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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8 (일)

울고싶은 분양형 호텔, 뺨 때리는 '코로나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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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김희정 기자] [관광객 줄어 수입 급감… 분양가에서 수천만원 낮춰 급매 내놔도 안팔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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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의 한 분양형 호텔. 호텔운영사가 약정한 수익률을 지급하지 못하자 분양가에서 수천만원 낮춘 가격에 매물이 나와있다. /사진제공=호텔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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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시 노형동에 올해 상반기 오픈을 앞둔 '그랜드 하얏트호텔 제주.' 지상 38층의 제주시 최고층 랜드마크빌딩으로 전용면적 64㎡가 7억원대 후반에 분양됐다. 전 세계 731개의 그랜드 하얏트 중 두번째로 큰 규모로 객실수만 1600실에 62m 높이에 인피니티 풀까지 갖췄다.

이 호텔의 분양 계약 조건은 20년간 분양가의 연 6% 확정수익을 지급(부가세 포함)하는 것. 하지만 중국인 관광객이 줄어든 가운데 정식 오픈을 코앞에 두고 코로나19(COVID-19)까지 확산되자 수분양자 일부는 "납부한 계약금에서 대폭 할인해 팔겠다"며 급매를 내놨다.

호텔 객실 및 분양권 매매 정보사이트인 '호텔랜드' 관계자는 "분양형 호텔은 원래도 거래가 드물어 제값을 받기 어려운데 최근 코로나 19 확산으로 관광수요가 위축된 터라 거래가 없다"며 "운영수익을 계약대로 받고 있다면 그나마 다행"이라고 밝혔다.

분양형 호텔이 많은 제주도에는 분양가격 이하의 구분호텔 매물이 적지 않다. 서귀포 'M-STAY' 호텔 저층 23㎡가 지난달 말 분양가에서 4500만원 가량 낮춘 1억1000만원에 매물로 나왔다. 이 호텔은 운영사가 수분양자에게 매달 3.1%의 수익금을 지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애초 약정한 수익률을 밑돈다.

평창올림픽을 앞두고 분양형 호텔이 대거 들어섰던 강원도도 예외가 아니다. 현송월 삼지연관현악 단장이 묵어 화제가 됐던 강릉 '스카이베이 골든튤립 경포호텔' 고층 26㎡는 최초분양가 3억1200만원에서 6500만원을 낮춰 2억5000만원에 매물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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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시 노형동에 올해 상반기 오픈을 앞둔 '그랜드 하얏트호텔 제주.'



분양형호텔은 공중위생관리법에 의해 영업신고를 하고 건축법에 따라 건축되나 별다른 규제가 없다. 분양보증이 의무화된 아파트와 달리 투자자에게 별다른 법적 안전장치가 없다. 분양 받은 후 시행사가 부도나 준공이 안 되면 투자금을 날리고, 준공돼도 객실 가동률이 높지 않으면 수익은커녕 상가처럼 관리비만 내야 한다. 이 경우 분양가격 이하로 시세가 하락할 수 있고 매매도 어렵다.

특히 운영대행사가 정직하지 못하면 수익이 나도 수익금을 배당받지 못할 수 있다. 그렇다고 운영 대행사를 교체하기도 쉽지 않다. 실제 여수 돌산읍의 한 분양형 호텔은 분양자가 5년간 운영사로부터 7%의 운영수익을 배당받기로 했으나 6개월 만에 배당수익이 줄었고, 그마저 아예 지급이 중단됐다.

보건복지부와 분양형호텔연합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운영수익(임대료) 지급이 안돼 소송이 진행된 곳은 전국 140여 분양형호텔 중 123곳에 달한다. 보건복지부도 이 같은 폐해를 줄이기 위해 수분양자들이 직접 호텔을 운영하거나 새 위탁운영사를 내세워 영업할 수 있게 '공중위생관리법 시행규칙' 일부 개정령안을 입법예고했으나 아직 법안 심사 중이다.

개정령안은 대법원의 복수 영업신고 허용에 관한 판결 취지를 반영해 30객실 또는 연면적 3분의 1이상을 확보한 영업자에게도 동일 건물 내에서의 복수 영업신고를 허용하고 로비·프론트를 공동 사용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을 담았다.

기존의 일반숙박업은 위생관리를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건물 전체 혹은 층별 구별이 이뤄진 경우에만 숙박영업이 가능해 객실이 개별 분양된 경우 소유자가 위탁 운영자를 선택하기가 어려웠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여수 분양형 호텔의 경우 아직 시행규칙 개정이 완료되지 않아 수분양자들이 신청한 같은 건물 내 복수의 영업신고를 여수시가 허용치 않았다"며 "해당 시행규칙 개정령안에 분양형 호텔 외에도 이·미용실 등 다양한 영업소 관련 규정이 포함돼있어 개정까지 시간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한편,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에 따르면 코로나 19가 장기화될 경우 분양형 호텔처럼 객실수입 비중인 높은 하위등급 호텔의 부담은 보다 가중될 전망이다. 코로나 19의 긴 잠복 기간과 강한 전염력, 지역 내 감염사례 등을 고려할 때 호텔업계가 입을 충격이 과거보다 크다는 예측이다.

김희정 기자 dontsigh@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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