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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코로나 소통, 언론 뛰어넘은 시민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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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영의 미디어전망대]

한겨레

코로나19를 계기로 우리나라의 사회적 협력 방식이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해외 유수의 미디어는 물론 각 나라의 수장과 실무진까지 시민사회와 정부가 어떻게 공조해 예방과 격리를 능동적으로 실천했는지, 정보통신기술(ICT)과 데이터를 어떻게 활용해 지리적 통제 없이 감염원과 접촉자를 추적 관리했는지, 어떻게 광범위한 검사와 치료를 시행했는지 궁금해한다. 의료 선진국조차 속수무책으로 초기 대응에 실패하면서 한국의 대응 모델로 전환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이달 초 독일의 긴급 요청으로 열린 양국 정부의 합동 화상회의에서 독일은 한국의 방역체계와 스마트폰 방역을 상세히 문의했다. 선진국 독일이 대한민국 정부에 조언을 구하다니 어리둥절하다. 불과 두어달 사이 우리가 세계 기준이 된 배경엔 전례 없는 소통의 흐름이 있었다.

우선 새로운 전문가이자 정보 주체들이 정부의 방역 방법에 다양한 아이디어를 제공했다. 사회 불안과 불확실성이 높았던 사태 초기, 시민들은 공공데이터를 활용해 창의적인 정보 형식으로 위기 극복 방법을 만들어 공유하기 시작했다. 예컨대 확진자 이동 경로 앱이나 약국을 통한 마스크 5부제, 마스크 재고 앱, 사회적 거리두기 캠페인 등은 시민의 자발적 참여로 시작된 아이디어였다.

둘째, 자칫 민간영역의 아이디어로 머물 수도 있었던 사안을 공적 영역에서 신속하게 채택해 활용했고 정례 브리핑을 통해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했다. 시민의 의견을 빨리 수용해 실천하면서 국가 위기의 대응 규모를 가늠하고 방향을 결정해 나갔다.

셋째, 비대면 커뮤니케이션이 권장되면서 업무, 여가, 가족관계, 인간관계, 사회생활의 규칙이 새롭게 적용됨에도 불평·불만을 최소화하고 대안과 문제 해결에 집중하는 움직임이 컸다.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해 사회적 규범으로 거리두기를 차분히 수용하고 서로를 격려했다. 시민 주도의 자발적 모금과 자원봉사, 마스크 양보 캠페인 등 풀뿌리 운동도 펼쳐졌다.

그런데 이러한 협력의 과정에 거의 참여하지 않은 주체도 있다. 불확실성과 불안을 자극해 ‘우한 폐렴’ ‘차이나 바이러스’ 등 차별과 혐오 프레임을 지속적으로 생산한 일부 언론들 말이다. 사회적 분열과 갈등, 공포를 조장하는 패악에 가까운 보도행태까지 있었다. 외신이 아니었더라면 우리가 잘 대응한 건지 몰랐을 것이다.

유럽의 방역체계는 부럽지 않았지만, 외신의 사실 중심의 담담한 무자극 보도와 독자에 대한 태도는 무척 부러웠다. 일례로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지난달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독자와의 약속”을 통해 코로나19 보도 원칙을 독자들과 공유했다. 편집장 캐서린 바이너는 전문성과 과학적 지식에 근거한 사실 보도, 서로를 돕는 방식에 대한 국제 기준의 보도, 세계 지도자들에게 위기관리의 책임을 촉구하며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을 외면하지 않는 보도, 의료진의 목소리를 전달하며 집단감염의 원인과 방지책을 이해할 수 있는 추적 조사 보도 등을 약속했다. 독자의 목소리를 소중히 여기고 궁극적으로 희망을 전할 거라는 이들 언론의 태도는 우리와는 사뭇 다르다.

여러 나라에서 궁금해하는 우리 시민사회의 협력적 커뮤니케이션은 어쩌면 언론을 불신하면서 진화한 적응적 결과일 수 있다. 사실 기반의 정보 형식을 시민이 직접 개발해 방역당국과 소통했던 것은 우연이 아니다. 불확실하고 부정적인 언론 정보는 바이러스 감염보다 위험해 우리의 생존을 위협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겨레

최선영 ㅣ 연세대 커뮤니케이션대학원 객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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