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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이슈 성착취물 실태와 수사

조주빈 추적한 디지털장의사 "성착취물 보는 이들 사라질 때까지 추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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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컴즈 박형진 대표 "조주빈, 안 잡힐 거라 맹신 / 텔레그램방 이용자 IP주소·스마트폰 기종·거주지역 등 알 수 있다"

세계일보

디지털장의사 업체 이지컴즈의 박형진 대표가 5일 서울 송파구의 사무실에서 텔레그램 성범죄 수법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서상배 선임기자


“텔레그램 밖에서도 피해자들의 신체 사진을 적극 이용해 ‘박사방’ 유인이라는 홍보목적을 달성했습니다.”

지난 5일 서울 송파구의 사무실에서 만난 디지털장의사 업체 이지컴즈의 박형진 대표는 성착취 영상물을 제작·공유한 텔레그램 대화방 ‘박사방’의 운영자였던 조주빈(25)의 범행 수법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박 대표는 지난해 상반기 의뢰인을 통해 텔레그램 ‘성착취 방’의 존재를 처음 알게 된 후 1년여에 걸쳐 모니터링을 해왔다.

박 대표에 따르면 조씨는 지난해 12월 한 유명인의 사진을 텔레그램 밖 온라인 사이트에서 적극적으로 보여주며 텔레그램방 유료회원의 회비와 광고 수익까지 노렸다. 당시 불법 스포츠 도박 사이트 관계자로 가장해 접근한 박 대표에게 조씨는 “유명인 피해자의 사진이 해외 포르노 사이트 인기 검색어에 오른 것을 보여주며 유명인 사진에 도박 사이트의 홍보문구를 넣어줄 테니 광고비를 입금하라”는 식으로 홍보했다.

박 대표는 “조씨가 욕과 일베(일간 베스트 웹사이트) 용어를 섞어 써가며 빚쟁이처럼 반복해서 입금을 종용했다. 불법조직으로 추정되는 사람도 깔보고 협박하는 등 무서운 게 없는 것 같았다”며 “텔레그램에서는 절대 자신의 신원이 탄로 나거나 잡힐 일 없을 거라는 맹신이 엿보였다”고 설명했다.

조씨는 성착취 피해자뿐 아니라 텔레그램방 회원, 광고의뢰자 누구에게든 강도 높은 협박을 일삼았다. 박 대표가 공개한 조씨와 피해자의 대화방 캡처 사진에는 조씨가 피해자를 상대로 잘린 신체 부위 사진을 보내며 가족을 죽이겠다거나 칼을 들고 직장으로 찾아가 찌르겠다는 식의 협박을 한 사실이 담겨있었다.




박 대표는 “피해자들에게 ‘바보도 아니고 왜 스스로 성착취물을 찍었냐’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실제로 조주빈을 상대해보면 피해자들이 겪었을 공포가 엄청났으리란 걸 알 수 있다. 신상정보를 볼모로 삼은 데다 말도 길게 하지 않고 시간 여유를 허락하지 않은 채 거세게 압박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세계일보

디지털 장의사 박형진 대표. 서상배 선임기자


박사방의 단순 관전자도 추적이 가능한지를 묻는 말에 박 대표는 “가능하다는 말이 정답”이라고 강조했다. 여러 추적법을 교차 활용할 경우 텔레그램방 이용자의 IP주소, 스마트폰 기종, 해당 단말기의 소프트웨어 정보, 거주 지역까지 밝힐 수 있다게 그의 설명이다. 박 대표는 “우선은 운영자나 헤비업로더(다량의 자료를 공유한 사람) 위주로 추적 중이긴 하지만 원론적으로는 관전자들도 다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디지털 장의사인 박 대표에게는 3월말부터 텔레그램 이용자들의 기록 삭제 문의가 여러 건 들어왔다. 동생이 텔레그램방 유료 회원이었는데 힘들어 하고 있다며 입금기록을 삭제해줄 수 있는지 묻는 경우도 있었다. 박 대표는 “텔레그램 본사 서버에 들어가 이용 기록을 삭제하거나 가상화폐 입금 기록을 삭제하는 건 모두 불가능하다”고 선을 그었다.

‘와치맨’과 ‘박사’ 등 핵심 운영자들이 검거된 사실이 알려진 후 텔레그램에 존재하던 성착취물 공유방 대다수는 사라졌지만 박 대표는 이용자들이 없어진 것이 아니라 더 안전한 음지로 숨어들었을 것으로 예상했다. 박 대표는 텔레그램 내에 운영진급들끼리 완전히 검증된 소수만 초대해 운영하는 비공개 대화방들이 있다며 대형 텔레그램 방에서 흩어진 이들이 이런 식으로 여전히 음란물을 공유하고 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박 대표는 불과 얼마 전까지 모니터링 하다 쫓겨난 서른명 규모의 비공개 대화방을 언급하며 “인원은 적었어도 n번방과 박사방 자료를 포함해 엄청난 양의 음란물이 오갔다”며 “흩어진 이용자들이 ‘제 2의 텔레그램’이 되어줄 곳을 찾고 있기 때문에 여러 플랫폼을 광범위하게 단속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불법촬영물 공유 사이트나 대화방 이용자들은 ‘다운로드도 죄’라는 걸 받아들이지 않는다. 보는 건 죄가 아니고 잡히지도 않는다고 믿지만 현실은 아니란 걸 보여줘야 한다. 성착취물을 상업용 성인물처럼 보는 이들이 모두 사라질 때까지 추적을 계속할 것”이라며 방관자들을 향한 경고의 메시지를 남겼다.

박지원 기자 g1@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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