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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8 (일)

하늘 감옥서 맞는 300일…“삼성 해고노동자 김용희를 땅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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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고공농성 300일 응원 및 복직 촉구 집회

김용희 “다른 노동자들 생각하면 건강걱정은 사치

개인-삼성간 아닌 자본-노동자계급 간 싸움”

“끝까지 함께 하겠습니다”…시민들 ‘차량·도보행진’ 응원


한겨레

삼성 해고노동자 김용희 씨가 고공농성 300일째인 4일 오후 삼성전자 서초사옥이 있는 서울 강남역 사거리 교통 폐회로텔레비전(CCTV) 철탑 위에서 연대 집회 참가자들을 향해 손 들어 인사하고 있다. 24년 동안 삼성과 복직 싸움을 벌여온 김씨는 지난해 6월 10일부터 강남역 CCTV 철탑 위로 올라가 고공농성을 시작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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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희 동지 사랑합니다. 힘내세요.”

4일 오후 3시께 서울 강남구 강남역 네거리 폐회로텔레비전(CCTV) 철탑 아래서 외친 시민들의 목소리가 25m 높이 위 삼성 해고노동자 김용희(61)씨에게 닿았다. 김씨는 응원에 화답하듯 비좁은 철탑 빈틈으로 고개를 내밀고 환하게 웃으며 손을 흔들어 보였다. 같은 시각 철탑 맞은편 대로와 철탑이 있는 강남역 2번출구 주위에선 ‘재벌 적폐청산, 민중의 힘으로’라는 노란 종이 팻말을 붙인 차들이 ‘빵빵’ 경적을 울리며 힘을 보탰다.

이날은 삼성항공에 노조를 만들려다 1995년 해고된 김용희씨가 삼성 사옥 앞 철탑에 올라 고공 투쟁을 한 지 300일째를 맞은 날이다. 김씨는 삼성의 ‘진정성 있는 사과와 명예복직, 해고 기간에 대한 임금지급’을 요구하며 지름 1.5m 원형 철판 위에서 싸우고 있지만, 삼성은 이에 대해 아직 답을 주지 않은 상황이다.

한겨레

삼성 해고노동자 김용희 씨가 300일째 고공농성 중인 4일 오후 삼성전자 서초사옥이 있는 서울 강남역 사거리 교통 폐회로텔레비전(CCTV) 철탑 앞으로 모인 연대 시민들이 차량 시위로 함께 하는 이들을 향해 환호하고 있다. 24년 동안 삼성과 복직 싸움을 벌여온 김씨는 지난해 6월 10일부터 강남역 CCTV 철탑 위로 올라가 고공농성을 시작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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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피해자 공동투쟁 등 김씨를 위해 모인 시민 500여명(집회쪽 추산)은 오후 1시께부터 강남역에 모여 차량과 도보 나눠 집회를 벌였다. 일부 시민들은 강남역 8번 출구 앞부터 ‘보험사에 대응하는 암 환자 모임’(보암모) 농성장과 과천 철거민 농성장 등을 거쳐 강남역으로 돌아오는 도보 행진을 했다. 이들은 ‘김용희를 땅으로 이재용을 감옥으로’라는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더불어 차량 200여대는 차 앞뒤에 팻말을 붙이고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부터 강남역까지 2km가량을 돌며 경적을 울리는 행진을 진행했다.

김씨의 투쟁이 300일을 넘어서면서 이날은 경상북도와 경상남도 인천 등 전국의 많은 시민이 상경해 함께했다. 경상북도 구미에서 고속열차(KTX)를 타고 올라온 은영지(58)씨는 “지방에 있다 보니 그동안 오기 힘들었는데 300일을 맞아 꼭 와야 한다고 생각해서 새벽부터 준비해 올라왔다”며 “나이가 많으시지만 꼭 복직돼서 얼마간이라도 근무를 하시고 일상생활로 돌아가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인천 시민활동가 최광식(63)씨는 “김용희씨는 시대의 십자가를 지고 있는 예수”라며 “멀리서 응원이라도 하러 왔다”며 방관자로서 죄송한 마음을 전했다. 시위에 앞서 시민들은 며칠 전부터 페이스북과 트위터 등에 ‘#삼성해고노동자_김용희는_지상으로, #반노동악질삼성재벌자본_이재용은_감방으로’ 등 해시태그를 달아 김씨를 응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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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오후3시께 삼성 해고노동자 김용희 씨가 철탑 농성장으로 올라온 하성애 삼성피해자 공동투쟁 대표와 함께 주먹을 쥐어 보이고 있다. 연대티브이(TV)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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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날 철탑에 올라가 김씨를 만나고 온 활동가들은 김씨의 상태와 300일을 맞은 소회를 전하기도 했다. 하성애 삼성피해자 공동투쟁 대표는 “김동지는 ‘노동 해방을 위해 싸워 온 수많은 노동자를 생각하면, 300일 고공농성으로 내 건강을 걱정하는 것은 사치스러운 일’이고 ‘고공 투쟁은 김용희 개인과 삼성과의 싸움이 아니라, 노동자계급과 자본가 계급 간 싸움’이라고 했다"고 전했다. 박삼재 보암모 공동대표는 “김동지는 짐승 우리보다 못한 환경에서 앉아있는 것도 아닌 끼여있다 “며 “정신력 하나로 버티고 있는 김동지를 우리가 빨리 땅으로 내려오도록 힘을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규진 인도주의 실천의사 협의회장은 “장기간 고공 투쟁으로 김동지는 내장기능이 마비되고 우측 편마비가 오고 있다.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지금 당장 무슨 일이 벌어져도 의아하지 않을 정도”라고 우려했다.

권지담 기자 gonj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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