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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3 (월)

"집도 돈도 없어요"… 부산 해외입국자 격리시설 가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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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쑥 찾아오는 외국인 입국자

돈없다고 임시격리시설 거부도

격리호텔 방 앞엔 체온 기록지

전용 엘리베이터도 따로 둬

“며칠날 입국했나요?”
7일 오전 11시20분쯤 부산 동구 초량동 라마다 앙코르 호텔 1층 로비. 부산시가 외국인이나 지역에 주소를 둔 해외입국자용 격리시설로 지정한 곳이다. 인도네시아인 A씨(24)가 나타나 서투른 한국어로 격리 투숙을 요청했다. 이 시설에 격리 투숙은 부산역이나 구청 선별진료소를 거쳐 부산시의 호텔 상주 지원팀의 확인 후 가능한데 A씨가 무작정 찾아온 것. 호텔 직원이나 시 지원팀에겐 돌발상황이었다.

호텔 5층에 있던 시 지원팀 공무원이 연락을 받고 로비로 내려와 상담한 끝에 부산역 선별진료소를 거쳐 근무회사 등 신원을 확인하고 A씨를 투숙시키기로 했다. 이 호텔(466실 규모)은 현재 7~8층 50개 객실을 해외입국자 자가격리를 위한 공간으로 쓰고 있다. 이날 오전 44개 객실이 찼다. 이용자는 하루 10만원을 부담해야 하고 투숙과 함께 140만원을 호텔 측에 지불해야 한다. 10만원엔 숙박료, 3끼 식사비와 물 등의 비용이 다 포함됐다.
7층으로 올라갔다. 그 전에 5층 지원팀 사무실에서 푸른 색 특수비닐로 된 프로텍터와 장갑, 방호 마스크 등을 착용해야 했다. ‘의무’라고 했다. 격리자 전용 엘리베이터는 1층 프론트나 시 지원팀의 카드로 찍지 않으면 움직이지 않았다. 시 지원팀 근무자와 동행했다. 격리자가 투숙한 7층 객실 방문 앞에는 A용지 크기의 체온측정 기록지가 1장씩 붙어 있었다. 격리자가 날짜, 체온, 기타 증상 등을 써 넣는 용지였다. 36.3℃, 37℃ 등의 체온 기록이 적혀 있었다.

격리자들이 머무는 방은 1인용 침대 2개와 화장실 등으로 이뤄져 있었다. 이날 지원팀 근무를 하는 부산시 공영숙 팀장은 “하루 2번 7~8층으로 올라가 기록지를 점검하고 이상이 있을 경우 전화로 확인한 후 선별진료소 의료진과 연결, 전화 문진을 하도록 해 준다”고 말했다. 이 지원팀은 오전 9시~오후 6시, 오후 6시~다음날 오전 9시 2교대로 각 5명씩 근무한다고 했다.
근무자들은 지원팀 사무실에 머무는 10여분 동안 각 지역 보건소나 투숙 희망자들로부터 걸려온 20여통의 문의 전화를 받느라 정신이 없었다. 공항에서 KTX를 타고 부산역에 내려 선별진료소를 거친 해외입국자 중 투숙 희망자들이 역 바로 옆의 이 호텔 앞으로 오면 내려가 호텔 지하 1층 전용 엘리베이터로 인도해 사전 배정된 방으로 안내하는 일도 한다. 인도네시아인 A씨와 같은 돌발상황에도 대처해야 한다.

부산역 유라시아플랫폼 1층 후면.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 광명역으로 와서 KTX를 타고 부산에 도착하는 해외입국자를 위한 선별진료소, 수송대기실, 상황실 등이 있는 곳이다. 실외에 있는 선별진료소는 ‘워킹스루’로 검사를 받는 양압부스 2곳, 안내데스크 등으로 이뤄져 있었다. KTX에서 내린 해외입국자는 이름·생년월일·성별·열차편·출국지·경유지·도착지·연락처·이용차량 등을 기재하는 명부와 문진표를 작성한 뒤 체온을 재고 진료와 검사를 거치도록 돼 있다. 이 과정을 다 거친 사람은 앞에 대기중인 두리발이나 자가용을 타고 집으로 가 자가격리 하거나 라마다앙코르호텔에 격리투숙한다.
이날 수송대기실에는 지난 6일 오후 4시10분쯤 캄보디아에서 일을 하다 입국한 B(51)씨가 “부산에 거처가 없고 돈이 없어 호텔에 격리투숙할 수도 없다”며 자가격리처로 가지 않고 이틀째 버티고 있었다. B씨는 이날 오후 늦게 지인과 연락이 닿아 25시간만에 자가격리에 ‘성공(?)’했다고 한다.
부산역 선별진료소는 오전 10시부터 다음날 오전 3시까지 운영된다. 지난 6일 55명을, 이날은 오후 4시 현재 90여명을 검사했다. 부산의 임시격리시설은 라마다앙코르호텔 외에 부산 북구 금곡동 인재개발원이 있다. 64실이 있는 인재개발원에는 38명이 격리생활 중이다. 이들 격리시설에는 해외 입국자 중 부산에 지낼 만한 곳이 없거나 함께 사는 가족이 감염되는 것을 우려해 따로 있으려는 사람들이 입소해 있다. 혹은 해외입국자인 자녀를 집에 머물게 하고 부모 등 가족들이 들어와 생활할 수도 있다.

[박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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