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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기고] 오프라인 매장, 고객 체험 `맞춤형 쇼룸`으로 탈바꿈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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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온라인을 기반으로 한 전자상거래 시장이 성장하면서 오프라인 매장의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롯데그룹은 백화점, 대형마트 등 오프라인 매장의 약 30%에 해당되는 200여 개 점포를 순차적으로 폐쇄하겠다고 밝혔고, 이마트도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70%가량 급감하면서 수익을 내지 못하는 59개 전문점을 폐점하기 위한 구조조정에 나섰다. 이러한 오프라인 매장의 위기가 가속화되고 있는 현재의 상황을 어떻게 바라보고 어떤 접근을 통해 극복해 나가야 할 것인가? 이를 위해서는 먼저 오프라인 매장에 대한 시각을 단순하게 물건을 진열해서 잘 판매하는 공간으로 이해하면 안 되고 새롭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

먼저 옴니채널이 활성화되면서 오프라인 매장을 쇼룸처럼 제품이나 서비스를 확인해 본 후 온라인에서 구매하는 소비자가 늘어났다. 그래서 오프라인 매장을 아예 쇼룸화하는 것이다. 미국의 노드스트롬 백화점은 2%에 해당하는 면적에 샘플로만 구성된 쇼룸형 매장을 만들었다. 사람들은 이 매장에서 제품을 입어보고 마음에 드는 경우 온라인에서 구입할 수 있다. 샘플만으로 구성된 쇼룸형 매장은 고객에 대한 직접적인 정보를 얻는 접점이 된다. 고객 입장에서는 부담 없이 옷을 입어 볼 수 있어 좋고 매장 입장에선 고객이 어떤 제품을 선호하고 싫어하는지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신발을 판매하는 에버레인(Evelane)은 매장에서 신발 사이즈가 맞는지 테스트해보고 구입은 온라인에서 하라고 권유한다. 이는 오프라인 매장에서 제품을 판매하기보다 소비자 접점을 만들어 상품을 테스트하는 용도의 쇼룸으로 이용하겠다는 것이며, 대신 매장 규모를 축소하고 다양한 색상별 재고를 최소화해 임대료 및 재고비용 절감을 도모한 것이다.

둘째, 일반적으로 제품이나 서비스를 돋보이게 공간을 구성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었다면 현재는 해당 공간에서 고객에게 어떤 경험을 줄 것인지가 중요하게 됐다. 즉 초점이 제품과 서비스에서 고객의 경험으로 변화된 것이다.

세포라의 O4O(Online for Offline)전략은 매장을 여성들의 놀이터로 인식하게 만들었다. 가상 아티스트는 화장품을 직접 바르지 않고 증강현실(AR) 기술을 활용해 다양한 화장품을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게 했으며, 컬러아이큐(Color IQ) 서비스는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기술을 활용해 개개인의 피부톤에 어울리는 화장품을 추천해줌으로써 세포라의 제품과 서비스를 경험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국내 사례로 시몬스침대는 경기도 이천에 '시몬스 테라스'로 '잠자리'와 관련된 모든 경험을 최적화해 제공하는 것을 목적으로 구성했다. 침대를 판매하는 공간이 아니라 고객과 함께 숙면을 추구하는 '좋은 잠'에 대해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자 하는 체험형 공간으로 구성하고, 전문 큐레이터가 침대의 역사가 담긴 전시관을 안내하기도 한다.

셋째, 온라인과의 연결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내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차별화를 시도해야 한다. 스타벅스의 '사이렌 오더'는 매장에서 붐비는 시간에 긴 줄을 서야 하는 불편을 줄이기 위해 오프라인 공간인 매장에서 직접 주문을 하지 않고 스타벅스 앱을 통해 주문한 후 받으러 가는 서비스이다. 오프라인 공간에서 발생하는 불편함을 줄일 수 있는 온라인 기술을 오프라인 매장에 적용해 온·오프라인 연결 경험을 제공한 반면, 온라인에서 커피와 머그잔, 텀블러 같은 굿즈 판매를 중단한 것은 오프라인 소매 매장에 집중하기 위한 차별화 포인트다.

미국 화장품 편집숍인 얼타(Ulta)는 제품의 75%가 아마존과 중첩되는 것을 파악하고 아마존에 없는 상품을 매장에 전진 배치하면서 차별화를 시도한 바 있다.

이러한 제품에 대한 차별화 전략은 신중해야 하는데 일반적으로 검증된 제품은 온라인에서, 신제품은 오프라인에서 직접 체험 후 제품·서비스를 선택하는 소비자 경향을 고려해야 한다. 인터넷상의 후기나 이미지에 의존할 수 있는 검증된 제품 정보는 온라인에서 쉽게 얻을 수 있지만 신제품은 이러한 정보가 풍부하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체험해서 구매하는 접점은 오프라인 매장이 되기 때문에 직접 경험을 통해 해당 제품에 대해 판단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오프라인 매장을 통해 모든 제품을 전시하고 판매해야 한다는 선입견을 버려야 한다. 제품 구색은 온라인상 하고 매장은 반응을 빨리 확인할 수 있는 테스트 제품이나 신제품을 내세우고, 소비자가 제품이나 서비스를 경험하면서 다양한 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는 공간으로 차별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온라인과 상호 보완관계를 통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도록 구조화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이상범 수석컨설턴트 IBK기업은행 기업지원컨설팅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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