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9 (금)

이슈 남북관계와 한반도 정세

코로나19 한국군은 줄고 주한미군은 늘고…왜?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한국군, 외출·휴가 중단 등 병력 통제 성공 / 양국 장병들의 코로나19에 대한 시각차 / 전염병 위험에 대한 수용 정도도 변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면서 한·미 양국군 간에도 희비가 교차하고 있다.

한국군의 경우 일찌감치 외출·외박과 휴가 중단 등의 조치를 통해 병력 통제에 성공해 코로나19 확산세를 꺽은 반면, 미군은 확진자가 줄지 않고 있다.

7일 오전 10시 기준 한국군의 코로나19 누적 확진자는 39명. 지난달 23일 1명이 확진된 이후 15일째 추가 확진이 없는 상태다. 전체 누적 확진자 39명 중 완치자는 34명으로 늘었다. 치료 중인 인원은 5명 정도다.

주한미군은 이날 오산 공군기지에서 확진자가 추가 발생했다. 주한미군 코로나19 확진자는 20명으로 집계됐다. 20명 중 평택 캠프 험프리스 기지에서 9명, 대구·경북(캠프 워커와 캠프 캐럴, 캠프 헨리)에서 8명, 오산 공군 기지에서 3명이 확진됐다.

세계일보

대구 캠프 워커 기지에서 한 주한미군 병사가 코로나19 발열 검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주한미군 병력은 통상 2만8500명 수준을 유지한다. 52만명 정도인 한국군에 비할 바가 못된다. 그런데 코로나19 확진자 비율은 한국군의 절반 수준이다.

군 관계자는 “양국군은 지난 2월 27일 3월 초로 예정됐던 한·미연합훈련을 코로나19 위기단계 격상으로 연기한다고 공식 발표한 뒤 코로나19 대응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면서 “초반 한국군의 코로나19 확진이 증가세를 보였으나 이제는 주한미군 내 환자 발생이 더 두드러지는 형국”이라고 말했다.

그는 “양국군 지휘관들의 조치가 미흡했다기보다는 코로나19를 바라보는 양국 장병들의 시각차 내지는, 전염병 위험에 대한 수용 정도가 달랐던게 변수로 작용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한국군 보다는 미군이 아무래도 초기 확산 국면에서 코로나19를 대수롭지 않게 여겼을 수 있다는 얘기다.

최근 코로나19가 대구에서 평택, 오산기지로까지 번지면서 주한미군은 그야말로 좌불안석이다. 코로나19 의심자를 감별해내기 위해 후각 검사법까지 도입했다.

특히 주한미군 핵심기지인 평택 캠프 험프리스의 경우 하루가 멀다하고 확진 환자가 발생, 충격에 휩싸였다. 캠프 험프리스는 주한미군의 핵심기지다. 이곳이 코로나19로 마비될 경우 한반도에서의 주한미군 기능 자체는 무력화될 수 있다.

세계일보

미 육군이 코로나19 영향으로 한국을 오가는 모든 장병과 가족에 대해 이동 제한을 지시한 3월 9일 경기도 평택시 캠프 험프리스 한 출입문이 통제되고 있다. 연합뉴스


앞서 위기감을 인식한 주한미군은 기지 밖 통행 제한과 다른 기지 간 방문을 통제했다. 지난달 25일에는 공중보건 방호태세(HPCON·health protection condition)를 선포하며 대응에 나섰다. 평택과 오산기지에는 HPCON 중 두 번째로 높은 단계인 ‘찰리’보다 강화된 ‘찰리 플러스’ 단계가 발령돼 있다.

해당 기지 소속 장병 등은 종교시설, 세탁소, 이발소, 클럽, 영화관, 술집 등의 출입이 엄격히 금지된다.

HPCON 선포 이전에는 확진자들이 가지 말도록 권고된 지역(핫스팟·hotspot)을 방문하고도 가지 않았다고 거짓말하는 사례가 발각되는가하면, 미군 일부 장병이 평택 시내를 무단 활보한 사실도 보고됐다.

격분한 로버트 에이브럼스 주한미군사령관이 지난달 2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대다수 인원이 HPCON를 이행하고 있지만, 일부는 강력한 권고와 조치를 무시하고 있다”며 “우리는 이기적이고 고의로 대다수를 위험에 빠뜨리는 소수의 행동을 용납할 수 없다”고 경고까지 할 정도였다.

세계일보

로버트 에이브럼스 주한미군사령관


주한미군 관계자는 “주한미군은 코로나19 방역과 예방활동에 총력을 기울이고 지침 위반자를 강하게 징계하고 있으나 확진자는 계속 늘어나는 상황”이라며 “기지 밖에서 생활하는 계약직 직원들이 많고, 전염병에 대한 경각심이 덜하다보니 통제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그는 이어 “방위비분담금 협상 타결 지연으로 발생한 한국인 근로자들의 강제 무급휴직이 장기화될 경우 행정업무와 군사대비태세에 지장이 초래될 수밖에 없다. 여기에 코로나19까지 기승을 부린다면 주한미군은 총체적 난국을 맞을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박병진 기자 worldpk@segye.com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