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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경영환경 악화에…`불성실 공시` 역대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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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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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들어 공시를 취소하거나 번복하는 '불성실 공시'가 급증하고 있다. 상장사가 자금을 모집하려고 유상증자를 발표했지만 실패하는 사례가 대표적이다. 불성실 공시 증가는 기업의 경영 환경이 악화되는 징표로 통한다.

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불성실 공시 법인으로 지정된 건수는 모두 35건이다. 1분기 지정 건수로는 역대 최대다.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가운데 국보와 에이리츠 2개사가 불성실 공시 법인으로 지정됐다. 코스닥 상장사 가운데 불성실 공시는 모두 33건에 달했다. 불성실 공시 법인 지정 건수는 올해 최대치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분기 불성실 공시는 33건이었지만, 올해 들어 같은 기간 35건으로 늘었다. 유난히 불성실 공시가 많았던 지난해보다 빠르게 늘고 있다. 불성실 공시는 2017년 82건에서 꾸준히 늘어 지난해 133건을 기록했다. 특히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경영 환경 악화로 이달 들어 불성실 공시가 5건 늘었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불성실 공시 법인이 올해 큰 폭으로 증가한 것은 아니라 아직 지켜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올해 상장사들은 경영 환경 악화로 자금을 모으려다 잇따라 실패하고 있어 주의해야 한다. 유상증자에 나서거나 유형자산을 매각하려다 실패해 불성실 공시로 지정되는 사례가 눈에 띈다. 유상증자 계획을 철회하거나 변경해 불성실 공시 법인에 지정된 건수는 모두 8건이다. 또한 지난 2월 코스닥 상장사 제넨바이오는 유형자산 양수 결정을 철회해 불성실 공시 법인으로 지정됐다. 이밖에 대출원리금 연체를 늦게 공시해 불성실 공시로 지정된 사례도 2건에 달했으며, 단일 판매·공급 계약을 해지하거나 계약 금액이 50% 이상 변경돼 불성실 공시로 지정된 사례도 6건에 달했다. 이는 대체로 경영 환경이 악화돼 기업들이 공시를 변경하거나 번복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몰렸기 때문이다. 올해 들어 이처럼 공시 변경과 번복으로 불성실 공시로 지정된 건수는 24건에 달한다. 전체 40건 가운데 절반을 넘는 수치다. 지난해 공시 변경·번복으로 불성실 공시 법인으로 지정된 건수는 전체 중 57.1%였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코로나19로 경제 불확실성이 높아진 상황에 따른 것"이라며 "기업들이 재무적인 압박을 많이 받게 되고 사업 진행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에 공시 번복 등 불성실 공시가 크게 늘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는 경제위기 등 상황에서 과거에 전형적인 패턴으로 나타났던 것"이라며 "기업이 의도하지 않았더라도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불성실 공시는 많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거래소는 자금 조달, 최대주주 변경과 같이 주요 경영 사안을 제때 공시하지 않은 상장사를 불성실 공시 법인으로 지정하고 있다. 불성실 공시는 '공시 불이행', 유상증자·계약 체결·주식 취득 등 기존에 공시한 내용을 뒤집는 '공시 번복', 기존에 공시한 자금 조달·자산 취득 액수를 뒤늦게 바꿔 공시하는 '공시 변경'으로 나뉜다. 공시 번복·취소·불이행 등 사유로 지정이 예고되면 거래소는 해당 기업 이의 신청을 접수하고 공시위원회 심의를 거쳐 지정 여부·부과 벌점 등을 결정한다. 불성실 공시 법인 지정에 따른 부과 벌점이 5점 이상이면 1일간 매매 거래가 정지되고, 1년간 누계 벌점이 15점이 넘으면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이 된다.

[김규식 기자 / 신유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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