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6.03 (월)

[팩트체크] 공평한 수수료?...배민은 왜 오픈서비스를 만들었나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서울=뉴스핌] 박효주 기자 = 배달앱 1위 브랜드인 '배달의민족(배민)'이 이달부터 시행한 새 요금체계를 두고 연일 잡음이 일고 있다. 입점 소상공인들은 기존 운영 요금제보다 비용 부담이 커졌다고 주장하는 한편 배민 측은 공평한 수수료란 입장을 고수해왔기 때문.

배민의 주장대로 새 요금체계는 과연 공평하고 합리적일까. 그렇다면 입점 소상공인들이 반발하는 것은 단순히 독과점에 대한 우려일 뿐 일까.

뉴스핌

배달의민족 광고 요금체계 변경. [사진=배달의민족] 12020.03.26 hj0308@newspim.com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새 요금제 공평할까...기존 요금제 이용자 '정액→정률' 강요 비난

이달 1일부터 시행한 새 요금체계의 가장 큰 변화는 최상단에 노출되는 '오픈리스트'를 '오픈서비스'로 바꾼데 있다. 수수료는 기존 6.8%에서 1%포인트 인하한 5.8%를 적용한다는게 배민 측 설명이다.

기존 오픈리스트는 최상단 3개 업체만이 노출됐고 이어 '울트라콜' 요금제 이용 업체가 보이는 형태였다. 울트라콜은 정액제(8만8000원)로 업소당 가입 제한을 두지 않아 과당경쟁을 부추긴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울트라콜은 배달앱 이용자 주변 가게로 인식해 노출되는 방식이다. 자본력이 있는 업체가 지역을 추가하면 해당 매장 인근 뿐 아니라 먼 거리에 위치한 지역까지 노출되는 이른 바 '깃발꽂기'로 논란이 됐다.

이 같은 논란을 해소하기 위해 배민은 오픈리스트를 도입했다는 설명이다. 새 요금체계는 입점 업체 당 울트라콜 가입은 3곳으로 제한했고 오픈서비스 가입 업소들은 개수 제한 없이 모두 노출된다. 울트라콜 입점업체들은 지역이나 카테고리에 따라 하단으로 밀리는 구조다.

예컨대 한 지역에 치킨을 판매하는 업체 100곳이 오픈리스트에 가입했다면 이들 업체가 상단에 위치해있고 울트라콜 입점업체는 거리 등에 따라 101번째 이하로 노출되는 식이다.

울트라콜 가입 개수 제한을 두고는 반발이 크지 않다. 하지만 입점업체들은 상단에 노출되기 위해서 오픈리스트를 이용해야 하고 이는 결국 새로운 요금체계(정률제)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뉴스핌

국내 배달앱 시장 점유율.


◆세계 최저 수수료 5.8%...부가세 결제수수료 포함 9.63%

정액제인 울트라콜에 비해 정률제인 오픈리스트 비용은 합리적일까.

배민 측은 오픈서비스 수수료에 대해 '주문 건 당 5.8%'라고 광고하고 있다. 하지만 여기엔 카드수수료및 결제망이용로, 부가세가 포함되지 않았다.

실제 업소에서 지급하는 수수료는 '플랫폼 수수료 5.8%'에 부가세를 더한 '6.38%'다. 여기에 연매출과 외부결제망을 이용하는지 여부에 따라 수수료가 추가로 붙는다.

예컨대 오픈서비스에 가입한 업소가 선결제 주문을 받는다면 플랫폼 수수료 6.35%(부가세포함)와 외부결제 수수료 3.3%가 더해져 총 9.65%가 적용된다. 치킨 한 마리(2만원)를 판매한 A업소는 배달의민족에 수수료로 1930원을 지불해야 한다는 얘기다.

배민 측은 배달 앱 매출이 월 465만원 이하인 업체는 오픈서비스로 전환할 경우 비용 부담이 감소한다는 주장을 이어가고 있다.

기존 울트라콜 이용 업소의 깃발 평균 개수는 3개로 해당 업체가 울트라콜을 이용하면 월 26만4000원을 지불해야 한다. 오픈서비스로 전환하면 결제수수료를 제한다 해도 6.35%인 29만52000원이 수수료로 빠져나가게 된다.

월 매출 400만원 이하인 업체는 오픈서비스 수수료 25만4000원으로 울트라콜 이용 보다 비용을 줄일 수 있다.

울트라콜과 오픈서비스를 동시에 이용하면 어떨까. 오픈서비스에도 업소가 노출되고 울트라콜도 보이게 돼 광고 효과는 거둘 수 있다. 배민이 업소들에게 권장하는 내용이기도 하다.

기존 울트라콜 가입 업소에 고객이 해당 업소를 알아보기 쉽도록 표시하는 이른바 '찜 주문'을 한다면 해당 주문 건은 오픈서비스 주문으로 인식, 정률 수수료를 내야한다.

결국 울트라콜(8만8000원)과 그 외 주문에 대한 수수료(오픈서비스)를 모두 내야해 삼중 부담을 겪게 된다.

배달의민족을 이용하는 점주 A씨는 "우아한형제들이 딜리버리히어로에 인수되면서 국내 배달 앱 시장의 98.7%를 독점해 차차 수수료를 올리는 과정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면서 "꼼꼼히 따져보지 않고 오픈서비스와 중복 가입했다가 과한 수수료를 내게됐다는 주변 업소들도 계속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뉴스핌

17일 우아한형제들 본사에서 김봉진 대표(좌)와 김범준 차기 대표(우)가 직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사진=우아한형제들] 2019.12.17 hj0308@newspim.com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김범준 대표 결국 사과...비난 여론 잠재우나

비난 여론이 들끓자 배민 측은 김범준 대표가 나서 개선책을 강구하겠다며 진화에 나섰지만 부정적 인식을 돌리기엔 역부족인 모양새다. 배민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과 국내 배달앱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딜리버리히어로의 기업결합 심사를 앞둔 시점에 여론에 떠밀려 마지못해 사과를 한다는 비판이 일고 있어서다.

우아한형제들과 딜리버리히어로가 합병에 성공한다면 국내 배달앱 시장은 독과점으로 경쟁이 제한될 수 있다. 현재 공정거래위원회는 기업결합 심사를 위한 조사를 진행 중이다.

김 대표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즉각 오픈서비스(새로운 요금제) 개선책 마련에 나서겠다. 보호 대책을 포함하여 여러 측면으로 보완할 방안을 찾겠다"면서 "각계의 의견에도 귀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오픈서비스 도입 후 5일 간 데이터 비교 자료를 보면 비용 부담이 늘어난 점주와 그렇지 않은 점주의 비율이 비슷하다"고 해명했다.

hj0308@newspim.com

저작권자(c) 글로벌리더의 지름길 종합뉴스통신사 뉴스핌(Newspim),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