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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민주당 99조 통합당 50조 '묻지마 공약'…재원조달 방법도 제대로 안 밝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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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생당 녹색경제전환 100조 투자

정의당 반의반값 아파트 연 10만호

“예산 뒷받침 안 된 포퓰리즘 공약”

더불어민주당이 4·15 총선에서 내세운 ‘10대 공약’의 첫머리에는 ‘벤처 4대 강국 실현’이 있다. 구체적 내용을 보면 ▶스톡옵션 비과세 한도 연 1억원으로 확대 ▶에인절투자자 소득공제 ▶양도세 비과세 일몰 연장 ▶인수합병(M&A) 세액 공제율 상향 등 대략 1500억원 수준의 감세안이 담겼다. “벤처투자 모태펀드에 매년 1조원 이상의 예산을 투입한다”는 계획도 포함했다. 이를 위해 “매년 1조800억원의 예산이 필요하다”는 게 공약집에 담긴 민주당 추산이다.

하지만 재원조달 방안은 “재정지출 개혁과 세입 확대를 통해 마련”이라고 썼을 뿐 구체적으로 밝히진 않았다. 나머지 9개 공약 중 7개 공약에 대해서도 “재정지출 개혁과 세입 확대를 통해 마련한다”는 똑같은 설명을 붙였다.

비용 추계도 부실하긴 마찬가지다. 10대 공약엔 수십 개 사업이 포함됐지만 정작 공약집에 ‘비용이 얼마 든다’고 적시한 건 5개 사업, 25조1000억원이 전부다. 공약 실현 비용을 어떻게 마련할지는 물론, 공약 달성에 얼마가 들지에 대해서도 공약집이 충분히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다.

집권여당이 이러니 야당은 더하다. 미래통합당은 공약 실현 비용을 아예 기재하지 않았다. ▶법인세, 부동산보유세 인하 ▶상속·증여세 개편 등 감세안 ▶난임 시술비 전액 지원 등 예산 투입 정책 모두 비용을 수반하는 공약임에도 이를 적시하지 않은 것이다. 재원조달 방안 역시 10대 공약 중 7개 분야에서 “국가재정운용 계획상 수입(3.9%), 예산증가분(6.9%)을 활용하겠다”고 포괄적으로만 제시했다.

중앙일보

‘10대 공약’ 비용 어떻게 마련하나.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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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선관위 지원을 받아 중앙일보와 한국정치학회(회장 윤성이)가 공동으로 분석한 결과, 각 정당의 공약 비용 추계와 재원조달 방안이 졸속으로 제시된 정황이 곳곳에 나타났다. 이영환(세무학 전공) 계명대 교수는 “실제로 별도 추계를 해보니 민주당의 공약 실현을 위해서는 대략 99조원이 필요한 것으로 파악됐다”며 “비용을 아예 적시하지 않은 통합당 역시 50조원가량은 필요한 것으로 추계됐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재원조달 방안을 두고도 “민주당은 재정지출을 개혁해 비용을 마련하겠다는데 지난해 예산 512조원 가운데 정부가 지출을 조정할 수 있는 재량예산은 60조원 수준이었다”며 “나머지는 용처가 정해진 고정지출인데, 어떻게 99조원을 마련하겠다는 것인지…”라고 했다. 예산증가분을 통해 재원을 조달하겠다는 통합당을 향해서도 “연간 예산증가분 6.9%는 경제가 지속 성장할 거란 낙관에 기댄 수치”라고 비판했다.

민생당·정의당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민생당은 3개 사업(1조6467억원) 외에 호남권 등 환경 일자리 100만 개 창출 공약을 내세웠다. 이를 실현하기 위한 재원조달 방법으로 “2030년까지 녹색경제 전환자금 100조원 투자”를 제시했지만, 투자 주체와 방식에 대해선 설명이 없었다. 정치학회는 분석 자료를 통해 “사실상 소요 비용만 언급하고 있는 대표적인 포퓰리즘 공약”이라고 비판했다.

정의당은 “연평균 14조5000억원을 들여 48만 명에게 청년 기초자산 3000만원을 지급하겠다” “장기공공임대주택 200만 호 확보를 위해 반의반 값 아파트를 매년 10만 호 공급하겠다” 등 고비용 공약을 다수 내놨다. 재원은 “상속·증여세, 종부세·재산세 인상분 등으로 마련한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재산세는 지방세여서 중앙정부 사업으로 예산을 전용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 종부세 역시 용도(균형발전특별회계)가 정해진 세금이다. 정치학회는 “세금의 용도가 무엇인지도 모르고 한 황당한 공약의 전형”이라고 비판했다.

한영익 기자 hany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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