서 태어나 스위스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이 저자는 군 제대 후 결혼하고 소믈리에로서 안정된 직장도 얻었으나 갑자기 결혼 생활이 깨지고 직장을 잃으면서 거리로 내동댕이쳐졌다.

연합뉴스

크리스티앙 파쥬
[김영사 제공·재판매 및 DB금지]



거리에서 먹고 자고 씻는 것이 하나하나 힘겨운 일이었다. 마약의 유혹을 뿌리쳐야 했고 알코올 중독자들과 뒤엉켜 지내야 했으며 이슬람국가(IS)의 테러로 아수라장이 된 길거리에서 갈 곳이 없는 자신을 지켜야 했다.

동전을 건네지만 눈을 마주치지 않는 행인들의 냉담함, 잠자는 등을 걷어차는 경찰관들의 비정함, 깨끗한 가운을 걸친 의사 앞에서 노숙인으로서 건강검진을 받기 위해 더러운 옷을 벗을 때 느꼈던 수치심. 이 모두가 저자에게 안겨준 것은 고통이었다.

등교하는 학생들과 마주치지 않기 위해 새벽에 일어나며 "아이들에게 실패한 내 인생을 보이고 싶지 않았다"고 저자는 말한다.

추위에 발이 얼어붙은 쓰라림이나 몸에 붙은 빈대, 거리에서 목숨을 지키기 위해 벌인 사투 따위가 초래한 육체적 고통은 더 말할 필요도 없다.

공원 나무에 목을 매단 청년, 단도에 찔린 남자, 추위에 떠돌다 동사한 여자 등 노숙인에게 죽음은 일상적 풍경이다.

이 모든 고통과 두려움의 근원이 사람이라면 위안을 주는 것도 결국 사람이다. '거리의 형제'를 만나 시시콜콜한 농담을 나누고 하룻밤을 재워주겠다는 뉴스 앵커와 퉁명스럽지만 따스한 밥을 나눠주는 선교회의 요리사를 만나며 삶이란 무엇인지 되묻고 주저앉은 무릎을 다시 일으킨다.

3년의 거리 생활 끝에 지금은 작은 냉장고가 딸린 보금자리를 마련한 저자는 여전히 파리 곳곳을 누비며 '거리의 형제들'과 소통하고 있다고 한다.

지연리 옮김. 284쪽. 1만4천800원.

cwhyn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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