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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워싱턴DC, 새 코로나 핫스팟" 트럼프 그런데도 마스크 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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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DC "모든 사람 마스크 착용" 권고

트럼프 "자율 조치…나는 안 쓴다"

이번 주 내내 백악관 내 격렬 토론

'사회적 거리 두기' 흐트러질까 우려

워싱턴DC, 디트로이트 등 핫스팟 부상

중앙일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일(현지시간) 백악관 코로나바이러스 대응 브리핑에서 마스크 착용에 대한 의견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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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보건당국이 공공장소에서 마스크를 착용하라는 새로운 권고를 내놨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나는 쓰지 않겠다"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처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과 전문가들 간에 혼선이 노출됐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3일(현지시간) 코로나19 대처와 관련해 공공장소에서 마스크를 착용하라는 새로운 권고를 발표했다. 기존에는 아프지 않은 일반인은 마스크를 착용하지 말라고 권고했는데, 이를 수정한 것이다.

CDC는 "모든 사람은 슈퍼마켓, 약국같이 '사회적 거리 두기'를 지키기 어려운 공공장소에서 천 소재의 얼굴 가리개를 착용할 것을 권고한다"고 밝혔다. 특히 지역사회 전파가 활발한 곳에서 권고를 따라 달라고 당부했다.

CDC는 의료진이 써야 하는 마스크는 사용하지 말라고 명시했다. 일반인은 N95 마스크와 일회용 수술 마스크를 쓰지 말아야 하며, 대신 천이나 헝겊으로 마스크를 만들어 쓰라고 권유했다.

마스크 착용 권고가 '사회적 거리 두기'를 대체하는 조치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사람 간 6피트(약 1.8m) 간격 두기는 계속돼야 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나는 마스크 안 쓸 것"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코로나19 브리핑에서 CDC의 새로운 권고를 소개하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마스크 착용 권고는 "자율(voluntary)로 실천하면 된다"면서 "써도 되고 안 써도 된다. 나는 쓰지 않을 것이다. 이건 권고일 뿐"이라고 말했다. 연방정부 기관인 CDC 지침을 대통령이 따르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대중에게 마스크 착용을 권고하면서 모범이 돼야 할 대통령이 마스크를 쓰지 않겠다고 하는 이유를 설명해 달라는 질문이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모르겠다. 나는 그냥 안 쓸 것이다. 강제가 아니라 어디까지나 자율"이라고 답했다.

이어 "오벌 오피스의 아름다운 책상에 마스크를 쓰고 앉아서 (다른 나라) 대통령과 총리와 독재자와 왕과 여왕을 맞이하는 것은 뭔가…상상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현재 코로나19 사태로 외국 정상과 외빈의 백악관 초대행사는 잠정적으로 중단된 상태다.

로버트 레드필드 CDC 국장은 "무증상 감염자가 바이러스를 전파할 수 있다는 새로운 사실을 알게 돼 권고를 수정했다"고 말했다. 감염자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바이러스를 전파할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아프지 않은 일반인도 마스크를 쓰도록 했다는 설명이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코로나 검사를 두 번이나 받았는데 감염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자신은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된다는 취지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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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백악관 코로나19 태스크포스(TF) 일원인 데버러 벅스 조정관(왼쪽)과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지난 3월 5일 미네소타주에 있는 3M 본사를 방문했다. 3M은 벅스 조정관이 들고 있는 의료진용 N95 마스크를 생산한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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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국민 마스크 착용, 백악관이 반대"



트럼프 행정부는 모든 미국인에게 마스크 착용을 권고할지를 놓고 이번 주 내내 격렬한 토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백악관 당국자들과 보건당국자 간 논쟁이 길어져 이날 CDC 권고도 예정보다 늦어졌다고 뉴욕타임스·워싱턴포스트·CNN이 보도했다.

CDC가 백악관에 모든 사람의 마스크 착용을 권고해야 한다는 의견을 거듭 전달했지만, 백악관 관계자들이 이를 쉽게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미 언론은 전했다.

CDC 당국자들은 코로나19가 미국에 광범위하게 퍼진 상황에서 아직 상황이 심각하지 않은 지역을 포함해 미국인 모두가 마스크를 착용할 경우 감염률을 상당히 떨어뜨릴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백악관 관계자들은 모든 미국인이 마스크를 써야 한다고 권고하면 과도한 패닉을 불러올 수 있고, 가뜩이나 부족한 의료용 마스크 품귀 현상이 가속할 수 있으며, 마스크를 착용하면 안전하다는 잘못된 인식을 심어줘 '사회적 거리 두기' 등 현재 시행 중인 조치들을 무력하게 만들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마스크 착용 권고를 하더라도 가장 타격이 큰 지역으로 제한할 것을 주장했다고 한다.

미국 최고 감염병 전문가로 꼽히는 백악관 코로나19 소속 앤서니 파우치 미 국립알레르기·감염병 연구소장은 이날 언론 브리핑에 참석하지 않았다.



"워싱턴DC, 디트로이트 새로운 핫스팟"



한편, 데버러 벅스 백악관 코로나19 TF 조정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워싱턴DC와 디트로이트(미시간주), 시카고(일리노이주), 콜로라도주 등이 새로운 핫스팟으로 부상하고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존스홉킨스대 집계에 따르면 이날 오후 10시 기준으로 미국 코로나19 환자는 27만7000 명을 넘었으며, 이 가운데 7400명 넘게 숨졌다. 뉴욕주 환자가 10만 3000명으로 가장 많고, 뉴저지주가 2만9000명을 넘었다.

미시간주(1만2744명)가 캘리포니아주(1만2399명)를 앞서 미국 내 3위가 됐다. 상대적으로 '자택 대기' 명령을 늦게 내린 매사추세츠주(1만402명), 루이지애나주(1만2907명), 플로리다 주(1만268명)가 5~7위로 급상승했다.

워싱턴=박현영 특파원 hy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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