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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9 (수)

“아마존 원주민 몰살 될수도” BBC가 고발한 ‘몰인정 브라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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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 감염증(코로나19)으로 브라질 아마존 열대우림에서 살아가는 원주민들이 집단 몰살 위기에 처했다고 BBC가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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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에 신종 코로나 감염증이 급속히 퍼지며 아마존 열대우림에 사는 원주민 공동체에도 위기가 닥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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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C는 "공동체를 이뤄 살아가는 이들이 전염병에 노출될 경우 매우 위험하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중남미 최대 피해국인 브라질에선 사태 초기 상파울루 등 대도시에서 확진자가 나왔지만, 이제는 전국 곳곳에서 확진 사례가 쏟아지고 있다. 5일 기준 브라질의 신종 코로나 확진자는 1만1281명으로 집계됐으며 누적 사망자는 487명이다.

신종 코로나가 원주민 사회에 특히 위험한 건 이들이 비누나 손 세정제 등을 쓰기 어려운 환경에서 살고 있기 때문이다. 공동생활을 하는 데다 식기 등 각종 생활용품을 함께 공유한다는 점도 문제다.

방송은 "병원도 매우 멀리 떨어져 있어, 증상이 나타난다 해도 치료받기가 매우 힘들 것"이라고 전했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원주민 공동체에 퍼지면 몰살당할 수 있다"(소피아 멘돈카 상파울루 연방대학교 연구원)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1960년대에 홍역이 퍼져 '야노마미'족이 큰 피해를 본 전례도 있다. 당시 감염자의 9%가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마존 원주민 공동체의 불안감도 높아지고 있다. 원주민 사이에서도 이미 확진자는 물론 사망자가 나왔기 때문이다.

일부 원주민들은 공동체를 소규모 그룹으로 나누는 방식으로 일단 대응하고 있다. 제각각 숲속 더 깊이 들어가 '피난처'를 찾겠다는 계획이다. 전염병이 돌 때면 그들이 전통적으로 지켜온 방식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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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남미 최대 국가 브라질에서 신종 코로나 감염증 확진자가 1만1000명을 넘어섰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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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BBC는 이조차 쉽지 않아 보인다고 보도했다. 방송은 "아마존에는 벌목업자들과 사냥꾼, 선교사들이 많이 활동하고 있어서 원주민들이 피난처를 찾는다 해도 신종 코로나를 완전히 피하긴 어려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외부인들이 들어오는 것만이 문제가 아니다. 원주민들 역시 식량을 구하거나 정부의 보조금 등을 받기 위해 외부로 나가고 있어 '완벽한 차단'은 힘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식량 부족'으로 인한 괴로움이 바이러스에 대한 두려움보다 더 클 수 있단 얘기다.

가장 우려되는 것은 이들이 몰살 위기에 처한다 해도 정부의 도움을 받기 힘들어 보인다는 점이다. '개발론자'인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아마존 원주민 공동체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공공연히 드러내왔다. 원주민들이 넓은 땅을 독차지하고 있으며 열대우림 개발에 방해가 된단 말도 종종 해왔다.

방송은 "브라질 사람들은 과연 보우소나루 정부가 이들을 보호할 것인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며 "이 정부는 이미 원주민 지원 예산을 대폭 삭감한 바 있다"고 지적했다. 또 "신종 코로나와의 전쟁으로 인해 원주민에 대한 지원은 더욱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브라질 아마존 열대우림의 면적은 프랑스와 스페인을 합친 것만큼 넓으며, 이곳 원주민은 2억이 넘는 브라질 인구의 0.5%(2020년 기준)를 차지한다.

임주리 기자 ohma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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