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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공항 청년노동자들 깊어지는 ‘코로나 시름’…“언제까지 버틸지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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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공항 상주 노동자 60%가 20·30대

계속되는 휴직으로 “다음달 급여 100만원도 안돼”

아르바이트 구하기도 막막 “아무 것도 할 수 없어”


한겨레

지난 2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활주로에 여객기들이 멈춰 서 있다. 인천공항/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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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딱히 방법이 없잖아요…. 매달 들어오던 돈이 안 들어오니까 부모님한테 다시 손을 벌려야 할 것 같아요.”

항공사 협력업체 소속으로 인천공항 서비스 업무를 담당하는 20대 노동자 김아무개씨는 지난달 원래 근무일의 3분의 1을 쉬었다. 코로나19 사태로 여객 수가 급감하자 회사가 무급휴직을 강요했기 때문이다. 4월과 다음달에도 무급휴직을 쓰라는 회사의 눈치를 버틸 재간이 없다. 만약 이달의 절반을 쉰다고 가정하면, 다음달 급여는 100만원이 채 안 된다. 이 가운데 절반 가까이를 월세와 관리비로 내야 한다. ‘공항에서 일하고 싶다’는 꿈을 이루려고 2년 전 고향 강원도를 떠나 인천 영종도로 온 김씨는 그 꿈의 터전인 인천공항이 “모든 게 멈춰버린 세상 같다”며 절망했다.

지난 1월 인천지역 인적자원개발위원회가 발간한 ‘2019년 인천국제공항 상주기업 종사자 현황 조사 보고서’를 보면, 상주기업(240곳)의 전체 종사자는 6만3037명이다. 이 가운데 20~30대는 조사에 응한 이(2만5569명)의 61.9%를 차지했다.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은 대표적인 일터가 인천공항인데, 이곳에선 청년 노동자에게 피해가 집중되는 것으로 볼 수 있는 셈이다. 인천공항에서 일하는 대부분의 노동자가 무급휴직과 권고사직 등 힘든 상황에 내몰리고 있지만, 누구보다 사회 초년생인 20~30대 청년 노동자들은 모아둔 것도 없고 참고 견딜 미래도 보이지 않아 더 답답한 처지다.

인천공항 청년 노동자들이 밀집한 ‘넙디마을’(인천 중구 운서동)에 사는 김씨는 “빌라 방음이 좋지 않아 들리던 옆방의 대화 소리나 현관문을 나서는 사람들의 소리가 한달 사이 많이 줄었다”며 “당장 생활비 마련이 힘들어지니 (무급휴직 동안) 부모님 집으로 가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객관적인 통계로 확인하긴 어렵지만 ‘비자발적 캥거루족’으로 전락한 이들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그나마도 경제적으로 기댈 가족이 있는 경우는 좀 나은 편이다. 부모 등에게 도움을 청할 수도 없는 청년들은 생계가 곤란할 정도로 상황이 심각하다. 인천공항의 한 하청업체에서 일하는 이아무개(30)씨는 5월 한달 동안 내리 무급휴직을 하기로 서명했지만, 부모가 외국에 있어 수입이 끊겨도 돌아갈 집이 없다. 그의 부모 역시 코로나19로 사업에 타격을 입어 도움을 줄 형편이 못 된다. 생활비를 아끼려고 요즘은 “먹고 싶은 것도 참고, 모임도 안 나간다”고 했다.

무급휴직 기간에 생계를 이으려면 당장 아르바이트를 구해야 하지만, 4대 보험 직장가입자인 그가 중복 가입을 피해 선택할 수 있는 일자리는 제한적이다. 이씨는 “다른 직장을 다니다 공항에서 일한다는 로망 때문에 이직을 했는데,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다. (회사가 구조조정을 할 경우) 토익이나 각종 자격증 시험도 코로나19로 다 연기됐고 사람을 구하는 곳도 없는데, 지금 회사를 나오면 정말 아무것도 할 수 없으니 막막하다”고 했다.

한재영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인천공항지역지부 조직국장은 “취업 초기에 이직이 잦을수록 임금이 낮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있는데, 인천공항 청년 노동자들 역시 구조조정 등으로 고용 불안정을 겪을 경우 향후 저임금의 늪에 빠지게 될 위험이 크다”며 “정부는 한시적으로라도 이들의 해고 등을 제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선담은 기자 s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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