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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5 (화)

등교 늦어질수록…중하위권 학생들 공부 더 손놓을까 걱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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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하위권 학생들 뒷받침 필요한데

온라인으론 부족한 교과지도 한계

학생들 격차 확인할 지표도 없어

학교 현장 “학력격차 더 커질 듯”


한겨레

육군 50사단 소속 장병들이 7일 대구시 중구 남산동 대구남산초등학교에서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방역을 하는 가운데 한 선생님이 아이들이 없는 빈 교실에서 온라인 개학 준비를 하고 있다. 대구/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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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중3과 고3을 시작으로 전국 초·중·고교가 순차적으로 온라인 개학을 하기로 한 가운데, 교사들 사이에서 “성적 상위권과 중하위권 학생들 사이의 학력 격차가 더 커질 것 같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경기도의 한 중학교에서 사회를 가르치는 김현진(38) 교사는 7일 “장기간의 개학 연기 기간 동안 사교육을 받거나 부모님이 옆에 붙어서 계속 신경을 써준 학생들과 그런 환경이 안 돼 방치됐던 학생들 사이의 학력 격차가 다른 어느 해에 비해 벌어져 있을 것 같다는 불안감이 크다”고 말했다. 이런 불안감은 김 교사만 느끼는 게 아니다. 좋은교사운동 정책위원 김진훈 교사(서울 숭의여고)는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고 자녀의 학습을 관리해줄 수 있는 학부모들은 개학 연기가 오히려 잘됐다고 하더라”고 털어놨다. 개학 연기 기간 동안 집중적인 사교육으로 선행학습을 충분히 해, 출발하기도 전에 이미 앞서나가는 학생도 있다는 것이다. 교사들은 특히 영어·수학 등 사교육을 많이 하는 과목에서 이런 격차가 크게 벌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학생들을 대면지도할 수 없는 원격수업의 특성상, 교사들이 격차를 줄이고 싶어도 중하위권 학생들의 수업 참여, 과제 수행 등을 이끌어내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서울 중랑구 신현고에서 고3 담임을 맡고 있는 황재진(42) 교사는 “최대한 참여하도록 노력하겠지만 중하위권 학생들은 특별히 의지가 따라주지 않는 한 원격수업이 쉽지는 않을 것 같다”고 우려했다. 지역의 한 고교 교사는 “개학 연기로 3월 전국연합학력평가가 연기되면서 (지난 학년 성적이 있는) 고2나 고3과 달리 새로 입학한 1학년은 아무런 정보가 없어서 (어떤 부분을 도와줘야 할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오프라인 대면수업을 못하는 기간이 길어질수록 중하위권 학생들이 공부에 더 손을 놓게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황재진 교사는 “중하위권 학생들은 가정에서 돌봐주지 않는 경우가 많아, 개학 연기 기간 동안 교사가 전화나 카카오톡 등을 통해 관리를 한다고 해도 한계가 있었다”고 전했다. 서울의 한 여고에서 지난달 마지막주에 한 조사 결과를 보면, 입시를 코앞에 둬 비교적 자기관리를 하는 3학년 학생들조차도 평균 기상 시간이 오전 10시로 나타나기도 했다.

하지만 교육부는 이런 문제에 뾰족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교육부는 6일 ‘온라인 개학 관련 질의·답변서’에서 “‘기초학력 진단-보정 시스템’을 통해 교사가 온라인 개학 중에도 기초학력을 진단하고 보정 지도할 수 있도록 하고 가정에서도 학생 스스로 기초학력 진단 등 자율학습을 할 수 있다”고만 밝힌 상황이다. 전경원 전교조 참교육연구소장은 “원격수업에서 단순히 출결 확인을 넘어선, 중하위권 학생들을 위한 집중적인 추가 지도 등에 대한 더 세밀한 대책이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유진 기자 yj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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