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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0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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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준게 뭐냐" 이탈리아 코로나 사태로 EU와 더 멀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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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서 나오자' 분위기 강해져

코로나채권 발행 두고 독일과 대립도 격화

뉴스1

로마 알타레 델라 파트리아 - 비토리오 에마누엘레 2세 기념비 위 조기. © AFP=뉴스1 © News1 김정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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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권영미 기자 = 코로나19로 고통받고 있는 이탈리아가 유럽연합(EU)으로부터 제대로 물질적·정신적 지원을 얻지 못한 배신감을 느끼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7일 보도했다.

이로 인해 일반인들 사이에서 EU에 대한 적대감이 강해져 탈EU 분위기도 높아지고 있다.

◇ 친 EU성향 정치인들 "큰 변화 일어나고 있다" : 이탈리아의 친EU 정치인들은 이 상황을 감지하고 "대규모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며 잇따라 경고음을 내고 있다. 카를로스 칼렌다 EU 이탈리아 상임 대표는 최근 자유주의행동당이라는 당을 결성해 이끌고 있다.

그런데 이탈리아에서 가장 큰 친 EU 정당임에도 최근 "왜 우리가 EU에 남아있어야 하는가. 필요없다"는 내용의 편지를 당원들에게서 받는다는 것이다.

지난달 이탈리아의 세르지오 마타렐라 대통령도 "EU가 이탈리아와의 연대감을 보여주지 않는다면 유럽의 미래가 위태로울 것이"라고 경고했다.

FT에 따르면 현재 많은 이탈리아인들은 북유럽 국가들이 이탈리아를 돕는 과감한 조치를 취하지 않는 한 EU에 영원히 등을 돌리겠다고 공공연히 말하고 있다.

이미 EU에 대한 이탈리아의 믿음이 손상되었다는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지난달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67%가 "EU에 속해있는 것이 이탈리아에 유리하지 않다"고 답했다. 이는 2018년 11월의 47%에서 크게 상승한 수치다.

도날드 투스크 전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2010년께 유로 위기때보다 정치적으로나 경제적으로 현재가 더욱 위험하다"고 진단했다.

◇ "이탈리아, EU 지원 못받았다 생각" : 이탈리아는 코로나19 대유행 초기에 다른 EU 국가들로부터 신속하게 지원받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투스크 전 의장은 이탈리아와 다른 심각한 타격을 입은 국가들에 대한 EU의 지원은 중국과 러시아의 지원보다 훨씬 더 실질적이라고 본다. 하지만 그는 "정치적 인식은 사실보다 더 중요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그간 독일 등 EU의 북유럽 국가들이 코로나 위기를 넘기 위한 채권 발행에도 미적거리면서 이탈리아의 분노는 더 깊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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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세페 콘테 이탈리아 총리©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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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는 회원국들이 사용할 수 있는 유럽안정기구(ESM)라고 부르는 구조 기금을 가지고 있다. 클라우스 레글링 ESM 대표는 이 기금을 사용하라고 했지만 이탈리아는 나중에 가혹한 조건으로 돈을 회수할까봐 우려하고 있다.

이에 지난달 바이러스가 남유럽을 휩쓸고 있는 와중에 프랑스와 이탈리아, 스페인이 이끄는 9개 유로 국가들은 코로나본드(채권) 발행을 촉구하는 공동 서한을 냈다. 이들이 조성하고자 하는 코로나채권은 독일을 포함해 모든 유럽국가들이 공동 보증해 발행하는 채권이다.

◇ 코로나채권 발행 두고 EU 회원국들 옥신각신 : 당시 일부 EU지도자들은 이를 반대하며 격론을 벌였다. 하지만 주세페 콘테 이탈리아 총리가 유럽의 단결을 외치고 그의 동맹국들이 이를 밀어부쳐 겨우 타협점을 찾아냈다.

하지만 독일 국방장관 출신인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집행위원장이 다시 이를 뒤집고 나섰다. 최근 그는 코로나채권에 대해 부정적으로 말하며 이에 미온적인 독일에 동조하는 발안을 했다.

유로 재무장관들은 7일 코로나 사태에서 벗어날 대규모 경제 지원안을 만들기 위해 모인다. 이탈리아는 경제 재건을 위한 채권을 EU가 더 큰 규모로 발행하기를 원하지만 험난한 길이 예상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현재 독일과 이탈리아의 긴장의 기원이 2010~12년의 유로존 국가채무 위기로까지 거슬러 올라간다고 말한다. 그 당시에도 남유럽의 많은 사람들은 유로 본드를 잠재적인 해결책으로 보았다. 그러나 메르켈 총리는 2012년 자신이 살아있는 한 그런 채권은 없을 것이라고 극구 반대해 이탈리아인들의 원성을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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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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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gaunga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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