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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단독] 채권단, (주)두산에 유통사업 등 매각 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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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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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중공업 구조조정의 칼날이 두산건설 등 자회사나 두산중공업을 넘어 모회사인 (주)두산으로 향하고 있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두산중공업은 이르면 이번주 채권단인 KDB산업은행·수출입은행에 자구안을 제출한다. 자구안에는 (주)두산의 일부 사업 부문 매각 등 두산그룹 전체를 아우르는 구조조정 계획이 담길 것으로 전해졌다. 채권단이 그룹 차원의 강도 높은 정상화 계획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채권단 관계자는 "자회사뿐만 아니라 모회사까지 자구안에 포함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이동걸 산은 회장도 1조원 규모의 긴급 운영자금 지원을 결정한 후 "대주주 등의 고통 분담을 전제로 지원하는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두산그룹도 1조원이라는 적지 않은 자금을 긴급하게 지원받은 만큼 그에 상응하는 '화답'을 해야 하는 입장이다. 현재까지는 두산중공업 계열사 매각이나 두산중공업 분할 등 (주)두산을 포함하지 않은 자구안 시나리오가 거론돼 왔다.

(주)두산의 사업 부문 중 매각 가능성이 점쳐지는 곳은 유통 등 비핵심 부문이다. (주)두산 유통 부문은 사실상 두타몰만 남아 있다. 두산은 지난해 면세점 사업 철수를 결정하고, 최근 10여 년간 KFC나 버거킹 등을 매각하며 유통 부문을 축소해왔다. 또 두산타워 건물 8개 층을 현대백화점에 내줬다. 금융권 관계자는 "어려운 시기에는 핵심 사업부만 남겨두고 정리하는 게 통상적인 구조조정 절차"라고 설명했다.

두산솔루스와 두산퓨얼셀 등 우량 자회사 지분을 매각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두 회사가 (주)두산 양대 신사업인 2차전지용 전지박과 연료전지 사업을 각각 담당하고 있고 각 사업이 성장성이 큰 만큼 매각 시 작지 않은 경영권 프리미엄을 기대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주)두산은 두산솔루스 보통주 13.94%와 우선주 2.84%를 보유하고 있으며 박정원 회장 등 특수관계인 지분을 모두 합하면 보통주 50.48%, 우선주 11.04%에 달한다. 두산퓨얼셀은 (주)두산이 보통주 18.05%와 우선주 12.47%를 보유 중이고 특수관계인 지분을 합하면 지분이 보통주 65.08%, 우선주 48.34%다. 두산솔루스는 전지박과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소재를 생산하는 업체로 지난해 4분기 연결 기준 매출 700억원, 영업이익 102억원을 기록했다. 두산퓨얼셀은 발전용 연료전지 기자재·서비스 사업을 통해 지난해 4분기 매출 2212억원과 영업이익 195억원을 기록했다.

채권단 내에서는 두산중공업이 겪고 있는 유동성 위기가 단순히 코로나19 등에 따른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산업은행은 지난달 1조원 긴급 대출을 발표하면서 두산중공업 자금이나 경영 상황을 고려하면 워크아웃 등 법적 절차를 통한 경영 정상화 검토가 타당하다고 밝혔다. 그만큼 두산중공업 상황이 심각해 일회성 자금 공급으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이다.

두산중공업 매출은 2014∼2015년 5조원대에서 2016년부터 4조원대로 떨어졌는데, 이 중 국외 발전 매출 감소가 80%를 차지한다. 글로벌 발전 수요 감소와 세계적 트렌드를 제대로 읽지 못해 영업상 어려움을 겪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채권단은 또 두산건설이 경기 일산 분양 실패에 따라 막대한 손해를 봤을 때 두산중공업이 1조원가량을 지원해 주면서 두산중공업 자금 악화가 시작됐다고 보고 있다.

아울러 1조원 규모 차입금을 신속하게 투입하기로 결정한 만큼 다른 기업 구조조정과의 형평성 문제도 두산그룹을 압박하고 있다. 채권단은 앞서 아시아나항공에 1조6000억원 규모 지원 프로그램을 대가로 박삼구 회장 퇴진은 물론 금호그룹의 아시아나항공 매각 등 그룹 전체를 아우르는 자구안을 받아낸 바 있다.

한편 두산중공업 사업 부문을 분할 매각하는 내용도 자구안에 담길 가능성이 높다고 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우선순위로 꼽히는 건 지난해 (주)두산에서 넘겨받은 두산메카텍이다.

[노현 기자 / 김강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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