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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0 (금)

유쾌한 '언어유희', 주철환의 인생연출설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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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김희정 기자]
머니투데이


'젊어지려면 의심, 근심, 욕심의 자리에 관심, 호기심, 동심을 배치하라.'

대한민국 방송계를 평정한 스타 PD에서 대학교수, 방송사 CEO, 서울문화재단 대표 등 40여 년간 일곱 번의 직장을 옮기면서 인간 주철환에게 붙은 화려한 타이틀이다. 하지만 타이틀을 떼고 그가 스스로 붙인 수식어는 '언어유희자'다.

평범한 단어에 자신만의 의미를 부여해 인생에 이로운 메시지를 만드는 것이야말로 그의 주특기다. 정년을 목전에 두고 내놓은 신간, '재미있게 살다가 의미 있게 죽자'(마음서재 펴냄)는 그가 조합한 익숙하고도 새로운 단어들이 곳곳에서 반짝인다. 여전히 현역의 마음으로 삶이라는 현장을 누비는 주철환의 인생 연출 설명서다.

PD 시절 주철환이 만드는 프로그램마다 인기를 누린 데에는 평소 소신과 철학이 큰 역할을 했다. 다름 아닌 '재미'와 '의미'다. 그는 방송뿐 아니라 인생에도 적절한 편집과 편성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지루한 것, 낡은 것, 비관적인 것들은 과감히 버리고 새로운 것, 긍정적인 것, 낙관적인 것들로 인생을 채워야 한다고. 그러면 인생이 산뜻한 프로그램으로 개편될 수 있다고 조언한다.

주철환에게 가장 중요한 화두는 사람이다. 인사치레로 하는 말을 지양하고 아무리 사소한 약속이라도 반드시 지키려는 진심이 드러나서일까. 그에겐 결혼식 주례, 강연요청, 진로상담 등이 끊이지 않는다. 공적으로 만나도 어느새 형과 아우가 되고 아들의 동창과도 친구가 된다.

대학강의실에서 학생과 제자로 처음 만난 20여년 전이나, 기자와 취재원으로 다시 만난 최근에도 나이보다 10년은 젊어 보이는 외모와 남다른 친화력의 비결은 여전히 궁금하다. 돌아온 답변은 심플하다. 누군가에게 만나고싶은 사람이 되고자하는 꿈. 그 꿈이 있기에 곁에 좋은 사람들이 머물길 바라는 마음으로 늘 깨어있고자 애쓴다.

그에게 삶의 또 다른 즐거움은 말과 글에 있다. 언어는 삶을 재발견하는 도구다. 그는 원망, 선망을 버리고 희망을 갖자고 말한다. 인생에서 관심, 관찰, 관계, 관리, 이 4개의 관문(4관)을 통과하면 사관학교 생도들이 어깨에 별을 다는 것처럼 별이 될 수 있다고 다독인다.

저자도 어느새 정년을 목전에 두고 있다. 그에게도 나이 듦은 난제다. 그래서 노래와 시에서 답을 찾는다. "늙어가는 게 아니라 익어가는 것"이라는 노사연의 노래는 늙음의 불안함을 위로한다. 이장희, 송창식, 산울림의 노래 역시 함께 나이 들어가며 삶에 윤기를 더해주는 응원가다. 또 이 시대 청년들의 언어와 노래, 이슈를 파악하고 소통을 멈추지 않으려는 노력도 동안 비결 중 하나다.

삶에서 중요한 것은 결국 감사와 사랑이다. 저는 바로 지금이 인생의 추수감사절이라며 모두의 수고로 무사히 살아가고 있음에 감사를 표한다. 좋은 기분으로 하루를 시작하고 끝내는 일, 두 발로 원하는 장소로 이동하는 일, 맛있는 음식을 먹고 나눌 수 있는 일 등 일상의 작은 성취들이 쌓여 성공한 인생이 되는 법이다.



김희정 기자 dontsigh@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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