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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예배당을 임시 냉장고로 개조"…'시신 대란' 겪는 美 뉴욕 장례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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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시체가 아닙니다. 그들은 누군가의 아버지고, 어머니고, 할머니입니다. 시체가 아니라 사람들이에요."

미국 뉴욕 브루클린의 다니엘 셰퍼 장례식장. 장례사 패트 마모는 지하실 통로에 놓인 20여구의 시신 사이를 걸어가며 이같이 말했다. 지하실엔 수십구의 시신들이 흰 비닐에 싸인 채 이동식 침상과 대형 선반에 줄지어 뉘여 있었다. 에어컨으로 냉각시킨 예배당에는 또 다른 10여구의 시신이 쌓여 있었다.

우한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뉴욕에서만 1400명이 사망하면서 그의 장례식장을 찾는 전화에 불이났다. 두 대의 휴대전화와 사무실 전화기들은 끊임없이 울려댔고, 마모는 전화를 받을 때마다 "짧게 통화해야 한다"며 사과했다.

AP통신에 따르면 이곳은 하루 최대 60건까지만 장례 진행이 가능하지만, 마모는 지난 2일 오전(현지 시각)에만 185건의 장례를 치렀다. 그는 "밀려드는 업무량에 실수를 할까 걱정돼 잠도 이루지 못하고 있다"며 "지금은 비상사태고 도움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현재 뉴욕의 장의사들은 ‘진퇴양난’인 상황에 처했다. 인근 병원들은 계속해서 장례식장으로 시신을 보내오지만 화장터와 묘지는 2주 동안 예약이 꽉 찬 상태다. 마모는 "60% 이상이 우한 코로나 사망자일 것"이라며 "초현실적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조선비즈

지난 2일(현지 시각) 미국 뉴욕시 브루클린의 다니엘 셰퍼 장례식장의 직원들이 시신을 옮기고 있다. /AP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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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퀸즈에서 4대째 장례업을 이어오고 있는 패트릭 커언스도 "9.11 때도 이런 ‘시신 대란’은 없었다"며 "지금껏 이런 경험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그의 장례식장은 인근 엘름허스트 병원과 불과 몇 분 거리다. 이 병원이 미국 내 우한 코로나 발병의 진원지로 떠오르면서, 3월 상반기에 15회 진행되던 장례식은 하반기 들어 40회로 급증했다. 밀려드는 시신을 감당하기 위해 커언스는 장례식장 예배당을 임시 냉장고로 개조했다.

브루클린의 한 장례식에서는 관 주위로 경찰이 접근금지선을 쳤고 가족들은 멀찍이 선 채 금지선 너머로 장미꽃을 던져 넣는 안타까운 풍경이 연출되기도 했다.

매장식도 마찬가지였다. 장례식장 측은 현장에 참석하지 못한 가족에게 하관 장면을 사진으로 찍어 전달해야 했다. 가족을 떠나보낸 사람들에게 이러한 상황을 겪게 해야 하는 것도 또 하나의 부담이라고 AP통신은 전했다.

한편 현재 미국에서는 24만4877명의 우한 코로나 확진자가 발생했고, 사망자는 6000명을 넘어섰다. 미국의 환자 수는 전날과 비교해 하루 만에 3만명 넘게 폭증했다.

이에 미 국방부는 지난달 31일 연방비상관리국(FEMA)의 요청으로 미국 내 최대 발병지인 뉴욕시에 구급차 250대, 의료인력 500여명, 냉동트럭 85대를 지원하기로 했다.

이은영 기자(eunyoung@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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