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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은행의 키코 배상안 수용 시한 D-3, 윤석헌 금감원장 또 체면 구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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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하나·대구銀, 6일까지 키코 배상안 수용여부 통보해야
국책은행인 산업銀도 불수용… 기한 연장해달라 요청할 듯

외환파생상품 키코(KIKO) 사태에 대한 금융감독원의 분쟁조정 수용 결정 시한이 사흘 앞으로 다가오면서 금감원이 긴장하고 있다. 키코 분쟁조정안 수용 여부를 결정하지 않은 신한·하나·대구은행 가운데 일부는 불수용을 결정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산업은행과 씨티은행도 분쟁조정안에 불복했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키코 분쟁조정에 특히 공을 들였다는 점에서 분쟁조정안에 불복하는 은행이 추가로 나올 경우 금융감독기구의 권위가 흔들릴 것이라는 불안감이 금감원 내에서 나온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과 하나은행, 대구은행은 오는 6일까지 키코 분쟁조정안 수용 여부를 결정해 금감원에 통보해야 한다. 이들 은행은 두 번째 수용 여부 결정 시한이었던 지난달 6일 금감원에 세번째 기한 연장을 요청했다. 이들 은행은 금감원에 통보 시한을 추가로 연장해달라고 요청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대구은행의 경우 신종 코로나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피해가 심각해 키코 분쟁조정안 수용 여부를 충분히 논의하지 못했다. 신한·하나은행도 코로나19 여파로 지난 한달동안 키코 관련 이사회를 열지 않았다.

조선비즈

조선DB



앞서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는 작년 12월 키코 상품을 판매한 은행 6곳에 배상책임이 인정된다며 기업 4곳에 손실액의 15∼41%를 배상하라고 결정했다. 은행별 배상액은 신한은행이 150억원으로 가장 많다. 이어 우리은행 42억원, 산업은행 28억원, KEB하나은행 18억원, 대구은행 11억원, 씨티은행 6억원 순이다.

이 가운데 우리은행만 유일하게 분쟁조정안을 수용하고 일성하이스코, 재영솔루텍 등 2곳에 42억원을 배상했다. 씨티은행과 산업은행은 배상 권고를 수용하지 않았다. 외국계인 씨티은행의 경우 배상 권고 불수용 가능성이 어느 정도 예견됐지만,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이 불수용을 결정하자 금감원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아직 분쟁조정안 수용 여부를 결정하지 못한 은행은 씨티은행과 산업은행의 불수용 사례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 세 은행 중 추가로 분쟁조정안 불수용을 결정할 곳이 나올 수도 있다는 의미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감원의 권고를 수용할 경우 향후 주주들이 국책은행도 수용하지 않은 권고를 수용한 것에 대해 문제를 삼을 수 있다"며 "법무법인을 통해 법리적인 문제를 검토했고, 추가로 산업은행과 씨티은행의 사례도 보고 있다"고 했다.

코로나19 확산도 키코 분쟁조정안 수용의 변수다. 코로나19로 피해를 입은 중소·중견기업에 대한 은행권의 대규모 자금 지원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11년 전 소멸시효가 완성된 사안에 수백억을 투입하는데 대한 거부감도 적지 않다. 또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코로나19로 금융권 역량을 중소·중견기업, 소상공인 지원에 집중해야 하는데 키코 문제를 논의할 여력이 있겠느냐"라고 했다.

피해 기업의 자율 조정 문제를 다룰 은행연합체 가동도 지연될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은 키코 분쟁조정안을 결정하면서 나머지 145개 피해 기업에 대해선 분쟁조정 결과를 토대로 은행에 자율 조정(합의 권고)을 의뢰했다. 키코 판매 은행은 분쟁조정 대상이었던 은행 6곳에 더해 모두 11곳이지만, 협의체 참여를 결정한 곳은 우리·하나은행 두곳뿐이다.

키코 배상안은 윤석헌 원장이 취임 이후 ‘금융 소비자 보호’를 이유로 공을 들인 사안이다. 그런데 키코 분쟁조정안을 수용하지 않은 은행이 계속 나올 경우 금융감독당국의 위상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관측이 금융권에서 나온다. 금감원 내에서도 윤 원장이 무리하게 키코 배상을 밀어붙여 이런 사태를 자초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송기영 기자(rcky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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