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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코로나19로 분열 기로 선 EU···내부서도 위기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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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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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유럽연합(EU)의 분열을 야기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미 브렉시트(Brexit·영국의 EU 탈퇴)와 2008년 금융위기, 2015년 난민 급증, 동부에서의 독재정치 증가로 타격을 받은 EU가 이번 위기를 넘길 수 있을지 눈길이 쏠린다.

2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는 일부 EU 지도자들이 코로나19가 보건·경제위기 외에 EU 붕괴로 연결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후계자로 거론되는 노르베르트 뢰트겐 독일 의회 외교위원장은 EU가 심각한 위험에 처해있다는데 동의하면서, 이를 ‘엄청난 참호전쟁’에 비유하기도 했다.

붕괴 조짐은 이미 하나둘 나타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초기 나타난 EU 회원국들의 반응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EU의 이상보다는 국익을 우선시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탈리아가 도움을 요청하는 상황에서도 독일과 프랑스가 마스크와 인공호흡기 등의 의료장비 수출을 금지하고 국경을 제한한 것이 대표적이다. 오히려 EU 회원국이 아닌 러시아와 중국이 원조를 보내면서 논란을 낳기도 했다. 이후 EU 회원국도 이탈리아에 원조를 보내기 시작했지만, 지난주 경제적 대응 방안을 두고 남유럽과 북유럽이 엇갈리면서 다시 갈등이 시작됐다. 이런 가운데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까지 국가비상사태를 무기한 연장해 정부 권한을 강화한 일명 ‘코로나19 방지법’을 제정하며 갈등이 더욱 격화되고 있다. 나탈리 토치 이탈리아 국제 문제 연구소장은 “코로나19가 획기적인 도전인 이유는 갑자기 (갈등을) 가져왔기 때문이 아니다. 이미 거기에 있던 것들을 모든 면에서 두드러지게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갈등은 격화되고 있다. 코로나19로 피해를 입은 이탈리아와 스페인 등 9개 국가가 재정지원을 위해 ‘코로나채권’ 발행을 요청했지만, 이에 대해 봅커 훅스트라 네덜란드 재무장관은 벨기에 측에 왜 일부 정부가 그들 스스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재정이 부족한지 공부해야 한다고 말해 논란을 낳았다. 이에 대해 안토니우 코스타 포르투갈 총리는 불쾌함을 표하며 “EU가 해야 할 일을 하지 않는다면 끝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코로나 본드 발행에 대해 “공동 채권을 발행하기 위한 새로운 기구를 설립하는데 수년이 걸릴 수 있다”며 “그 사이에 유럽안정화기구(ESM)를 통할 수도 있지만, 이후에 심각한 예산 삭감을 감수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과거와 달리 민족주의와 반민주 세력 등이 입지를 굳힌 것도 문제다. 이탈리아의 경우 극우 정당이 가장 인기를 끌고 있다. 헝가리에서 정부의 명령으로 새 법률을 만들거나 기존 법률의 효력을 없앨 수 있는 코로나19 방지법이 통과된 것도 EU를 위태롭게 한다. 이를 우려한 EU 회원국 중 절반은 헝가리를 지목하지는 않았지만, 긴급조치 남용을 규탄하는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시작으로 EU 체제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이 잔존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WP는 “비록 유럽 국가들이 경제구조플랜을 통해 함께 모일 수 있다는 신호가 있지만, 단기적인 분열은 장기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며 “개방된 국경과 경제가 더 많은 평화와 번영을 가져다줄지에 대한 의문도 남아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김연하기자 yeon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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