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김포공항에서 대기하고 있는 아시아나항공 항공기.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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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부산, 아시아나IDT 등 아시아나항공 자회사들이 지난해 3월 라임펀드를 통해 아시아나항공에 300억원을 우회 투자해준 것으로 드러났다. 상장회사가 주요주주를 위해 신용공여를 제공하는 것은 상법상 금지돼있다. 이 투자를 주도한 인물은 구속된 김모 라임자산운용 본부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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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나 영구채 투자 펀드, 절반은 자회사
6일 금융당국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이 지난해 3월 15일 발행한 '제90회 무보증 사모 영구채(이하 90회 영구채, 총 850억원 규모)' 중 600억원어치를 인수한 포트코리아자산운용의 '런앤히트6호'펀드는 투자금 절반을 아시아나항공 자회사와 계열사가 댔다. 포트코리아운용은 라임자산운용의 소위 '아바타 운용사'로 알려져있다.
런앤히트6호의 수익자는 라임운용의 환매중단 펀드 '플루토 FI D-1호(이하 플루토)'를 비롯해 에어부산·아시아나IDT·케이에프 등으로 확인됐다. 플루토가 300억원을 댔고 나머지가 300억원을 댔다. 에어부산과 아시아나IDT는 아시아나항공이 각각 44.17%, 76.22%의 지분율을 가지고 있는 아시아나항공 자회사다. 케이에프는 금호아시아문화재단의 100% 자회사다.
상법 제542조의9는 상장회사가 그 주요주주나 특수관계인에 대해 신용공여를 해선 안된다고 규정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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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법상 신용공여 금지 위반…공시도 없었다
아시아나항공의 두 자회사가 모회사인 아시아나항공 영구채를 인수한 것은 상법 위반 소지가 있다. 상법 제542조의9는 상장회사가 그 주요주주나 특수관계인에 대해 신용공여를 해선 안된다고 규정한다. 신용공여란 금전 등 경제적 가치가 있는 재산의 대여나 자금 지원적 성격의 증권 매입 등을 의미한다. 에어부산과 아시아나IDT는 모두 코스피 상장사라서 이 법규를 적용받는다.
영구채 발행사인 아시아나항공이나 펀드의 수익자인 아시아나 자회사들은 이 사실을 어디에도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해 3월 29일 투자판단 관련 주요 경영사항 공시를 통해 제90회 및 제91회 영구채 가운데 제90회 영구채 850억원만 발행 완료했다고 알렸을 뿐이다. 영구채의 매입주체 등 자세한 사항을 공시하지 않았다. 에어부산과 아시아나IDT 역시 이를 알린 바 없다. 공모가 아닌 사모사채로 이를 발행·매입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이에 대해 "아시아나항공의 영구채 발행은 발행대로, 자회사들의 수익증권 펀드 투자는 투자대로 각각 따로 이뤄졌다면, 이 사실을 공시할 의무도 없고 금융당국이 이를 인지할 방법도 없다"며 "현행 공시 제도의 한계"라고 말했다.
원종준 라임자산운용 대표이사가 지난해 10월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제금융센터(IFC)에서 라임자산운용 펀드 환매 연기 관련 기자 간담회를 하기에 앞서 물을 마시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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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주도자는 구속된 라임 김 본부장
당시 이 투자 건을 주도한 인물은 지난 3일 검찰에 구속된 김모 라임운용 대체투자운용본부장으로 확인됐다. 김 본부장은 당시 포트코리아운용 측에 "수익자도 다 준비돼있는 데다 투자처는 대기업인 아시아나항공 영구채라 안심해도 된다"고 말하면서 펀드 설정을 요구했다고 한다.
김 본부장은 지난 1월 중순, 라임사태에 대한 금융감독원 검사 등이 한창 진행되고 있던 중 환매중단된 플루토에서 195억원을 빼내 '라임 살릴 회장님' 김봉현 전 회장의 코스닥 상장사 스타모빌리티로 투입한 작업을 주도한 인물이기도 하다. 이 돈은 김 전 회장의 횡령 자금으로 쓰였다. 당시 김 본부장이 김 전 회장으로부터 대가성으로 수수했다고 알려진 골프장 가족 회원권은 경기도 용인시에 위치한 아시아나CC 회원권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금호아시아나그룹과 라임운용의 관계는 2016년부터 꾸준히 이어졌다"며 "아시아나항공 자회사는 '블라인드 펀드라서 모회사 영구채에 투자하는 것을 몰랐다'고 잡아떼겠지만, 사실상 이들이 서로 모르고 이런 거래를 했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정용환 기자 jeong.yonghwa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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