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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양낙규 기자]북한이 전차 성능개량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이를 방어할 우리 군의 대전차 미사일 개발은 10년째 제자리 걸음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4일 군에 따르면 북한의 전차는 총 4300대다. 우리의 예비군에 해당하는 노동적위대가 900대(T-34,M-1985 경전차), 전ㆍ후방 군단이 2200대(T-54/55), 전차ㆍ기계화군단이 950대(천마호 5가지 버전)를 운영중이다. 특히 전차ㆍ기계화군단에 기존 전차 포탑을 개량해 사거리가 길고 전차 속력도 시속 70㎞가량으로 기동력이 뛰어난 선군호 150여대를 배치했다. 여기에 T-62 전차를 개량한 폭풍호 전차도 대량으로 늘린 것으로 파악됐다. 북한은 함경남도 시흥에 밀집되어 있는 류경수 전차공장 등 주요 생산시설에서 전차개량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의 전차 성능은 대폭 강화됐지만 우리 군의 대전차 무기 99.2%는 노후화가 심각한 수준이다. 육군이 보유하고 있는 4만6000여개의 대전차 미사일 가운데 수명주기가 남아 있는 무기는 360여개에 불과했다. 대전차무기 6종 가운데 토우(TOW), 팬저파우스트(PZF-Ⅲ), M72LAW 등 3종은 100% 수명주기를 다했다. 장병들이 휴대하며 전차를 막을 수 있는 유일한 무기조차 없다는 의미다.
방위사업청은 지난 2013년 대전차무기를 국내 방산기업이 개발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고 사업을 추진하기도 했다. 하지만 국내개발을 고집하다보니 군의 성능요구조건(ROC)에 충족하지 못했고 결국 10여년이란 시간만 더 흘렀다. 합동참모본부는 이달 중 노후무기를 대체할 대전차무기 사업을 다시 결정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놓고 군 안팎에서는 국내 개발을 위해 군의 성능요구조건(ROC)을 낮추기보다는 현대전에 맞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전쟁의 양상이 바뀌면서 분대나 소대급 부대에 지급되는 단거리 대전차미사일이 공격해야 할 대상은 벙커, 건물, 지휘소 등 다양해졌다. 특히 현대전은 시가지전투가 중심이기 때문에 대전차미사일은 후폭풍 제어기능이 필수다. 단거리 대전차미사일을 발사하면 발사대 후면에서 강한 후폭풍이 뿜어져 나온다. 나무를 부러뜨릴 만큼 강력한 바람이다. 전시상황에 건물안에서 대전차미사일을 발사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건물 안에서 후폭풍이 발생하면 아군의 피해도 불가피해지기 때문이다.
해외군들이 사용하는 대전차 미사일중에 유명세를 갖고 있는 무기도 있다. 바로 러시아가 1961년 선보인 RPG-7이다. 이 무기는 현재 40여개 국가에서 사용되고 있으며 일부 도입 국가에서는 RPG-7 대전차로켓을 면허 생산하고 있다. 프랑스는 1989년에 에릭스(Eryx)를, 독일은 1987년에 판저파우스트(PZF) 계열을 개발했다. 이스라엘은 현재 시폰(Shipon)을 개발 중이다.
후폭풍이 발생하지 않는 단거리 대전차미사일로는 스웨덴 사브(SAAB)의 칼 구스타프(Carl Gustaf)가 유일하다. 1991년에 개발된 칼 구스타프를 미군 특수부대인 레인저부대, 영국 공군특수부대 등 50여개국에서 사용하고 있는 이유다.
칼 구스타프의 가장 큰 장점은 분당 발사속도가 5발로 연속발사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여기에 3발만 쏘면 사실상 발사대의 수명을 다하는 독일의 PZF와 달리 1000발 이상 사격이 가능하다. 다양한 탄을 발사할 수도 있다. 인마살상용 고폭탄, 벙커를 겨냥한 이중목적탄, 건물을 파괴하는 다용도탄과 구조물 파괴탄, 조명탄, 연막탄, 화살탄 등 9가지 탄을 발사할 수 있다. 전차 외에도 다양한 표적을 공격해야 하는 현대전의 보병에게 적합하다는 것이다.
군 관계자는 "전시에 다리가 끊어졌을 때 임시로 설치되는 차기전술교량사업의 경우 군의 높은 ROC에 맞추다 보니 국내개발에 실패했고 20년째 제자리 걸음"이라며 "무기의 노후화가 심각할 경우 해외직도입으로 사업을 추진하고 절충교역을 통해 기술이전을 받는 것이 유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양낙규 기자 if@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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