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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특별기고] 코로나19로 바라본 식량 안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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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아내와 장을 보러 마트에 갔다. 늘 먹던 쌀을 골라 카트에 담다가 문득 사진 한 장이 떠올랐다. 식료품 진열대가 텅 비어있는 유럽의 한 마트 사진. 코로나19 확산으로 사재기가 발생한 탓이었다. 적당한 가격의 쌀을 먹고 싶을 때 언제든지 구입할 수 있다는 것은 지극히 평범한 일상이지만 당연한 것이 아니라는 걸 새삼 깨닫는다.

지난 2007년과 2008년 국제곡물가격이 급등하며 전 세계는 심각한 식량위기를 경험했다. 가뭄 등의 기상재해로 주요 곡물 생산국의 생산량이 감소해 곡물 가격이 급등한 것이다.

우리나라의 식량 사정은 어떨까. 1970년대 86%에 달했던 국내 식량자급률은 현재 46.7%다. 쌀을 제외한 밀, 옥수수의 자급률은 각각 약 1%와 3%, 사료용 곡물까지 포함한 2018년도 국내 곡물자급률은 21.7%로 상황은 더 심각하다.

오늘날 식량은 더 이상 단순한 먹을거리가 아닌 국가 생존이 직결된 핵심자원이다. 해외 곡물 수입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는 더더욱 안정적인 식량 수급을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진단키트부터 백신 개발까지 의학 기술이 중심이 되어 움직인 것처럼 식량 안보를 위해서는 농업 기술 개발이 단단한 축이 돼야 한다. 코로나19와 같이 전 세계적인 유행병으로 농산물 수출입마저 어려워지면 식량 수급의 불안정성은 더욱 가중될 것이다.

기후변화 시나리오(RCP8.5)와 기후변화에 관한 국가 간 협의체(IPCC) 보고서를 기반으로 한 연대별 국내 쌀 생산성 분석 결과, 2060년에는 22%, 2090년에는 무려 40%까지 쌀 생산량이 감소할 것으로 예측됐다. 이에 대비해 국립식량과학원은 벼농사의 경우 고온 발생 시 모심는 시기 조정과 적정 비료량 설정 등 최적의 재배법을 개발하고, 물 관리가 중요한 밭농사에는 작물의 뿌리 부근에 필요한 만큼의 물을 공급하는 '땅속 자동관개 기술 시스템'을 개발했다. 재배 안정화와 더불어 국내 식량 자급률 향상을 위한 우수 품종 개발도 중요하다. 폭우와 가뭄이 공존하는 기상 양극화로 작물이 잘 자랄 수 있는 생산 환경이 위협받고 있다.

실제로 2018년 극심한 폭염으로 국내 콩 수량은 전년 대비 10a 당 177kg으로 약 6% 가량 감소했다. 이상기상에 따른 재배 불안정성 개선을 위해 국립식량과학원은 습해나 가뭄 등 재해에 강한 자원 탐색 및 우수 품종 개발에 힘쓰고 있다.

정부의 기민한 대응과 온 국민의 노력으로 코로나19라는 국가적 위기를 현명하게 극복해내는 지금처럼 적당한 가격의 쌀을 언제든 살 수 있는 평범한 일상을 지키기 위해 식량 안보 또한 국민과 함께 대비해나가야 한다.

김상남 국립식량과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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