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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3 (목)

자회사 주식 사고 팔고, 담보대출 받고…바쁜 영풍 일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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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비즈



재계 26위 영풍그룹이 계열사 지분 정리로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영풍그룹과 장형진(사진) 전 회장 일가는 최근 계열사 주식을 정리하는 등 잰걸음을 보였다. 영풍그룹은 인터플렉스의 지분을 매각하는 반면, 테라닉스 주식은 매수했다.

장 전 회장의 자녀들은 지난달 27일 보유하고 있던 ‘테라닉스’의 지분을 영풍에 넘겼다. 이들은 지난달 26일 이사회를 열고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지분 매각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영풍은 장 전 회장 일가로부터 테라닉스 지분을 매수하며 503억원을 지불했다. 장 전 회장의 장녀 장혜선씨(27.11%)가 이번 매도로 328억원을 벌었고, 장남 장세준(10.03%) 코리아써키트 대표가 121억원, 차남인 장세환(4.48%)서린상사 대표가 54억원을 벌었다.

인쇄회로기판을 생산하는 테라닉스는 그간 영풍 계열사인 코리아써키트와 장형진 일가가 지분 100%를 소유한 회사였다. 이번에 세 자녀가 영풍에 지분을 모두 매도하면서, 테라닉스의 주주는 코리아써키트(50.09%)와 영풍(41.62%), 장형진 전 회장(0.54%)으로 바뀌었다.

영풍그룹은 테라닉스 지분 매입 이후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움직이는 모습을 보였다. 영풍은 테라닉스의 지분을 매수한 지난달 27일 주식 담보 계약을 변경했다고 공시했다. 영풍개발은 미래에셋대우에 의결권 있는 영풍 주식 144만2866주 중 8만6000주(4.67%)를 맡기기로 했다고 주식담보계약을 변경했다.

주식담보계약은 주주가 현금 마련을 하기 위해 주식을 담보로 대출을 받는 방식으로, 급전이 필요할 경우 손쉬운 자금 마련 수단으로 활용된다. 영풍그룹 측은 "영풍개발이 보유한 영풍주식을 담보제공하고 차입한 것은 지난해 순환출자고리를 해소하기 위한 지배구조개선작업의 일환"이라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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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풍그룹의 사업 분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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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풍은 지난 1일 보유하고 있던 인터플렉스 주식 전부(258만9246주·11.1%)를 계열사 테라닉스에 넘기면서 230억원을 마련하기도 했다. 영풍은 다음날인 2일 이를 공시하며 "지배구조 개선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테라닉스는 2018년 11월 전량 매도했던 인터플렉스 지분을 다시 사들이는 등 이례적인 행보를 보였다. 테라닉스는 코리아써키트(30.56%)에 이어 인터플렉스의 2대 주주(11.1%)로 올라섰다.

영풍그룹은 지난해부터 꾸준히 지배구조 개선에 나서고 있다. 장 전 회장과 영풍그룹의 계열사들은 공정위의 재벌 지배구조 개선 요구에 순환출자 고리 7개를 모두 끊었다. 이를 위해 2017년 말부터 지난해 9월까지 2000억원에 가까운 금액을 들인 상황이다.

하지만 영풍의 기업 지배구조는 아직까지 투명하지 않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영풍은 지난해 CEO스코어의 기업지배구조 지표 준수 조사에서 꼴찌를 기록하기도 했다. CEO스코어가 자산규모(연결) 2조 원 이상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영풍의 지배구조 준수율은 7%에 그쳤다.

영풍이 준수하지 못한 이사회 관련 항목은 △최고경영자 승계정책(비상시 선임정책 포함) 마련 및 운영 △내부통제정책 마련 및 운영 △이사회 의장과 대표이사 분리 △집중투표제 채택 △기업가치 훼손 또는 주주권익 침해에 책임이 있는 자의 임원 선임을 방지하기 위한 정책 수립 여부 △6년 초과 장기재직 사외이사 부존재 등으로 알려졌다.

재계에서는 영풍그룹 계열사에 주요 주주가 바뀔지에도 주목하고 있다. 영풍그룹은 1949년 고 장병희, 고 최기호 창업주가 함께 일궈낸 그룹으로, 장씨 일가와 최씨 일가가 3대에 걸쳐 그룹을 공동으로 경영하고 있다.

현재 장씨 가문은 전자계열, 최씨 가문은 고려아연 등 비전자계열을 주로 맡고 있다. 양 집안은 그간 경영권 다툼없이 안정적인 지배구조를 이어왔지만, 양 가문의 지분정리가 지속될 것이라는 분석이 꾸준히 나오고 있다.

안소영 기자(seenru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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