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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신청도 안 받아주면서 무슨 긴급대출?" 중소상공인 울화병 키우는 코로나 대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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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피해를 본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에게 정책자금 직접대출을 시행하고 있지만 대출 신청 단계에서부터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긴급대출이라는 정부의 말을 믿고 대출 현장을 찾은 중소기업인과 소상공인들은 "정부가 코로나 정책자금 대출 신청조차 받아주지 않는다"며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중진공)에 7000억원을,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소진공)에 2조7000억원의 정책자금을 배정해 코로나19 직접대출을 시행하고 있다. 직접대출은 정부자금으로 정부가 직접 대출을 해주는 것을 말한다. 신용보증재단에서 보증심사를 받고 시중은행 돈으로 대출을 해주는 대리대출과는 다른 개념이다. 직접대출은 신용등급이 낮아도 대출을 받을 수 있고, 대리대출처럼 보증료율이 붙지 않아 금리가 더 낮고 거치기간도 시중은행보다 4년 더 길다. 이 때문에 대기시간이 길어도 사람들이 몰리고 있다.

조선비즈

2일 오전 서울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지역센터를 방문한 소상공인들이 문 앞에서 상담을 기다리고 있다. /심민관 기자



◇ "예산 없다"고 대출 신청 안 받는 중진공

3일 중소기업계에 따르면 중진공이 코로나19 정책자금 대출 신청을 받지 않고 있다. 서울 중구에서 금속공업 업체를 운영하는 김모 사장은 3월 31일 중소기업 코로나19 정책자금을 대출받기 위해 중진공을 찾았지만 접수도 하지 못하고 발길을 돌렸다. 현장 직원이 공단에 배정된 자금이 소진돼 더이상 신청을 받지 않는다고 안내했기 때문이다. 김모 사장은 "시중은행 대출이 안돼 공단을 찾았는데 헛수고였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이러한 현상은 전국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중진공 창원본부 관계자는 "예산이 없어 3월 중순부터는 신청을 못 받고 있다"며 "170억원을 배정받아 220개 업체 신청을 받았고, 이후 찾아온 200개가 넘는 업체들의 신청은 접수하지 못했다"고 했다. 그는 "우리 지역 뿐 아니라 32개 모든 지역본부가 예산이 동난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이밖에 중진공 인천서부, 강원본부, 대구본부 관계자도 "지부에 배정된 예산을 이미 초과한 상황이라 더이상 신청을 받지않고 있다"고 했다.

중진공 지역본부들이 중소기업인들의 대출 신청을 받지 않는 이유는 중소벤처기업부가 배정한 예산상 한계 때문이다. 이미 3월 초부터 예산부족을 이유로 중소기업들로부터 코로나 대출 신청을 받지 않는 중진공 지역본부들이 속출했지만 중기부는 신속한 방안을 내놓지 않고 수수방관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중기부가 최근 대출속도가 늦어 논란이 된 소상공인 정책자금 대출 제도 개선에만 집중한 나머지 정작 중소기업 대출 지원 현안을 제대로 챙기지 못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중진공 관계자는 "중진공 본부나 중기부에서 대출 신청을 받지 말라는 가이드라인을 지역본부에 내린 적은 없다"며 "예산 부족 때문에 중기부에도 증액을 요구하고 있고, 다른 방법으로 대출을 지원해줄 수 있는지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 "하루 60명만 대출 신청하라니… 속 타는 소상공인"

소상공인 직접대출 현장에서도 대출 신청이 어려운 건 마찬가지다. 소상공인 정책자금 대출 신청을 받는 소진공 센터가 정한 당일 예약 인원 외에는 대출 신청을 받아주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 중구에서 금속공방을 하는 박모씨는 "소진공 지역센터에 아침 일찍 왔는데도 현장에서 60명까지만 예약을 받고 나머진 그냥 돌려보냈다"면서 "신용등급이 낮아 시중은행 대출이 안돼 찾아왔는데 기업은행에 가서 대출 상담을 받으라고 해 속이 탔다"고 했다. 서울 서대문구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김모씨는 "정부가 4월부터는 3일 안에 대출을 해주겠다는 말을 믿고 소진공을 방문했는데, 신청도 못하고 돌아가게 됐다"며 "여전히 대출 신청하는게 하늘의 별따기"라고 했다.

정부는 대기줄을 없애기 위해 4월부터 예약한 사람만 대출 신청을 할 수 있도록 제도를 바꿨다. 또, 출생연도상 홀수와 짝수를 기준으로 대출 2부제를 시행, 소상공인들이 격일로만 대출 신청을 할수 있게 했다. 신용등급이 4등급 이하인 소상공인만 직접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대출 대상도 바꿨다. 새로운 제도가 시작됐지만 소상공인들은 여전히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한 소상공인은 "온라인 예약은 시작하자마자 1분 만에 바로 마감되기 때문에 현장에 와서 줄을 서서 예약을 해야 한다"며 "현장에서도 아침 7시에 문을 열자마자 바로 마감되기 때문에 센터 앞에서 밤을 새지 않으면 대출 신청을 하기 어렵다"고 했다. 또다른 소상공인은 "정부가 대기줄이 길다고 비판을 받자 대기줄을 없애는데만 집중했다"면서 "대출을 신청하려고 찾아온 소상공인들의 대출 신청을 선착순으로만 받는게 어떻게 정부 대책이냐"며 울분을 토했다.

심민관 기자(bluedrago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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