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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연합시론] 미국은 방위비 막판 압박말고 상식 수준서 하루빨리 타결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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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타결 임박 분위기였던 한미 방위비 협상이 막판 진통을 겪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클라크 쿠퍼 미국 국무부 차관보는 2일 언론 브리핑에서 결코 협상이 끝나지 않았다며 공정한 합의의 필요성을 수차례 강조했다. 잠정 타결됐다는 일부 관측을 부인하면서 더 부담하라고 여전히 한국을 압박하는 언급으로 보인다. 쿠퍼 차관보는 협상이 양국 대표단뿐만 아니라 양국 장관, 청와대와 백악관 차원에서도 진행되고 있음을 시사했다. 국무부의 한 당국자도 한국 특파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을 포함한 동맹국들이 더 기여해야 한다는 기대를 분명히 해왔음을 거듭 강조하기도 했다. 막바지 조율 단계에 있고 곧 타결 발표를 할 것으로 예상한 직전 한국 내 분위기와는 뉘앙스가 꽤 다른 발언이다. 외교 수장들도 해결책 모색에 나섰으나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실무선에선 타결 수순으로 갔지만, 최고 윗선에선 어떤 식으로든 제동을 걸었다는 짐작이 가능한 상황이다. 주한미군 한국인 근로자의 절반에 가까운 4천여명이 무급휴직을 당하는 등 한시가 급한 국면에서 유감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11월 대선을 앞둔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방위비 분담금 대폭 증액을 호언장담한 공약에서 물러서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미군 순환배치 비용 등 새 항목들을 추가해 작년 1조389억의 5배가 넘는 약 50억 달러(약 6조원)를 요구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작년 인상률 8.2%와 비교해도 상식과는 거리가 멀다. 미국은 과잉 청구라는 국내외 비판이 일자 요구액을 대폭 낮춘 것으로 알려졌는데, 최근 양국 협상단은 2조원을 넘지 않도록 하고 협정 유효기간을 1년에서 5년으로 늘리자는 공감대 속에서 세부 조율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는 이 정도로는 성과로 내세우기가 마땅치 않을 터이다. 장사하듯 동맹을 대하며 한국인 근로자들을 '볼모'로 삼는다는 비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대폭 증액 욕심을 붙들고 있는 모양새에는 이런 배경이 있을 수 있다. 그래서 서로 이로운 동맹 체제의 기본 개념은 외면하고 일방적으로 베푼다는 무리한 주장을 되풀이한다. 트럼프 행정부는 자신들만의 잣대가 아닌 상식과 합리의 기준을 적용해야 하는 게 순리다.

상황이 답답하고 민감한데도 로버트 에이브럼스 주한미군 사령관은 자신의 트위터에 미묘한 뉘앙스를 풍기는 글을 리트윗해 눈길을 끈다. 그는 한 트위터 이용자가 올린 '김칫국 마시다'란 글귀가 적힌 사진을 리트윗했는데, 사진에는 '알이 부화하기 전 닭을 세다'라는 의미가 있다는 영문 설명이 담겼다. 에이브럼스 사령관은 앞서 "부화하기 전 닭을 세지 말라는 것이 때가 될 때까지 김칫국을 마시지 말라는 것과 같다는 것을 배웠다"고 트윗하기도 했다. 의도했는지 아니면 우연의 일치인지는 확인되진 않았지만, 한국에서 '잠정 타결'이 거론되는 분위기를 겨냥한 표현이고 더 나아가선 한국 정부를 압박한 제스처라는 해석까지 나온다. 의도가 있든 없든 미묘한 시점에 불거져 현 상황에 도움이 안 되는 억측을 유발할 만하다. 근로자 수천 명의 생계가 위협받는 상황에서 요구되는 신중함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동맹 가치 재확인과 군사 준비태세 유지는 물론이고 근로자들의 희생을 막기 위해서라도 미국 정부는 하루빨리 상식과 합리의 수준에서 협상을 마무리하는 데 호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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