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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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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TV에서 극장으로…‘공수도’ 역개봉의 비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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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극장 개봉 공수도]

개봉 어려움에 아쉽게 IPTV직행

지난달 ‘올레 티브이 초이스’ 공개

재밌다 입소문나며 개봉 극적 성사

CGV “검증된 영화 극장 걸기 시도”


한겨레

영화 <공수도> 스틸컷. 그노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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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사태로 많은 영화가 개봉을 연기하고 있다. <파수꾼> 이후 윤성현 감독과 배우 이제훈의 재회로 기대를 모은 <사냥의 시간>은 아예 극장 개봉 없이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넷플릭스로 직행해 큰 화제가 됐다. <공수도>도 이번 사태로 운명이 바뀐 영화다. 애초 극장 개봉 예정이었으나 포기하고 아이피티브이(IPTV)로 직행했다. 하지만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아이피티브이에서 입소문을 타고 좋은 반응을 얻으면서 오는 9일 극장에서 개봉하게 된 것이다. 이렇게 순서를 뒤집은 ‘역개봉’은 어떻게 일어난 걸까?

<공수도>는 10대를 주인공으로 한 학원 청춘물에 무술의 한 갈래인 공수도를 소재로 한 액션물을 결합한 영화다. 공수도장을 운영하는 아버지에게서 공수도를 배운 소녀 채영(정다은), 홀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순수하고 정의로운 소년 종구(오승훈), 학교 일진 생활에 염증을 느끼고 새로운 삶을 살고자 애쓰는 해성(손우현)이 만나 학교폭력에 함께 맞서며 성장하는 이야기를 담았다. 박찬욱 감독이 심사위원장을 맡은 올레국제스마트폰영화제에서 단편 <작전시티>(2012)로 대상을 받은 채여준 감독의 첫 상업영화 연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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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공수도> 스틸컷. 그노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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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 개봉을 준비하던 제작진은 코로나19 사태로 눈물을 머금고 아이피티브이 직행을 택했다. 올레티브이는 <공수도>를 ‘올레 티브이 초이스’ 선정작으로 골라 3월5일 공개했다. 국내 개봉하지 않은 할리우드 주요 제작사 영화를 매주 1편씩 단독 공개하는 서비스다. 한국 영화로는 처음으로 올레 티브이 초이스로 선보인 <공수도>는 공개와 동시에 이용 순위 5위를 기록했다. 이용자들 사이에서 재밌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실시간 최고 3위까지 올랐으며, 이후에도 꾸준히 10위권에 들었다.

<공수도>의 인기를 두고 틈새 공략이 통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영화계 관계자는 “한때 인기였던 학원 청춘물을 요즘 한국 영화에서는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다. 이에 목마른 10~20대가 <나의 소녀시대> 등 대만 청춘영화나 웹드라마로 눈을 돌렸는데, 오랜만에 취향에 맞는 영화가 나와 반응을 보인 것 같다”고 말했다. <공수도>의 곽동학 프로듀서는 “어린 시절 청소년 드라마를 즐겨 본 기억이 있어 영화에서도 10대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10대 관객을 염두에 두고 영화를 만들었는데, 무술 소재이다 보니 의외로 40~50대 남자들도 재밌어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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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공수도> 스틸컷. 그노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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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급 외모와 신선한 매력을 자랑하는 젊은 배우들의 인기도 한몫했다. 주연배우 오승훈의 팬들은 영화 촬영 현장에 ‘커피차’를 보내며 응원한 데 이어, 영화 공개 뒤에는 자비로라도 극장을 빌려 상영하자는 움직임까지 보였다. 박훈정 감독의 영화 <마녀>에 출연한 바 있는 정다은의 인기도 좋아 영화 장면으로 만든 ‘짤방’ 이미지가 인터넷 게시판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돌기도 했다.

이런 분위기에 힘입어 배급사 그노스는 멀티플렉스 씨지브이(CGV)에 개봉을 제안했고, 극장 쪽이 이를 받아들여 ‘역개봉’이 성사됐다. 역개봉 사례가 없었던 건 아니다. 롭 라이너 감독의 <플립>과 브래드 버드 감독의 애니메이션 <아이언 자이언트>가 아이피티브이로 직행하고 한참 뒤에야 극장 개봉을 한 바 있다. 하지만 한국 영화로는 <공수도>가 처음이다. 씨지브이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로 신작이 없는 상황에서 이미 아이피티브이에서 인기가 어느 정도 검증된 영화를 극장에 거는 실험을 자구책 중 하나로 시도해보는 것”이라며 “과거에는 모든 영화를 극장에서 먼저 개봉하려 했으나, 이제는 아이피티브이 등 2차 시장으로 먼저 가는 전략적 선택을 했다가 거꾸로 극장으로 오는 새로운 길도 생각해볼 시기인 것 같다”고 말했다.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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