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대선을 앞둔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방위비 분담금 대폭 증액을 호언장담한 공약에서 물러서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미군 순환배치 비용 등 새 항목들을 추가해 작년 1조389억의 5배가 넘는 약 50억 달러(약 6조원)를 요구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작년 인상률 8.2%와 비교해도 상식과는 거리가 멀다. 미국은 과잉 청구라는 국내외 비판이 일자 요구액을 대폭 낮춘 것으로 알려졌는데, 최근 양국 협상단은 2조원을 넘지 않도록 하고 협정 유효기간을 1년에서 5년으로 늘리자는 공감대 속에서 세부 조율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는 이 정도로는 성과로 내세우기가 마땅치 않을 터이다. 장사하듯 동맹을 대하며 한국인 근로자들을 '볼모'로 삼는다는 비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대폭 증액 욕심을 붙들고 있는 모양새에는 이런 배경이 있을 수 있다. 그래서 서로 이로운 동맹 체제의 기본 개념은 외면하고 일방적으로 베푼다는 무리한 주장을 되풀이한다. 트럼프 행정부는 자신들만의 잣대가 아닌 상식과 합리의 기준을 적용해야 하는 게 순리다.
상황이 답답하고 민감한데도 로버트 에이브럼스 주한미군 사령관은 자신의 트위터에 미묘한 뉘앙스를 풍기는 글을 리트윗해 눈길을 끈다. 그는 한 트위터 이용자가 올린 '김칫국 마시다'란 글귀가 적힌 사진을 리트윗했는데, 사진에는 '알이 부화하기 전 닭을 세다'라는 의미가 있다는 영문 설명이 담겼다. 에이브럼스 사령관은 앞서 "부화하기 전 닭을 세지 말라는 것이 때가 될 때까지 김칫국을 마시지 말라는 것과 같다는 것을 배웠다"고 트윗하기도 했다. 의도했는지 아니면 우연의 일치인지는 확인되진 않았지만, 한국에서 '잠정 타결'이 거론되는 분위기를 겨냥한 표현이고 더 나아가선 한국 정부를 압박한 제스처라는 해석까지 나온다. 의도가 있든 없든 미묘한 시점에 불거져 현 상황에 도움이 안 되는 억측을 유발할 만하다. 근로자 수천 명의 생계가 위협받는 상황에서 요구되는 신중함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동맹 가치 재확인과 군사 준비태세 유지는 물론이고 근로자들의 희생을 막기 위해서라도 미국 정부는 하루빨리 상식과 합리의 수준에서 협상을 마무리하는 데 호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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