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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가족]“코로나19 유전체 분석하면 역학조사, 고위험군 선별 모두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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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이민섭 이원다이애그노믹스 대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전 세계가 몸살을 앓고 있다. 바이러스가 유럽과 미국으로 퍼져 나가면서 확산세가 더욱 거세지고 있다. 이미 전 세계 확진자 수는 100만 명을 넘어섰다. 각국은 확산 방지책 강구에 전전긍긍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코로나19 사태’ 그 후를 대비하고 있는 곳이 있다. 유전체 분석 전문기업 이원다이애그노믹스(EDGC)다. 코로나19의 토착화 가능성에 따른 것이다. 실제로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코로나19가 올해를 넘겨 토착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하버드대 마크 립시치 교수도 “독감처럼 코로나19가 계속 유행해 인류의 최대 70%까지 감염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코로나19는 팬더믹의 시작일 뿐’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중앙일보

이민섭 대표는 코로나19의 재유행에 대비한 유전체 연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김동하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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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치 있는 정보 많은 염기서열

EDGC가 구상하는 그림은 방역시스템과 치료시스템의 효율화와 이를 통한 피해, 사회적 비용의 최소화다. 그리고 ‘유전체 분석’이 이를 가능하게 해줄 열쇠로 보고 있다. EDGC 이민섭(54) 대표는 “감염자의 바이러스 염기 분석을 하면 매우 많은 정보를 알아낼 수 있다”며 “유전체 분석은 진단에도 쓰이지만 질병을 예측하는 데도 좋은 도구”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염기 분석을 통해 얻어지는 정보의 가치는 상당하다고 강조했다. 첫째, 염기 분석만으로 역학조사가 가능해진다. 이 대표는 “(유전체 분석을 통해) 최초 전파자가 누군지, 어떤 경로를 거쳐 감염됐는지, 또 누구에게, 어느 나라로 퍼져 나갔는지를 모두 파악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유전정보만으로 사람의 가족 관계도와 뿌리를 알아낼 수 있는 것처럼 바이러스를 특징짓는 정보를 통해 그 경로를 추적할 수 있다는 얘기다.

둘째, 고위험군 선별을 보다 세분화할 수 있게 된다. 바이러스는 어떤 숙주에 들어가 번식하느냐에 따라 미세한 유전자 변이가 생기는데, 그 변이와 감염자의 유전체 정보, 증상의 중등도를 파악함으로써 정확한 고위험군 선별이 가능해진다는 것이다. 셋째, 치료 우선순위 선정과 감염에 따른 위험도 예측도 수월해진다. 이 대표는 “감염자가 가진 유전자 유형에 따른 바이러스의 심각도에 대한 데이터를 확보하면 바이러스에 쉽게 감염되는 사람, 거의 감염되지 않는 사람, 전혀 감염되지 않는 사람뿐 아니라 향후 증상이 얼마나 심해질지 예측할 수 있고, 이는 효율적인 방역체계와 치료체계 구축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실제 HIV(에이즈 바이러스)의 경우 흑인의 감염률이 특히 높고, 일부 북유럽 사람은 HIV 감염자로부터 수혈을 받아도 에이즈에 걸리지 않는다. 개개인 유전정보에 따라 바이러스의 심각도가 달라지는 만큼 이를 방역에 활용해야 한다는 얘기다.

넷째, 맞춤형 치료가 가능해진다. 환자마다 달라지는 약의 효과를 유전정보로 풀어낼 수 있는 만큼 효과적인 약 위주로 치료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새로운 치료제 개발 시 임상시험에도 유형화해 활용될 것으로 기대되는 부분이다.

참여 확진자 많을수록 성과 커

이를 위해 EDGC는 이번 코로나19 국내 확진자의 유전체 분석 프로젝트를 준비 중이다. 유전체 분석을 통한 방역·치료 시스템 구현의 기반을 닦는 작업이다. 이 대표는 “코로나19를 극복한 환자분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유전체를 분석하는 프로젝트를 계획하고 있다”며 “최대한 많은 인원이 참여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기술적인 문제는 아니다. 이 대표는 “사람의 염기서열은 30억 쌍, 바이러스는 3만 염기서열에 이른다”며 “하지만 코로나19 확진자 1만여 명의 유전체를 모두 분석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일주일이면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확진자의 참여율이 변수다. 개인정보에 민감한 사회 분위기가 자칫 연구 참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실제로 코로나19의 공동 역학조사가 이뤄지고 있는 ‘국제인플루엔자데이터공유이니셔티브(GISAID)’에는 전 세계 2800여 확진자의 지놈 정보가 실시간으로 공유되고 있지만 이 중 국내 데이터는 미미한 수준이다. 이 대표는 “확진자분들께서 연구에 참여하면 코로나19의 위험을 줄이는 데 크게 기여할 수 있다”며 “제고되고 있는 기부 문화, 장기 기증에 대한 인식이 유전체 분석, 코로나19 연구에도 이어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류장훈 기자 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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