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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SPECIAL] 도로 위의 생명을 그리는 자동차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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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디자이너는 새로운 차를 개발하기 위한 자동차 외형과 내장을 디자인하는 일을 한다. 스웨덴 브랜드 ‘볼보’의 최초 한국인 디자이너 이정현과 함께 자동차의 외관을 만드는 익스테리어 디자이너의 업무를 집중 탐구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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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현 디자이너의 볼보 2세대 XC60의 파이널 스케치. 다이내믹한 60시리즈의 색깔, 육상선수의 근육에서 착안한 금방이라도 튀어나갈 듯한 긴장감을 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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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C60 파이널 렌더링(Rendering, 제품화 계획 단계의 제품 외관을 실물 그대로 그린 완성 예상 이미지).

■ 자동차 디자이너가 말하는 직업 이야기

“거장의 오케스트라 연주를 들었을 때의 감동, 디자인으로 그와 같은 감동을 줄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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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보 LA디자인센터 이정현 디자이너

Q. 디자인을 맡으면서 느꼈던 자동차의 매력이 궁금하다. 특별히 익스테리어 디자인(자동차의 외형 디자인)을 맡게 된 이유도 있나?

나는 자동차를 단순히 ‘탈것’, ‘운송수단’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마치 반려동물처럼 아끼고, 쓰다듬고, 사랑을 쏟을수록 나에게 더욱 다가오는 친구 같은 존재라고 생각한다. 이는 자동차를 디자인할 때도 마찬가지여서, 생명체에 영혼을 불어넣는 작업이라고 생각하며 디자인에 임하면 더욱 의미 있는 디자인을 이끌어낼 수 있다.

또 좋은 디자인의 자동차를 보고 있으면 마치 거장의 오케스트라 연주를 직접 들었을 때의 감동이 있다. 나 역시 사람들에게 이런 감동을 줄 수 있는 디자인을 하고 싶었고, 그 부분이 익스테리어 분야였다.

Q. 2010년 볼보에 입사한 뒤 10년을 근속 중이다. 이직 없이 오랜 기간 볼보에서 디자인을 맡을 수 있었던 볼보만의 매력은 뭘까?

볼보는 항상 사람을 중심에 두는 디자인을 추구한다. 이는 직원에게도 역시 동등하게 적용되는데, 단순히 복지 혜택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일하고 싶은’, ‘다른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은’ 회사를 만들기 위해 늘 고민하는 곳이다. 끊임없는 개선 과정으로 직원이 원하는 환경을 만들고자 노력하는 볼보의 모습이 좋아 장기근속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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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볼보는 안전성을 중요시하는 브랜드로 잘 알려져 있다. 이 외에도 익스테리어 디자이너로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점은 무엇인가?

프로포션, 즉 비율이다. 자동차는 멀리서 보았을 때부터 사람을 끌어당기는 힘이 있어야 한다. 멀리서 봤을 때 가장 먼저 보이는 부분이 바로 비율이다. 바퀴와 바퀴 사이 간격, 루프의 높이, 오버행의 길이, 도어와 창문의 비율, 램프의 위치와 간격 등 수많은 요소가 결합돼 자동차의 비율을 결정한다. 이 요소가 함께 조화를 이루는 비율을 찾아내는 것이 익스테리어 디자인에서 가장 중요하다. 전체적인 비율이 아름다워야만 면의 형상과 디테일의 완성도와 더불어 좋은 디자인이 완성된다. 또, 다이내믹하면서도 우아한 라인과 면을 선호해 꾸준히 그리고 있다.

Q. 10년 차 자동차 디자이너로서 느낀 직업적 장점도 궁금하다.

상상하는 형태를 보고 만질 수 있는 실제의 차로 디자인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무엇보다 내가 디자인한 자동차가 처음 출시되는 순간이 보람 있었다. 많은 디자인 어워드에서 상을 받은 순간도 의미 있고 행복한 경험이었지만, 처음 출시됐을 때의 감동은 비교하기 힘들다. 대중들이 내가 디자인한 차를 좋아하고, ‘베스트셀링카(최다 판매 차종)’가 됐을 때의 기쁨은 잘 키운 자식이 성공하는 순간의 느낌과도 비슷할 것이다.(웃음)

Q. 이 직업만의 ‘직업병’이라고 부를 만한 것도 있을까?

완벽주의다. ‘완벽주의자’라는 말만큼 피곤하게 들리는 말도 많지 않을 거다.(웃음) 하지만 실력 있는 자동차 디자이너들은 최소한 자동차 디자인에 관해서만큼은 엄격한 완벽주의자였다. 그도 그럴 것이, 자동차는 상대적으로 굉장히 큰 물체다. 이를 디자인하는 것은 결코 단순하지 않다. 다양한 각도에서 끊임없이 수정 과정을 거쳐야 하고, 확실하게 ‘이 정도면 됐다’라고 말하기 어려울 만큼 완벽을 추구해야 하는 작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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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자동차 디자이너가 꿈이라면 가져야 할 자질을 꼽아달라.

자동차를 좋아한다고 해서 이 외의 것에 무관심해서는 안 된다. 전혀 관련 없을 것 같은 분야도 자동차 디자인의 콘셉트를 결정하는 데 막대한 영향을 끼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물론 아름다운 자동차를 좋아하는 것, 자동차 타는 것을 좋아하는 것 모두 중요하다. 자동차에 대한 열정이 바탕이 된다면 주변의 모든 것, 사물, 동물, 사람, 자연 등을 유심히 관찰하는 습관을 갖는 것이 좋다. 좋은 디자인은 뛰어난 관찰력에서 시작한다. 남들은 무심코 지나쳤던 곳에서 영감을 얻을 수 있고, 여기에서 완전히 새로운 디자인에 접근할 수 있다. 또 잘 듣는 자세도 필요하다. 잘 들으면 여러 사람의 의견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다. 디자이너의 기본이 되는 요소이며, 소비자의 ‘니즈(Needs)’를 파악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는 초석이 될 것이다. 그리고 잘 들을 수 있는 능력을 가져야만 자신의 디자인을 타인에게 제대로 어필할 수 있는 ‘잘 말하는’ 사람이 될 수 있다.

현재 LA디자인센터에서 여러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회사 기밀 유지상 구체적인 모델명을 언급할 수는 없지만 지금까지 나온 볼보의 라인업에는 없는 모델들이다. 관심을 갖고 기대해주길 바란다.

■ 자동차 디자이너, 더 알아보고 싶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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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공대생이 글로벌 브랜드 ‘볼보’의 베스트셀러 뉴 ‘XC60’의 디자이너가 되기까지, 이정현의 디자인 철학을 모두 담은 책이다. ‘XC60’의 디자인 과정과 초기 스케치, 모티브가 된 요소를 짚어주며 그의 치열했던 나날에 대한 에피소드를 담았다.

지은이 이정현

출판사 매일경제신문사

가격 15000원

글 전정아·사진 제공 매경출판·참고 자료 <볼보 그리는 남자>(매일경제신문사)

전정아 MODU매거진 기자 jeonga718@modu1318.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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