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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연합시론] 초유의 온라인 개학 코앞…시행착오 최소화해 효율 높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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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초유의 온라인 개학이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 9일 고3과 중3을 시작으로 16일에는 중·고 1∼2학년, 초등 4∼6학년, 20일은 초등학교 1∼3학년이 순차적으로 원격수업에 들어간다. 개학이 임박하면서 학교별로 접속 테스트에 나서는 등 분주한 모습이다. 온라인 예비소집인 셈인데 처음 가 보는 길이서인지 교사와 학생들 얼굴에는 긴장과 설렘이 동시에 묻어난다. 온라인 수업이라 해도 가르치고 배우는 교육의 본질에는 변함이 없지만, 교실에 한데 모여 공부하는 것과는 모든 게 다를 수밖에 없다. 학년 교체로 담임교사도 바뀌고 급우들도 낯설 것이다. 초중고에서 일정 기간 모든 수업을 원격으로 하는 건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기 힘들다고 한다. 게다가 충분한 준비 기간이나 예행연습 기회도 없었던 터라 일선 교육 현장에는 불안감이 적지 않은 게 사실이다. 아무리 베테랑 교사라도 어떤 방식으로 수업하고 평가할지 선뜻 모범답안을 제시하긴 어려울 것 같다. 오히려 수십 년 경력을 자랑하는 나이 지긋한 선생님들은 디지털 기기를 다루는 데 애를 먹을 수도 있다.

실제로 온라인 교실이 문을 열기도 전에 곳곳에서 걱정스러운 일이 벌어진다. 한국교육학술정보원(KERIS)이 운영하는 원격교육플랫폼 'e학습터'에서는 지난 3일 상당량의 자료가 손실되는 사고가 일어났다. e학습터는 교사가 학생들의 학습 진행 상황을 관리하는 '온라인 학급방'과 동영상 학습 콘텐츠를 제공하는 곳으로, 교사들이 올린 학습 자료와 강의계획서, 과제가 무더기로 삭제된 것이다. 서버 증설 과정의 실수라는데 비슷한 일이 반복돼선 안 된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6일 주재한 교사 화상회의에서는 연결이 끊기는 사고도 있었다. 이날 사용된 화상회의 프로그램 '줌'(Zoom)은 교육 현장에서도 많이 쓰는데 해킹과 사생활 침해 등 보안에 취약하다는 지적도 잇따랐던 참이어서 우려를 키운다. 원격수업에 따른 학습 공백을 막으려면 스마트 기기 부족 해결에도 신경 써야 한다. 10가구 가운데 3가구꼴로 컴퓨터가 없는 현실은 교육 당국과 지방자치단체, 관련 업계의 적극적인 협력 없이는 해결이 불가능하다.

안타깝지만 지금 상황으로는 아무리 철저히 준비한다고 해도 시행 과정에서 크고 작은 부작용을 피하긴 힘들 것으로 보인다. 혼란을 최소화하려면 서로를 비난하기보다는 교육 주체가 모두 힘을 모아 집단지성으로 대처하는 게 중요하다. 이미 원격수업을 하는 시범학교의 경험과 시행착오를 공유해 보완책을 마련하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다. 이런 점에서 17개 시·도 대표 교사, 교육부·교육청 및 유관기관 관계자들로 구성된 '1만 커뮤니티'가 꾸려진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온라인 수업이 성공하려면 학습의 질과 함께 평가의 공정성도 달성해야 한다. 교육부가 모든 원격수업에 대한 평가는 등교 이후 지필 평가로 하는 걸 원칙으로 세운 만큼 실시간 쌍방향 수업의 참여도와 이해도 등을 반영하는 수행평가나 학교생활기록부 기재가 객관적으로 이뤄지도록 하는 데 소홀함이 없어야 한다.

누구도 역할을 대체할 수 없는 교사들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교육 당국은 원격수업으로 업무적, 심리적 부담이 크게 늘어난 교사들이 사명감을 잃지 않고 사이버 공간에서도 학생들과 원활하게 소통하면서 효율적으로 지도하도록 뒷받침해야 한다. 원격수업 성과를 분석한 한국교육개발원 논문을 보면 자발적,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학생들의 만족도가 높다고 한다. 당연한 것처럼 들릴지 모르지만, 이 또한 교사의 충실한 지도 없이는 쉽지 않은 얘기다. '온라인 교실'이 교육계는 새로운 수업방식의 가능성을 찾고 학생들은 스스로 공부하는 재미와 숨겨진 재능을 발견하는 공간이 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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