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손목 밴드가 자가격리자의 일탈을 막기 위한 최선이자 최종 병기인지는 좀 더 면밀하고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 우선 인권침해 논란을 말끔히 해소하기 어려운 선택지라는 점이다. 전자팔찌는 성범죄자에게 부착해 행동반경을 제약하며 신체 자유를 구속하는 장치다. 당연히 공권력이 범죄자에게 씌운 족쇄라는 부정적 이미지가 강하다. 손목밴드라고 순화해서 부른다고 해도 이 장치를 부착한 사람을 위치추적을 통해 감시하고 일정 거리를 벗어나지 못하게 하는 제어의 본질은 불변한다. 감염된 것도 억울한데 잠재적 이탈행위자로 간주돼 '주홍글씨' 같은 팔찌까지 착용하도록 한다면 당사자들의 심리적 저항감이 아주 클 것이다. 또한 정부가 코로나 19 사태 발생 이후 개방성과 투명성을 기조로 유지해온 방역정책과 철학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한국은 전 세계적으로 거의 유일하게 입국 금지 조처를 하지 않은 상태에서 정부, 시민, 의료진이 합심 전력해 감염병의 확산을 최대한 통제해 온 국가이다. 완벽하지는 않겠지만 이상적인 형태의 이런 '열린' 방역정책이 지구촌의 관심과 호의적인 평가를 끌어낸 측면을 간과할 수 없다. 7일 신규 확진자가 이틀째 50명 이하로 내려온 것은 우리가 자긍심을 가질만한 성과다. 만약 우리가 자가격리자들에게 반강제적으로 전자팔찌를 채우는 결정을 한다면 여태껏 지켜온 방역기조와 철학은 빛이 바랠 것이다. 향후 유사한 비상 상황에서 개인의 집까지 국가 공권력이 치고 들어올 수 있다는 좋지 않은 선례를 남기는 일이 될 수도 있다.
홍콩이 유사한 장치를 이미 도입했고, 대만이 추진을 검토 중이라는 점이 우리의 전자팔찌 도입 근거로 활용되어서도 안 된다. 중화권에서 사회를 작동하는 원리와 우리의 그것이 같을 수는 없다. 방역의 효율만을 앞세운다면 가장 좋은 선택일 수는 있으나, 시민의식의 복원을 재차 촉구해 보지 않고 강제적 수단으로 직행하는 일은 없어야 하겠다. 감염병예방법 등 법률에 근거하지 않고 시행령 혹은 시행규칙을 통한 우회적 방법으로 이 문제에 접근하는 일도 자제해야 한다. 시행령 제ㆍ개정은 행정행위로 입법작업을 생략해 즉각적 대응에는 효율적일지는 몰라도 임의성과 편의주의의 위험을 내재하고 있어 남용 가능성을 경계해야 한다. 마침 자가격리 조치 위반자에 대해 처벌이 크게 강화된 상태여서 굳이 손목밴드 도입이 필요한지에 대한 회의론이 일고 있기도 하다. 기존 300만원 이하 벌금에서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으로 처벌이 대폭 강화된 만큼 자가격리자들도 스스로 행동을 조심하게 될 개연성이 크다. 감염병예방법 혹은 검역법 위반으로 처벌 절차가 진행 중인 사람이 75명이고, 이 중 6명이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된 것도 자가격리 위반행위에 상당한 억지력으로 작용할 것임이 틀림없다. 어떤 일을 푸는 방식으로 가장 손쉽고 편한 방법은 '전면 폐지' '절대 금지' '일괄 적용' '의무화' 등 이성적인 다른 의견이 파고들 수 없는 형태의 강압적인 것들이다. 전자팔찌 채우기는 추가적인 지역내 감염을 우려하는 많은 시민에게 '사이다' 같은 정책적 파괴력과 호소력은 있을지 모르지만, 감염 확산방지를 위해 인권적 측면은 잠시 접어두자는 '극약처방' 일뿐이다. 정부는 시민의 힘을 한 번 더 믿어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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