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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물가·임금상승률 기준 낮추니…공무원·군인 연금부채 '1천조→944조' 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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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회계연도 국가결산 보고서]

2019회계연도부터 물가·임금상승률 기준 변경

공무원·군인 연금충당부채 증가율 11.1%→0.5% 급락

미공개 내부기준 적용…기재부 "지침 따랐을 뿐"

이데일리

강승준 기획재정부 재정관리국장(왼쪽에서 세번째)이 지난 6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2019회계연도 국가결산보고서 사전 브리핑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찬희 인사처 연금복지과장, 김선길 기재부 결산회계과장, 강 국장, 강미자 기재부 재정건전성과장, 이용욱 기재부 국고과장, 장영규 기재부 조세분석과장. 기재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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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이데일리 조해영 기자] 매년 100조원 가까이 늘어나던 공무원·군인연금충당부채 증가 폭이 크게 줄었다. 기존 추세대로라면 1000조원을 넘어서야 하지만 기준 변경으로 실제로는 944조원 수준에 그쳤다. 정부는 추산에 적용하는 물가와 임금상승률 기준을 바꾸면서 증가 폭이 덩달아 줄어들었다고 설명했지만 예고 없이 갑자기 회계기준을 변경했다는 점에서 부채 규모를 줄이려는 눈속임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는 7일 국무회의를 열고 이러한 내용을 담은 ‘2019회계연도 국가결산보고서’를 심의·의결했다. 기획재정부는 국가회계법에 따라 매년 국가결산보고서를 작성해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 대통령 승인을 받아야 한다.

◇100조씩 늘던 연금충당부채…증가 폭 줄어

2019회계연도 연금충당부채는 총 944조2000억원이었다. 연금충당부채란 정부가 앞으로 공무원연금과 군인연금에 지급해야 할 돈을 현재 가치로 환산한 금액이다. 연금충당부채는 공무원연금이 758조4000억원, 군인연금이 185조8000억원이었다.

연금충당부채는 지금 당장 정부가 지출해야 하는 돈은 아니다. 앞으로 나가야 할 돈을 현재 가치로 환산한 금액이기에 국가채무에 포함하지 않는다. 하지만 연금을 받을 수혜자가 있고 기금으로 이를 충당하지 못하면 정부 재정을 투입해야 한다는 점에서 연금충당부채가 불어나면 국민에게도 부담일 수밖에 없다.

2019회계연도 연금충당부채는 전년보다 4조3000억원(0.5%) 증가했다. 예년과 비교하면 증가 폭이 크게 줄었다. 연금충당부채는 △2015년 659조9000억원 △2016년 752조6000억원 △2017년 845조8000억원 △2018년 939조9000억원으로 매년 100조원 가까이 급증했지만 올해는 5조원도 채 늘지 않은 것이다. 증가율 역시 전년 11.1%에서 0.5%로 낮아졌다.

연금충당부채 증가 속도가 느려진 것은 부채를 현재 가치로 환산할 때 적용하는 물가상승률, 임금상승률 같은 기본 가정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기재부는 5년마다 작성하는 장기재정전망의 전망치가 바뀌면서 물가상승률을 평균 2.1%에서 2.0%로, 임금인상률을 평균 5.3%에서 3.9%로 낮춰 잡았다.

강승준 기재부 재정관리국장은 “연금충당부채는 물가상승률 등 거시지표에 의해 변하기 때문에 이를 어떻게 추정하고 예측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며 “지침에 따라 최근 확정된 전망치를 썼다”고 말했다. 기존 물가·임금 전망치를 유지했다면 2019회계연도 연금충당부채는 1040조4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100조원 넘게 늘어 1000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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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회계연도 연금충당부채는 944조2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0.5%(4조3000억원) 증가하는 데 그쳤다. 단위=조원. 자료=기획재정부


◇내부기준 적용 전례 없어…“지침 따랐을 뿐”

문제는 이번에 새롭게 적용된 기준이 외부로 공개한 적이 없는 수치라는 점이다. 정부의 2020년 장기재정전망은 아직 발표되지 않았다. 통상적으로 장기재정전망은 다음연도 예산안을 발표하는 시점에 공개돼 예산안과 함께 국회에 제출된다.

기재부 관계자는 “아직 장기재정전망은 작성 중이고 장기재정전망을 작성하기 위한 전제로 임금·물가상승률 전망치가 먼저 나왔기에 이를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비슷한 선례도 없다. 정부는 2015회계연도 이전까진 국민연금의 기준을 쓰다 2015회계연도부터 장기재정전망의 가정을 반영했다. 다만 처음에는 장기재정전망이 공개된 이후 이를 반영했기 때문에 사전에 공개되지 않은 가정을 국가결산보고서에 적용해 계산한 적은 없는 셈이다.

이 때문에 불어나는 연금충당부채를 축소하기 위해 공개되지 않은 내부 기준을 적용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김선길 기재부 회계결산과장은 “기존에 썼던 전망치를 현실화할 필요가 있었다”며 “연금회계처리지침에서 최적의 가정을 적용하도록 규정한 것을 따랐다”고 설명했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장기재정전망은 정부가 연속성을 가지고 앞으로의 상황을 모니터링 하기 위해 내는 것”이라며 “5년 만에 불쑥 발표하지 않은 전망을 가지고 노동생산성이 떨어져서 임금증가율을 낮게 잡았다고 말한 셈인데 연구자나 전문가들 사이의 의견 수렴이 충분했다고 말할 수 있는지는 의아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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